사랑받는 기쁨을 선사하자
사랑받는 기쁨을 선사하자
  • 류태영
  • 승인 2011.02.05 1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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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태영 박사의 VISION 이야기(20)


히브리대학 사회학박사
건국대 부총장 역임
농촌·청소년 미래재단 이사장


다음은 마더 테레사의 글이다.
<어느 날 나는 런던의 어느 거리를 걷고 있다가 키가 크고 깡마른 사람이 매우 비참한 모습으로 구석에 웅크리고 있는 것을 보았습니다. 나는 그에게 다가가서 그의 손을 잡고는 상태를 물었지요. 그랬더니 그는 나를 올려다보며 말했습니다.
“오, 참으로 오랜만에 인간의 따뜻한 손길을 느껴보는군요!”
그리고 천천히 일어섰지요.
사람의 친절한 행동 하나로 그의 얼굴에는 아름다운 미소가 번졌습니다.
단순한 악수만으로도 그는 자신이 그 무엇이 된 것처럼 느꼈습니다.
나에게 그는 변형된 예수님이었습니다. 나는 그에게 누군가로부터 사랑받는 기쁨을 선사한 것입니다.
어떤 한 분 또한 우리를 사랑하십니다. 바로 하나님 그분께서….
우리는 모두 사랑하고 또 사랑받기 위해서 창조되었습니다.>

이 글은 현대인에게 가장 필요한 게 무엇인가를 말해주고 있다. 세상에는 많은 고통들이 있다. 굶주림에서 오는 고통, 가난과 실직으로 인한 고통, 질병에서 오는 고통, 실패로 인한 고통, 그러나 무엇보다 가장 큰 고통은 외로움이다. 이 세상에서 아무도 날 원하지 않는다는 느낌, 사랑받지 못한다는 느낌, 옆에 아무도 없다는 소외감과 외로움, 이것은 어떤 물질적 빈곤보다 더 무서운 빈곤이다.
자신이 환영받지 못하고 사랑받지 못한다고 느끼는 사람들은 살아가야 할 소망을 잃는다. 인도의 콜카타에서 가난하고 굶주린 빈민들과 함께 자신의 전 일생을 보낸 마더 테레사는 “수많은 사람이 한 조각의 빵 때문에 죽어갑니다. 그러나 더 많은 사람들이 아주 적은 사랑 때문에 죽어갑니다”라고 말한다.
우리는 보통 불쌍하고 빈곤한 사람을 도와준다고 생각하면 대개 물질적인 것만 생각하게 된다. 또한 물질적으로 빈곤한 사람에게만 도움을 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헐벗고 굶주린 빈민들을 돕고 많은 사람들의 병을 치료해주고 멀리 오지에 나가 봉사하고 거액의 기부금을 내는 등 큰일을 하는 것만 가치 있는 것이 아니다.
세상은 어른이나 어린이나, 젊은이나 노인이나, 부유한 자나 가난한 자, 학식이 있는 자나 없는 자나 모두 사랑에 굶주려 있다. 그래서 물질보다 따뜻한 말 한마디, 따뜻한 미소, 따뜻한 사랑의 손길을 더 갈망하고 그리워한다.
미국 캘리포니아 나파밸리에서 세계에서 비싸기로 손꼽히는 컬트 와인(cult wine)을 만들어 성공한 기업가 딕 그레이스(Dick Grace)는 증권거래로 큰돈을 모았고, 그 돈으로 최고급 와인을 만들었지만 이윤추구에는 관심이 없다. 그는 “나파밸리는 허상인데, 이 허상을 현실로 믿으면 문제가 된다.”고 단언한다. 그는 현실을 느끼기 위해 매년 인도와 중국, 네팔 오지로 가서 3개월씩 지낸다. 이곳에 병원과 학교를 세우고 달라이 라마와 친구처럼 막역한 사이며, 한센인과 얼싸안고 웃기도 한다. “수표만 끊어 보내는 건 진정한 봉사가 아니다”라며 몸으로 봉사활동에 참가하는 등 자신의 돈과 시간을 이웃과 나누고 있다.
그러나 모든 사람이 꼭 고아원이나 양로원에 가서 봉사해야 사람을 베풀 수 있는 게 아니다. 당신의 가장 가까운 사람, 가족부터 사랑하라. 먼 곳에 나가 몸으로 봉사하기는 쉬워도 정작 집안의 한 사람을 사랑하기를 어려워하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사랑은 가까운 곳에서부터 실천하는 것이다.
양로원이나 복지관에 나가 ‘사랑의 밥퍼주기 봉사’는 하면서 정작 자신의 연로하신 부모는 외롭게 방치하는 사람들도 종종 있다. 당신도 언젠가는 늙는 미래의 노인이다. 당신 주위에서 외롭고 쓸쓸하게 나이 들어가는 노인들을 절대 외면하지 말라.
오늘날에는 어디를 가나 외로운 사람이 많다. 아무리 돈이 많아도 정작 밥 한 번 같이 먹을 사람이 없어 외로워하는 사람도 있다. 또 친구가 필요한 사람도 있고, 따뜻한 위로와 격려, 칭찬이 절실히 필요한 사람도 있다. 겉으로는 모두 자신감 있어 보이고 고급 모피와 명품 옷으로 치장하고 있어도 마음은 시베리아 벌판처럼 춥고 외롭고 헐벗고 상처받은 사람투성이다.
외로움에 신음하는 사람, 꿈을 잃어버린 사람, 낙심한 사람, 실패한 사람, 질병에 걸린 사람, 이런 사람들에게 다정한 말벗이 되어 주고 그 사람은 인정하고 칭찬하고 보고 싶었다고 다정하게 말해보라. 그들의 호소나 하소연을 아무 비판 없이 들어주는 것만으로도 그들을 깊은 우울증에서 건져낼 수도 있다.
누군가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 아무도 들으려 하는 이들이 없을 때 잠자코 들어주는 것만으로도 어떤 신경안정제나 정신과 약보다 더 강력한 치료 효과를 낼 것이다. 아픈 친구를 찾아가 위로하고 전화하고 말 상대가 되어 주자. 그리하여 그들에게 사랑받고 있다는 느낌을 선물하라. 돈으로도 살 수 없는, 이 시대에 가장 필요하고 의미 있는 선물이 될 것이다.
마더 테레사는 “우리는 죽을 때 우리가 한 일의 양으로 평가받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타인에게 쏟은 사랑의 무게로 평가받는다.”고 했다. 당신이 타인에게 쏟은 사랑의 무게는 몇 그램인가?

2011/02/05 Copyrightⓒ경기복지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