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내 마음 속에 간직한 에티오피아의 모습들
[현장]내 마음 속에 간직한 에티오피아의 모습들
  • 관리자
  • 승인 2012.03.28 1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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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자동차그룹 해피무브 글로벌 청년봉사단으로 활동하게 된 우리 일행은 비행기를 타고 반나절도 넘는 시간 만에 에티오피아에 도착했다. 비행기가 이· 착륙할 때마다 귀가 아팠고 편하게 잠을 자지 못해서 허리와 목이 아팠지만 무엇보다도 더 아팠던 것은 우리일행이 도착한 현장의 모습이었다. 의·식·주를 당장 해결해야 했고 현재만이 있었던 그들이 내게는 너무나도 낯설고 안타깝게 느껴졌다.

우리는 에티오피아 수도 아디스아바바 외곽의 작은 마을에 공동 화장실을 짓기 위해 해비타트 커뮤니티분들과 함께 파견됐다. 마을에는 판잣집이 여러 채 있었지만 마땅한 화장실이 없어 사람들은 근처 개울가에서 일을 해결한다고 했다. 온 몸으로 그곳의 상황이 느껴졌다.

그들이 불행하다는 것은 결코 아니었지만 그들에 비하면 우리는 정말 행복한 사람들이고 우리가 가진 것에 대해 고마워할 줄 알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마음이 나뿐만 아니라 내가 속한 B팀 스물한 명 모두에게 있었기에 말하지 않아도 팀 모두가 열심히 불평하지 않고 일을 할 수 있었을 것이다.

첫날부터 우리는 두 명씩 짝을 지어 열심히 흙과 자갈을 실어 날랐고 그것을 공사현장으로 옮긴 뒤 철근을 지그재그로 연결해서 철사로 묶는 기초 공사 작업, 그리고 철근을 따라 벽돌을 쌓으면서 사이사이 시멘트로 칠하고 마지막으로는 모서리 부분에 시멘트를 넣어 굳히는 작업을 했다. 처음의 목표대로 2개의 화장실을 벽돌까지 다 올리는데 성공했지만 비가 오는 바람에 지붕은 올리지 못한 것이 못내 아쉬웠다.

에티오피아 사람들은 사소한 것을 베풀었다. 우리가 일할 때 몇 번이고 안녕이라는 뜻의 “살람”이라고 인사를 해주고 혹시 힘들까 남녀노소 상관없이 어색한 아프리카식 영어로 “캔아이헬프 유?”하며 다가왔던 모습이 오랫동안 기억에 남는다.

해피무브를 통해 에티오피아에 다녀와서 우리가 그들에게 베풀었다기보다는 오히려 작은 친절을 베푼 그들에게 더 많은 것을 배운 것 같다. 한국에 돌아와 내 생활도 약간의 변화가 있었다. 친구들이나 동아리 사람들에게 사소한 친절을 베풀며 하루를 시작하게 되었고 그것 때문에 하루 종일 기분이 좋아져서 지내곤 한다.

에티오피아를 떠나 올 당시 나는 울지 않았다. 친절한 경찰들, 지역 주민들, 아이들과 헤어지면서 또다시 만날 수 있을거라 생각했나보다. 하지만 7만km나 떨어진 지금 그들과 함께 지냈던 사진들을 넘기다 보니 내 눈시울이 붉어진다.


카이스트 기계공학과 10학번 임현성
2012/03/28 Copyrightⓒ경기복지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