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와 ‘사랑’으로 따뜻한 다문화사회 만들어요
‘이해’와 ‘사랑’으로 따뜻한 다문화사회 만들어요
  • 관리자
  • 승인 2011.04.30 23:3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보경
군포시다문화가족지원센터 다문화총괄팀장


“이번 주 금요일부터 앞으로 네 번 요리 배우는 거 있어요. 어떤 요리 배우는 거냐면요, 우리가 밥 먹을 때 같이 먹는 반찬하고 국 만드는 거 배울 거예요. ‘나 요리 배우고 싶어요’ 하시는 분들 있으시면 여기 신청서 써서 저한테 주시거나 얘기해주세요.”
한국어 교육 쉬는 시간.
한국어 공부 중인 결혼이민자들에게 앞으로 진행이 될 요리 교육에 대해 홍보를 하였다. 담당자는 다문화가족지원센터에서 진행되는 교육에 대해 홍보를 할 때마다 말하는 방법이나 속도는 결혼이민자의 한국어 의사소통 수준에 따라 다르게 얘기를 한다. 아이들한테 얘기하는 것처럼 천천히 하나씩 풀어가며 전달할 때도 있고, 우리가 평상시 대화하는 것처럼 전달할 때도 있다. 아이들한테 말하는 것처럼 얘기할 때는 결혼이민자들을 무시해서가 아니다. 말하는 사람의 입장이 아닌 듣는 사람의 입장에서 이해하기 쉽도록 천천히 얘기하는 것이다.
한국 국적을 가진 사람과 외국국적을 가진 사람이 결혼한 가정을 우리는 흔히 다문화가족, 결혼이민자라고 부른다. 결혼이민자들이 가장 힘들어 하는 부분이 바로 언어소통이다. 자신이 태어나고 생활해 온 환경과 문화가 아닌 새로운 것을 습득하고 배워나가는 그들을 옆에서 지켜보면 참으로 대단하게 느껴진다.
자신의 모국어 이외에 새로운 환경인 결혼을 통해 필연적으로 써야 할 한국어를 배운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그런 결혼이민자들과 함께 대화를 해나가고 있는 나를 볼 때면 많은 생각들이 내 머릿속을 스쳐지나가곤 한다.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기도 힘들 텐데, 한국어 공부 진짜 열심히 하는구나.’ 이런 생각이 들 때마다 나 자신을 다시 돌아보게 된다.
며칠 전 센터를 이용하는 결혼이민자 한 분이 상담을 요청해 왔다. 한국에서 생활한지 어느 정도 되었기에 한국어를 하는데 있어서 큰 어려움은 없을 것이라 생각 했었다. 하지만 대화를 하다가 나 자신에게 깜짝 놀랐던 부분이 있었다. 바로 상대방의 이야기를 내가 이해하지 못해서 답답해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렇게 가끔씩 결혼이민자들과 대화를 하다보면 나 자신도 답답해 할 때가 가끔씩 있다.
그런데 그 답답함은 나만 느끼는 것이라고 생각을 해왔었는데, 그렇지 않다는 것을 대화를 하면서 보게 된 결혼이민자의 얼굴에서 읽을 수 있었다. 그들 역시도 자신이 표현하고자 하는 부분을 상대방이 알아주지 못해서 답답해하고 있었다.
나와 상대방인 결혼이민자분이 함께 답답해하고 있을 때, 센터에 다른 선생님이 도움을 주셨다. 그 선생님의 대화 방법, 그게 하나의 팁이 되었다. 결혼이민자들은 자신이 얘기하고자 하는 내용이 많을수록 길게 얘기 하려고 한다. 그러면서 긴 얘기를 할 때 가장 힘들어 한다.
센터의 선생님은 문장을 짧게 잘라서 얘기하도록 하고, 이해를 하지 못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상대방에게 다시 한 번 얘기해 달라고 하면서 대화를 이어나갔다. 그렇게 다른 선생님의 도움을 받아 상담은 무사히 잘 마칠 수 있었고, 나는 그날 또 하나를 배울 수 있었다. 내가 배웠던 것은 무심코 지날 칠 수 있었던 작은 배려였다. 내 입장에서만 생각을 하고 상대방을 전혀 고려하지 않았던 것이다.
우리가 외국에 나갔을 때 가장 어려워하는 부분이 바로 의사소통과 관련된 부분일 것이다. 사람은 혼자서 살아 갈 수 없고 다른 사람들과 대화를 하면서 생활을 하고 그 속에서 자신의 존재감도 느낄 수 있을 것이라 생각이 든다. 결혼이민자들은 언어도 통하지 않는 타국에 서 얼마나 많은 외로움을 느끼고 있을까?
간혹 다문화가족지원센터에서 진행되는 교육을 통해서 만나게 되는 고향 친구들과의 모국어 대화는 그야말로 가뭄에 단비가 내리 듯 정말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을 것이다.
내가 태어나고 자란 곳에서 생활하는 우리들의 입장만 생각하지 말고, 새로이 적응을 하려고 하는 모든 결혼이민자들에게 우리의 것을 이해시키고 강요하기 보다는 그들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고 이해하는 마음을 조금씩 키워나간다면 더 좋지 않을까 싶다.

2011/04/30 Copyrightⓒ경기복지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