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나보았습니다]LS전선(주) 군포공장 사랑나눔회
[만나보았습니다]LS전선(주) 군포공장 사랑나눔회
  • 관리자
  • 승인 2005.06.17 1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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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선물을 갖고 싶어? “바다요~”>
-매주 양지의 집 찾아, 봉사할 수 있는 곳이 있어 오히려 감사


“예지야! 안녕! 예쁜 얼굴에 침이 자꾸만 흐르지?”
“두리 휠체어에 머리를 잘 받쳐 주세요.”
“가남이는 준비 다 되었니?”
“진영이를 돌봐주실 분 빨리 오셔서 진영이 몸을 붙잡아 주세요.”

좀처럼 햇볕아래 나설 기회가 없는 뇌성마비재활원 양지의 집 식구들이 일년에 한번 손꼽아 기다리는 바깥나들이. 재활원 앞마당이 오랜만에 떠들썩하다.

좋은 회사에 다니면서 받은 것이 많고, 생활도 안정되어 어려운 이웃에 대한 책임이 느껴지던 차에 직장동료들의 마음이 모아져 LS전선(주) 군포공장 사랑나눔회 봉사활동을 시작한 것이 벌써 7년 전. 공장 내 근무처는 다르지만 봉사 일정이 정해지면 인터넷홈페이지, 식당게시판을 이용해서 정회원 180여명에게 전달하고, 보통 20여명의 회원들이 토요봉사에 참여한다.

미인가시설의 열악한 환경 속에서 장애아를 사랑과 애정으로 자녀처럼 볼보는 일에 조금 지쳐 있던 양지의 집을 우연한 기회에 방문하면서 후원금을 전달하는 것 외에 ‘사랑나눔회’가 할 수 있는 봉사를 찾기 시작했다.

혼자의 힘으로는 앉을 수도, 고개를 가눌 수도 없어 몸을 돌려주어야 바라볼 곳이 생기는 아이들은 늘 기저귀를 차고 있어야 하고, 뒤처리가 어려운 상태여서 면역력이 약한 뇌성마비아이들에게는 청결한 환경이 더욱 필요한 상황이었다.

사랑나눔회에서는 회사의 배려와 회원들의 기술로 소각로를 제작하여 양지의 집에 설치해 쾌적한 주변 환경을 만들어 주었다. 휠체어가 다닐 수 있는 길도 닦아 놓고, 자장면도 만들어서 아이들과 함께 먹고, 아이들의 몸도 씻기고, 대부분의 교사들이 여자인 재활원에서 건물을 보수하거나, 힘이 필요한 작업이 있을 때면 언제든지 달려와 씩씩하게 도움을 주고 있다.

양지의 집에 사는 30여명의 뇌성마비장애아들은 서 너 살쯤 되는 아기부터 초등학생, 스물다섯이 넘은 아이, 서른이 넘은 장애우 까지 연령층이 다양하다. 때문에 사랑나눔회에서는 아이들을 찾아갈 때마다. 매번 아이들이 받고 싶은 선물이 무엇인지 미리 알아내서 노트, 화장품, MP3, 이어폰, 과자 등 다양한 선물로 한명 한명에게 소중한 마음을 전한다.

몇 번의 거절 끝에 이루어진 인터뷰에서 최종각회장은 “몸이 건강하고, 도울 수 있는 힘이 있어서 다행이고, 또 안정된 직장생활 속에서 오히려 봉사할 수 있는 시설이 있는 것이 더욱 감사할 뿐이죠. 요즘에는 맹장호 총무를 비롯해서 온 가족이 모두 봉사에 참여하는 회원들이 늘어 땀 흘린 적은 봉사에 비할 수 없는 큰 보람과 기쁨을 더 얻어간다”고 하였다.

손가락 하나도 마음대로 움직일 수 없는 중증 뇌성마비아이들에게 있어 바깥나들이는 너무나 고마운 배려이다. 그동안 사랑나눔회에서는 아이들이 가고 싶어 하는 청와대, 쌍둥이 빌딩, 63빌딩, 코엑스 아쿠아리움을 연 행사로 진행해 왔고 그럴 때면 회사에서는 대형버스를 준비해 주고, 회원들은 나들이 전체를 주관해 왔다.

5월 28일은 참 꿈같은 날이었다. 바다가 보고 싶은 아이들의 소망대로 제부도를 다녀온 것이다. 늘 침이 마르지 않는 아이들의 목엔 빨강, 파랑 손수건이 멋진 머풀러가 되고, 아직 볼 수 있는 눈과, 들을 수 있는 귀에 바다를 담아 주기 위해 회원들은 언덕계단을 넘느라 휠체어를 들어 나르고, 아이들이 새로운 환경에 놀라지 않고 즐길 수 있도록 세심한 배려를 하느라 동분서주 하였다.

마음속에서 일어나는 수많은 감정들이 말과 표정이 되기까지 보통 사람의 몇 배나 힘을 써야하는 뇌성마비 아이들 이지만, 사랑받을 때마다 버림 받은 상처가 잘 아물어서 마음이 행복해 지기를, 사랑을 나누는 이들이 오히려 힘을 얻어 더 많이 나눌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권연순 기자 (2005.6.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