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복지하는 기업·복지하는 사람-김은희 선생님을 만나
[INTERVIEW]복지하는 기업·복지하는 사람-김은희 선생님을 만나
  • 관리자
  • 승인 2012.11.03 2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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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비부머 세대가 전하는 희망의 메세지


군포시 대야미동 주민자치위원회가 지역주민아동들을 위해 운영하는 주민자치프로그램 중 지난 4월 첫 주부터 초등, 유아미술프로그램을 맡으신 김은희 선생님. 아이들이 가끔 ‘할머니~’라고 말실수를 할 정도의 만 55세 중년. 젊은이들과의 경쟁을 쉽게 이길 수 없는 나이. 우리는 그녀를 베이비부머세대라 부른다.
전체인구의 14.6%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베이비부머세대는 그녀처럼 위로는 장수하는 부모님들을 모셔야 하고 아래로는 시집 장가보내야 하는 자녀들을 여전히 양육해야 하며 사회에서마저 힘없이 물러난 사람들이다.
군포시 대야미도서관 2층 예절교실에서 김은희 선생님을 만나 새롭게 시작한 그녀의 삶을 통해 베이비부머세대들에게 전하는 희망의 메시지를 들어보았다.

-틀 안에 가두었던 아이들을 세상 밖으로 보낼 수 있는 넉넉함으로

열 살 남짓한 아이들의 손에 도화지 한 장과 4B연필 한 자루를 각각 들려 옥상으로 올려 보낸 선생님이 아이들을 향해 한 가지 미션을 던져주셨다.
“눈과 가슴을 열고, 보이는 풍경을 자신이 만든 주제에 맞도록 마음껏 자유롭게 표현해보세요.”
건너편 배추밭의 파릇한 모습을 표현한 아이, 멀리 보이는 빽빽한 숲을 표현한 아이…….

저마다의 생각을 그려내는 아이들을 바라보며 김은희 선생님께서 “자유롭고 창의적인 공간을 제공해서 아이들이 가슴을 활짝 열고 긴 호흡으로 인생을 살아가도록 돕고 싶어요. 억압되지 않은 분위기가 어느 날 숨은 재능을 발굴해 낼 수 있다고 생각해요”라고 말씀하셨다.

그런 깨달음은 결코 짧은 시간에 다져진 것은 아닐테다.
대야동주민센터 내 사회복지담당 간사도 “자연스러움과 여유로움을 표현하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 연세가 있어 경험이 많은 분이 더 낫다고 생각을 했어요. 훌륭한 실력을 갖추고 있음에도 나이 때문에 일을 할 수 없는 것은 안타까운 일인 것 같아요.”라고 했다.

-따뜻함이 묻어나는 삶의 철학으로
세상을 아름답게 볼 줄 아는 아이로 가르치다


대학에서 산업미술을 전공했고, NGO학과에 편입하여 복지학도 공부했으며 유치원을 경영하며 유아교육까지도 했었던 화려한 이력 저편에 김은희 선생님의 더 진한 ‘나눔 인생’의 이야기가 있었다.

중학교 3학년 때부터 운동, 외국어공부, 봉사를 ‘꼭 해야 할 세 가지 일’로 정해 놓았다고 한다. 그런 계기로 8년 전, 안양에 있는 모 보육원과 논산의 보육원까지 5년이라는 긴 시간 봉사활동을 다녔고 10년째 흥사단 투명사회운동본부 위원장을 맡아서 학교장의 재량에 따라 이루어지는 투명교육을 위한 일도 하고 있었다. 뿐만 아니라 현재 출석하는 종로의 어느 교회 내 지역아동센터에서도 많은 봉사자들과 함께 학과공부, 영어, 일어, 그림공부에다 미술치료까지 가르치고 있었다.

‘세상을 향해 다가가기’가 그녀의 주된 삶의 철학이라 그런지 교실 안 풍경도 모난 구석이 보이지 않았다.
군포대야초등학교에 다닌다는 3학년 한결이는 1학년 때부터 그림공부를 했다고 한다. 지금 선생님의 어떤 모습이 좋으냐는 기자의 질문에 “어떤 것을 물어볼 때마다 친절하게 설명을 잘 해주셔요. 아이들이 떠들거나 말을 듣지 않을 때도 화내지 않고 잘 지도해주셔서 참 감사해요.”라고 수줍게 대답했다.
하지만 이런 한 차원 다른 수업방식에 익숙지 않은 학부모들 때문에 가을학기를 시작하며 한차례홍역을 치르기도 하셨다는 선생님이 “학생들이 쏙 빠져나갔을 때 또 나이 때문에 오는 반향(反響)에 고민해야 하는구나 생각하니 우울하더라구요. 하지만 다행히 저의 소신은 전혀 요동치 않았어요.”

-“젊은이들에겐 좋은 스승으로,
베이비부머 세대에겐 희망이 되고 싶어요”


아이들을 가르친 지 5개월이 되어 가고 있지만 학부모들에게 아직 자신이 어떤 교사인지 소개하지 않았다고 한다. 시기를 놓쳐서이기도 하지만 또 다른 한 편으론 능력과 실력이 아닌 ‘나이 많은 선생님’이라는 선입견을 가지고 자신을 바라볼 수 있겠다는 염려도 있었다고 한다.

매주 화요일과 목요일. 아이들을 만나러 오는 날, 분당에서 군포로 오는 내내 자신을 향해 ‘참 장하다. 정말 잘 하고 있어’라고 격려하신단다.
“고학년 아이들이 가끔 자신이 그린 그림을 사진으로 보내고는 코치를 해달라는 문자를 해요. 그럴 때 약간의 조언을 해주면 ‘역시 선생님은 저희가 따라갈 수 없어요. 정말 짱이예요’라며 고마움을 표현할 땐 힘이 솟아나요. 어느 정도 연륜을 갖춘 우리 같은 세대가 사회곳곳에 남아서 무게중심을 잡아주면 더 안정된 사회가 되지 않을까 생각해요”라고 말씀하셨다.

지극히 현실적인 아픔 한 조각을 하나씩 가지고 살아가는 베이비부머 세대들에게 희망을 가지라는 강한 메시지로 들리는 것은 비단 기자만이 아닐 것이다.
하고 싶으신 게 너무 많은 그녀는 현재 설립하여 운영하고 있는 비영리문화예술민간단체인 사단법인 ‘더불어 길’을 통해 지역사회에 작은 도움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사회복지를 공부할 때 설문조사를 하며 만난 이웃들을 바라보며 그들과 더불어 살아가고 싶은 소망을 품었다는 말과 함께.

인터뷰를 하는 내내 인생을 55년이나 사셨다는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앳되고 고운 모습을 보며 그 능력과 따뜻한 마음이 그냥 묻혀버렸다면 정말 아까웠겠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오인옥 기자

2012/11/03 Copyrightⓒ경기복지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