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절과 감사, 그리고 건강 [1]
좌절과 감사, 그리고 건강 [1]
  • 관리자
  • 승인 2012.05.05 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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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몸과 마음, 영혼은 별개로 존재하지 않는다.


“환자 스스로 자신의 마음 속 깊이 자리잡은 좌절과 분노 다스려야”


지난 호까지 어떻게 하면 환자와 의사가 좋은 관계를 만들 수 있을까 고민해보았는데, 이번호에서는 사람의 마음과 건강에 대해 생각해보고자 한다.

필자가 근무하는 병원에서는 40~ 50대 중년 여성들이 종합검진을 많이 받고 있는데, 말 그대로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안 아픈 데가 없는 분들을 종종 만나게 된다. 전자차트에 기록을 하다보면 한 페이지가 훌쩍 넘어가곤 하는데, 때로는 어떤 표현으로 다 기록을 해야 할지 난감하기까지 하다. 그리고 온갖 검사를 다 마친 후에도 특별히 큰 이상 소견이 발견되지 않는 분들이 다수를 차지한다. 대개 본원뿐만 아니라 여러 병원을 전전했던 분들도 많지만, 어디에서 무슨 검사를 해도 딱히 중대한 소견은 없는 경우가 많다.

그런 분들과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다보면, 마음속에 강한 스트레스 혹은 ‘한’이 있음을 발견하게 되곤 한다. 사람의 몸과 마음과 영혼은 별개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기에, 어느 하나가 병이 들면 다른 것도 함께 병들곤 한다는 것을 알게 되는 순간이다. 차마 누구한테 얘기 할 수 없는 깊은 아픔, 좌절, 분노, 그리고 그것들이 켜켜이 쌓인 한이 결국 마음뿐만 아니라 신체까지 아프게 하는 것이다. 우리나라를 비롯하여 정신건강의학계에서는 이런 것을 ‘정신신체질환’이라 하여 치료하기도 하고, 일본에서는 ‘심료내과’의 진료 영역으로 하여 별도로 치료하기도 한다. 안타깝게도 우리나라에서는 정신과와 정신질환에 대한 좋지 않은 이미지와 사회적 낙인 효과 때문에 초기에 잘 치료 받지 못하고 병이 깊어진 경우를 자주 접하게 된다.

기본적으로는 정신건강의학과 외래에서 깊이 있게 상담하고 적절한 약물을 통해 잘 치료를 받아야 할 것이나, 환자 스스로 노력해야 할 중요한 부분이 자신의 마음 속 깊이 자리 잡은 좌절, 분노, 이런 것들을 잘 다루는 것이다. 탐욕적인 현대 자본주의 사회가 속삭이는 욕망 추구, 그리고 이루지 못한 것들에 대한 좌절, 인간관계와 삶의 성취를 돈으로 환산하기까지 하는 세태, 그 속에서 싹 트는 분노, 이런 모든 것들을 ‘내려놓는’것이 이러한 상황에서 탈출하는 첫 단추이리라. 그리고 그 모든 것을 극복하고, ‘감사하는 삶’으로 나아가는 것이 해결의 지름길일 것이다. 현재 자신의 상황들 속에서 ‘감사의 제목’들을 찾아내고 그것을 마음으로 또 말로 표현하며 살아갈 때, 마음의 병도 몸의 병도 함께 나아질 것이다. 또한 가족들이나 가까운 주위 사람들이 그렇게 힘들어 할 때 그 사람의 손을 붙잡고 함께 ‘감사하는 삶’의 길을 걸어가야 하리라.

자신의 삶에 대한 감사와 서로를 향한 사랑이 건강의 가장 중요한 비결임을 필자는 확신한다.

장규진
직업환경의학전문의, 보건학석사
수원 박희붕외과 프리미어검진센터

2012/05/05 Copyrightⓒ경기복지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