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약재 복용
한약재 복용
  • 관리자
  • 승인 2011.03.12 1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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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질과 질병에 맞게


이대용
안양샘병원 통합의학암센터
한방내과 과장


명절이나 모임을 통해 반가운 얼굴들을 만나다 보면 저의 직업을 아는 사람들은 자신의 몸의 불편한곳에 대해 묻곤 합니다.
“여기가 아픈 건 왜 그런 거냐?”
“요사이 이런 것이 생겼는데 어떻게 해야 되나?”
모두가 자기 몸에 대한 관심이지요. 대화를 이어가다 마지막에 대부분 이런 질문을 던집니다.
“그럼 난 뭘 먹어야 되냐?”
이 질문은 내 체질이 뭐냐는 물음과 함께 한의사들이 듣는 가장 많은 질문 중 하나일 겁니다. 자신의 몸에 생긴 이상들을 잘 다스려 보고자 하는 맘에서 생긴 궁금증이겠지요. 특히, 암 환우들의 경우는 거의 대부분 뭔가를 드시면서 자신이 제대로 먹고 있는 건지 되물어 보실 때가 많습니다. 그리고 그들 모두가 확신을 갖고자 “예”라는 대답을 기대합니다. 그리고 꼭 먹어야 될 것이 무엇인지 추천해주길 원하십니다.
“상황버섯 먹고 암이 나았다는데…….”
그 밖에도 홍삼을 먹고 있는데 언제까지 먹어야 되는지, 폐암 진단을 받았는데 도라지를 먹으면 되겠는지, 가족이 러시아에서 수백만 원을 주고 구해 온 차가버섯이 있는데 먹어도 되는지 등등 종류도 다양합니다.
아가리쿠스, 옻, 가시오가피, 산수유, 오미자, 복분자, 거기에다 값비싼 산삼, 웅담, 사향까지 질병의 진단을 받게 되면 본인은 물론이고 가족, 가깝게 교류하던 모든 이들이 나서 많은 것들을 구해다 주십니다.
한번은 췌장암 환우의 보호자가 근심어린 눈빛으로 뭔가를 들고 온 적이 있었습니다. 통증과 죽음에 대한 두려움 속에서 산행을 하면서 투병하시던 환우가 어느 순간 ‘내가 이래선 안 되지. 뭐라도 먹고 이걸(암) 없애야지’ 하면서 잘 모르는 나무의 껍질을 벗겨서 드시더라는 겁니다. 다행히 독이 되는 건 아니었지만 암과는 관련이 없는 것이었습니다.
뭐라도 먹어서 나을 수만 있다면 하는 바램에서 나온 행동이었습니다.
또 한 번은 간암 환우의 보호자가 어느 절에 계신 스님이 어렵게 구해주신 귀한 약이라며 봉삼(산삼중에서 제일 좋은 것)이라고, 산삼보다 더 좋은 거라고 하면서 집안사람이 구해왔는데 어떻게 먹어야 되냐고 물어 오신 적도 있었습니다.
암 환우들이 많이 가입해 있는 카페나 홈페이지에도 여러 약의 범주에 속할 수 있는 식품, 음식들에 대한 다양한 경험과 권유, 댓글이 있습니다. 그 내용들을 볼 때마다 환우들이 간접경험을 할 수는 있겠지만 잘못된 정보가 환자와 보호자들에게 제공되고 있는 것을 봅니다.
우리나라 국민들이 가장 많이 먹고 있는 홍삼은 어떤가요? 다양한 홍삼제품과 홍삼을 만들 수 있는 도구들까지 잘 팔리고 있습니다. 심지어 복용중인 약이 있냐고 물어보면 없다고 하시면서 홍삼은 꾸준히 먹고 있다고 대답하시는 분도 많이 있습니다.
한약 먹지 말라고 하는 의사들 중에도 “홍삼은요?” 라는 질문에 “그건 괜찮아요.”라고 대답하기도 합니다.
그런걸 보면 다들 홍삼은 한약이 아닌 것으로 생각하나 봅니다.
홍삼은 참 좋은 것이긴 합니다. 실험적인 논문들에서는 혈행을 개선시키고 혈당을 떨어뜨리고 면역력을 높여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모 방송에서 간암에 좋은 반응이 있었다는 소식이 전해지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다른 연구에서는 우리나라 사람의 약 63%만이 홍삼의 사포닌을 흡수 할 수 있다는 결과가 발표됐습니다. 작년에는 인삼에 들어있는 진세노사이드의 하나인 Rg3에 의해 한 번 수축이 평활근 세포를 죽여서 혈관 구조를 바꾸는 역기능을 한다는 사실이 밝혀지기도 하였습니다. 그 결과가 미국 독성학회에서 발행하는 학술지에 실리기도 했습니다.
실험을 해보니 혈관의 지름이 커지는 등의 비정상적인 구조로 바뀐 현상이 생겼습니다. 평활근 세포가 사멸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Rg3에 의해 한 번 수축이 억제된 혈관은 영원히 수축 기능을 잃을 수 있다고 합니다. 이것은 장기간 인삼제품을 복용할 경우 심혈관질환이 생길 가능성이 있다는 말입니다. 건강하라고 먹었던 것이 오히려 해가 될 수도 있다는 뜻이지요.
한의사들이 나서서 장기간 홍삼을 복용하다 생긴 부작용 사례를 보면, 피부발진, 이유 없는 손과 발의 열감, 입 마름, 가슴 두근거림, 두드러기, 목의 답답함, 두통, 간염까지 다양했습니다.
우리 주변에 널려있는 음식과 각종 식물, 약들은 다 하나님이 주신 귀한 것들입니다. 각각의 생김새와 성질이 다르고 자라난 환경도 다르고 쓰임새도 다릅니다.
인삼도 써야 될 증상이나 때가 있고 이제는 그만 써도 되는 때가 있습니다. 집에서 만들어 드시거나, 제품화되어서 나오는 홍삼 제품들을 무조건 많이 먹는다고 좋은 것이 아닙니다.
앞에서 말한 봉삼이라고 알려진 것은 백선피 입니다. 이는 산삼과는 성질이 다르고 작용도 다릅니다. 백선피를 봉삼이라고 하여 산삼보다 뛰어난 효능이 있다는 말에 복용하게 한다든지 체액의 정체가 심하여 붓고 있는 사람에게 계속 복용하게 하는 이도 있는데 이는 환우를 오히려 더 곤란하게 만드는 것입니다.
무조건 좋다는 것은 잘못된 정보입니다. 잘못된 정보에서 벗어나 현재 내 몸 상태에 따른 진찰을 한 후 어떤 처방이 필요한지 내가 현재 먹고 있는 건강기능식품, 음식, 식물이 지금 계속 복용해도 되는지 주위 전문가들에게 물어보시기 바랍니다.
잘못된 흐름에 휩싸이지 마시고 혜안을 가지시길 바랍니다.

2011/03/12 Copyrightⓒ경기복지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