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아닌 다른 사람을 돌아본다는 것에 감사”
“나 아닌 다른 사람을 돌아본다는 것에 감사”
  • 관리자
  • 승인 2005.06.17 1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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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랫동안 자리에 누워계시는 어르신을 돌아본지 벌써 3년이 되었다. 덩그러니 누워계신 모습을 보면 안타까움과 ‘얼마나 밖에 나가고 싶으실까?’라는 애처로움에 마음이 짠하다. 하루 종일 천정을 바라보며 말할 상대 없이 홀로 무슨 생각을 하실까!

문을 열고 들어서는 순간 경계하는 소리 반 반가운 소리 반으로 “누구냐”라고 하신다. 언제나 “빨갱이가 나를 때렸어, 빨갱이 좀 잡아줘, 매일 나를 괴롭혀”라는 응석부리는 말 속에는 괴로움이 들어있다. 아마도 6·25전쟁 때 아픈 기억이 있으신 것 같다.

아이를 달래듯 빨갱이를 신고하겠다고 하고는 기저귀를 갈고 국에 밥을 말아서 드린다. 어르신은 꽤나 까다로운 분이시다. 밥과 국과 반찬을 주는 속도가 마음에 맞아야지 아니면 역정을 내신다. 양치를 해 드리고 나면 가끔 옛날이야기를 해 주신다.

미군부대에서 ‘마마상’을 한 이야기, 아이를 키운 이야기 등을 할 때 눈가에 짓는 미소는 정말 천진스럽다. 그러나 지금은 아무도 찾지 않는 방에서, 곰팡이가 설고 냄새가 나는 방에서 거의 10년을 누워서 봉사자만 기다리는 모습을 보면서 시골에 계신 부모님 생각이 나기도 하고 나의 노년을 그려 보기도 한다.

나의 작은 이 손길을 기다리는 분이 있다는 것이 얼마나 감사한지 모르겠다. 나라를 지키고 이렇게 발전시켜 놓은 어르신들 덕에 지금의 내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지금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나 아닌 다른 사람을 돌아본다는 것이 참으로 감사하다.

인사를 하고 일어서려고 하면 “엉덩이가 불편하다 기저귀를 다시 봐라” 하면서 시간을 끄는 모습에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을 때도 있다. 철문을 열쇠로 잠그고 뒤돌아서는 마음이 무겁지만 다시 볼 때까지 건강하시기를 바라는 간절한 마음으로 하늘을 본다.

<자원봉사자 홍성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