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태영 박사의 VISION 이야기(23)
류태영 박사의 VISION 이야기(23)
  • 류태영
  • 승인 2011.06.04 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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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한 신세 한탄하지 않기

- 남들 얘기, 그러려니 이해하자

히브리대학 사회학박사
건국대 부총장 역임
농촌·청소년 미래재단 이사장

직장을 그만두거나 해직을 당하고 나면 어쩔 수 없이 한동안 주위 사람들로부터 위로와 관심어린 충고 등을 듣게 마련이다.
“자네같이 성실한 사람이 어쩌다 그렇게 됐어?”
“더 좋은 자리가 곧 생기겠지.”
“회사에서 곧 다시 불러줄 거야.”
이렇게 위로를 하기도 하지만 또 누군가는 ‘내 그럴 줄 알았지’하기도 한다. 직장에서 잘 나갈 때는 그냥 넘어갈 수 있었던 말도 실직하고 나면 가시처럼 가슴에 콕콕 박히고, 때론 말 한마디 표정 하나에 속이 부글부글 끓기도 한다.
또 어쩌다 그렇게 되었냐는 말 속에 수십 개의 뉘앙스가 느껴져 그것을 분석하느라 밤을 새우기도 한다. 대개는 나쁜 뜻으로 받아들여져 스스로를 가차 없이 폄하하게 된다. 그러나 주위 사람의 말 한 마디 한 마디에 신경을 세우고 자존심 상할 필요가 전혀 없다. 스스로 폄하하고 자신감이 없어지면 영원히 일어서지 못한다. 단지 그 사람의 말도 일리가 있다고 인정하고, 그러려니 이해하고 넘어가라.
사람은 저마다 자기 관점으로 세상을 보기 때문에 자기 기준과 입장에서 말을 하게 된다. 그래서 직·간접적으로 무시를 당하거나, 상처받는 이야기를 들을 때도 있다.
“네가 그 일을 하겠다고?”
“너한테는 그 일이 적성에 맞지 않아.”
“그 주변머리로 무슨 장사를 한다고 그래?”
상대방의 생각이나 말을 이해는 하되 자신의 신념과 맞지 않거나 용기를 꺾는 말에는 동참하지 말라. 또 비록 그 말이 상처가 되고 자존심을 상하게 하는 말일지라도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다는 것을 인정은 하되 열등감을 갖지는 말라. 상처와 열등감을 갖는 대신 앞으로 더 큰 일을 하리라는 각오와 결심을 하라.
야간고등학교를 다니며 서울역 앞에서 신문팔이를 할 때였다. 저녁 무렵 신문을 돌리고 있는데 세 명의 학생 깡패들이 몰려와 가진 돈을 내놓으라고 협박을 했다. 가진 돈이 없다고 하자 큰 아이가 다른 두 아이에게 몸을 뒤지라고 명령했고 이내 두 학생이 달려들어 내 옷을 뒤지기 시작했다. 머리부터 발끝까지를 톡톡 털어 뒤져봐야 동전 몇 개밖에 안 나오자 그들은 달려들어 사정없이 나를 발길로 걷어찼다.
“거지같은 새끼! 뭐 이렇게 돈도 안 가지고 다니는 놈이 다 있어?”
돈이 없다는 죄로 그들은 나를 발로 걷어차고 얼굴에 침을 뱉었다. 정강이를 어찌나 세게 걷어채였는지 그 순간 살점이 떨어져나갔다. 고통을 참지 못해 계단에서 고꾸라졌고 목구멍에서는 쓴 물이 올라왔다. 20개 이상의 계단을 데굴데굴 굴러 나가 떨어졌으나 내 속에서는 이상하게도 무언가 새 힘이 뭉클뭉클 솟아났다.
“그래. 내 비록 지금은 거지지만 20년 후에 보자. 내 반드시 일어나리라.”
나는 사라져가는 깡패들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이를 악물고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리고 흐트러진 신문더미를 다시 챙겨 들고 더욱 큰 소리로 역전을 향해 소리쳤다. “신문 사려! 신문 사려!”
이후에도 나는 수없이 많은 사람들의 멸시와 비웃음을 받고 자존심을 걷어차였다. 자존심을 걷어차일 때마다 나는 그들을 향해 분노하고 원망하는 것이 아니라 ‘20년 후에 보자!’고 다짐했다. ‘20년 후가 되면 너희 같은 깡패들이 나를 괴롭히거나 무시하지 못한 인물이 되겠다.’고 했다. 사실 그 결심과 노력은 20년이 아니라 15년 후에 이루어졌다. 대통령 비서실 초대 새마을 담당이 되어 한국 농촌 개혁의 역사를 다시 쓰는 일을 맡은 사람이 된 것이다.
자신을 가장 잘 아는 사람은 바로 자기 자신이다. 자기 스스로를 격려하고 나는 반드시 해내고야 말 거라는 확신을 가지면 주위 사람들의 말이 상처가 되지 않는다. 진짜 능력은 ‘나는 할 수 있다’는 신념과 자신감에서 나온다.
미국의 가장 영향력 있는 언론인이었던 데이비드 브링클리(David Brin-kley)는 청년 시절 매우 가난했다. 그래서 첫 여인에게 ‘가능성이 없는 가난뱅이’라는 말을 들으며 버림받았다. 그러나 그는 여자를 원망하지 않고 도리어 비방을 자극제로 삼아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재벌로 우뚝 섰다.
주위 사람이 당신의 자존심을 향해 벽돌을 던질지라도 그 벽돌에 상처받지 말고 도리어 성공을 쌓는 기초로 삼아라. 벽돌이 많이 쌓일수록 크고 높은 성이 될 것이다.

2011/06/04 Copyrightⓒ경기복지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