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재가노인복지서비스 확대의 필요성
[칼럼]재가노인복지서비스 확대의 필요성
  • 관리자
  • 승인 2005.06.17 1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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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가족문화 고려, 의료수요 충족 바람직한 대안


고령화 사회가 진척됨에 따라 다양한 노인복지서비스가 필요해지지만, 그중 아주 중요한 것으로는 재가노인복지서비스가 있다. 재가노인복지서비스란 시설노인복지서비스에 반대되는 개념으로, 거동 불편한 노인이 외딴 시설로 가지 않고 현재 살고 있는 집에 계속 살면서 필요한 서비스를 지역사회로부터 제공받는 것을 말한다.

사람이 오래 살면 결국 병약해지고 장기치료나 간호를 요하는 상태로 발전되는데, 이때 유사한 상태에 있는 노인들로 구성된 요양시설로 가는 것을 최대한 늦추고 가급적 자녀 및 배우자 혹은 오래된 이웃들과 더불어 살면서 공식 및 비공식의 서비스를 받을 수만 있다면 아주 자연스럽게 생의 마지막을 평안하게 보낼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 서비스는 치매, 중풍을 포함한 만성질환을 갖고 있는 와상 및 거동불편 노인에 대한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있어서 한국의 가족문화를 고려하면서 환자의 의료수요를 충족시킬 수 있는 바람직한 대안이다.
즉, 한국의 가족문화는 아무리 요보호노인이라 하더라도 가정 밖의 시설에서 요양하는 것보다는 가정에서 모시는 것을 선호한다.

이는 고령화 사회의 가장 중요한 이슈 중의 하나인데, 주간보호(day care)와 단기보호(respite care), 그리고 가정도우미서비스(home help service)를 제공하는 이 서비스는 노인환자와 가족 간의 미묘한 문제를 자연스럽게 해결할 수 있는 제도이다. 거동불편 노인을 집에서 모시자니 여러모로 불편하고, 그렇다고 시설에 모시자니 효도관이나 부부애정이 그것을 허용치 않는 미묘한 갈등을 해결하는 방안인 것이다.

정부는 장기노인환자를 대상으로 하는 공적보장제도의 하나로 노인요양보장제도를 2007년부터 시작하려고 계획하고 있는데, 이는 결국 우리나라도 서구의 경우와 같이 거동불편 노인을 집에서 모시지 아니하고 집단시설인 노인요양시설로 보내는 제도를 시작하는 셈이다.

노인요양보장제도 안에 재가노인복지서비스가 일부 있기는 하나, 주된 내용은 요양시설을 많이 짓고 그곳에 가정에서 모시기 어려운 노인을 모시자는 것이다. 거동 불편하지만 제대로 보호를 받고 있지 못한 노인들이 많기 때문에 생기는 제도이기는 하지만, 결국 이제 우리나라도 곧 너싱홈(nursing home)에서 고독하게 죽어가는 노인들을 어렵지 않게 보게 될 것이다.

정부는 현재 약 300여 개의 재가노인복지시설에 국고지원을 하고 있는데, 여기서 그치지 아니하고 보다 적극적인 재가노인복지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한국적 지역사회보호 모형’을 개발해야 한다. 일본에서는 1994년 고령자 보건복지를 위한 ‘신(新) 골드플랜’에서 주간보호소 17,000개를 설치하고 단기보호소에 60,000명이 이용할 수 있도록 하며, 가정봉사원 17만 명을 배치할 계획을 수립하였었다. 보건복지부나 지자체가 경제적 여력이 있다면 이젠 더 이상 경로당을 지을 것이 아니라 주간보호소와 단기보호소를 지을 계획을 세워야 하며, 가정도우미제도를 확대하는 데 예산을 써야 할 것이다.

재가노인복지서비스를 확대하기 위한 대책으로 몇 가지를 제안해 볼 수 있겠다.

첫째, 현재 전국에 40,000여개의 경로당이 있는데 이곳 중 일정 수에 시설 개보수 예산을 지원하여 주간보호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경로당은 전국 어디에나 산재해 있으나 겨우 노인들의 휴식 공간 밖에는 다른 기능이 별로 없다. 경로당은 집에서 가까운 곳에 위치해야 하는 주간보호서비스의 특성에도 잘 맞고, 비교적 건강한 노인들이 병약한 노인들을 보살필 수 있다는 점에서도 시도해볼 만한 대안이다. 경로당이 어렵다면 다양한 형태의 노인복지회관에 주간 및 단기보호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지원할 수 있을 것이다.

둘째, 종교기관이 재가노인복지서비스를 제공하는 주체로 기능할 수 있다. 교회 안에 여유 있는 공간을 활용하거나 혹은 교회가 지역 내에 공간을 마련하여 주간 및 단기보호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지금까지 아동을 위한 선교관을 운영하였던 경험을 노인을 위한 서비스로 전환할 수도 있을 것이다. 신도들을 가정봉사원으로 훈련시켜 가정도우미서비스를 제공하게 하는 것도 교회가 할 수 있는 아주 좋은 봉사활동이다. 정부의 지원을 활용하면 경제적으로 큰 부담 없이 노인복지사업에 기여하는 일이 될 것이다.

셋째, 정부는 ‘한국적 지역사회보호 모형’을 구축하기 위해 연구와 예산투입에 박차를 가해야 할 것이다. 전통적 가족주의와 현대적 개인주의를 잘 절충시킨 모형을 개발하여 경제적 및 신체적 여건에 따라 노인이 배우자 및 자녀, 그리고 이웃과 지속적인 관계를 유지하면서 평생을 살 수 있는 다양한 모형을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


글_김동배 교수(연세대사회복지대학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