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은 소중해요
생명은 소중해요
  • 관리자
  • 승인 2005.07.17 10:5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생명은 소중해요"


우리 집에는 모두 네 명의 아이들이 있다. 본래부터 나는 심한 정도의 만성 무배란과 무월경으로 일년 내내 거의 배란이 안돼 자연스러운 임신이 어려운 상황이었다. 그래서 약과 주사로 배란치료를 하게 되었고 꼬박 6개월 만에 임신이 되어 34세의 나이에 첫아기를 낳을 수 있었다.

둘째때도 역시 똑같은 방법으로 치료를 시작했지만 5개월만에 나는 너무 힘이 들고 지쳐서 포기하게 되었고 그냥 치료 없이 지내게 되었는데 한달이 지났을까? 그냥 임신검사를 해보게 되었는데 소변검사에서 임신으로 결과가 나왔다.

첫째 임신때는 아기를 갖기 위해서 내가 열심히 노력한 노력의 댓가라고 생각했지만 이번에는 무월경인 내게 누군가 주신 선물이란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해서 아이 둘을 키우던 중에 한 아기를 더 낳고 싶다는 마음이 강하게 들면서 다시 힘을 내어 본격적인 배란치료와 검사를 하기 시작했다.

이러한 모든 노력에도 아기가 생기지 않자 이제는 남편과 함께 입양에 대해 의논하게 되었다. 그런데 이게 왠일인가? 더 이상 치료하지 않기로 작정한 그 다음달 셋째아이가 저절로 생긴 것이다. 이것은 그 누가 뭐라 해도 기적이었다. 그렇게 셋째를 낳았다.

그러나 14개월후 넷째아이를 임신한 사실을 알았을 때 우리부부는 이번엔 기절할 뻔했다. 원하지도 않았고 계획에도 없이 주어진 그 생명에 대한 당혹스러움은 이루 말할 수 없었고 나중에야 임신을 받아들이고 감사할 수 있게 되었다. 결국 네 번의 제왕절개술을 통해 네 아이를 얻은 것은 전적으로 나의 계획은 아니었다.

우리는 대부분 착각 속에 사는 것 같다. 아기를 갖고 싶다고 만들고 갖지 않겠다고 계획해서 안가질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생명은 우리 맘대로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사람은 모두 서로 다른 유전자를 가지고 개개인 모두 독특하게 태어난다는 것은 의학적인 사실이다. 서로 다른 성격, 기질이지만 그 사람은 이 세상에 단 하나뿐인 존재로 귀하게 태어나는 것이다.

산모가 오랜 시간 진통을 겪어낸 후에 분만 할 때가 다가오면 분만실에서는 아기를 받기 위해 바쁜 준비가 시작된다. 마지막에 준비를 마치고 아기머리가 보일 듯 말듯 잠시 기다리는 순간이 있는데 그 잠깐의 시간이야 말로 얼마나 엄숙한 순간인지 모른다. 이 세상에 그토록 독특하고 귀중한 단 한 사람이 태어나는 것이다.

의학적으로 볼 때 사람생명의 시작은 엄마의 난자와 아빠의 정자가 만나서 이루는 수정의 시점이다. 이때는 아직 산모자신이 임신했는지 안했는지를 모르는 시기이지만 2-3주가 지나서야 임신을 확인할 수 있게 된다.

나는 매일 태아들을 초음파를 통해서 보는데 이들이 바로 그 탄생의 순간에 만나게 되는 아이들의 어린 모습인 것이다. 임신 만 2개월이 되면 2.5cm의 아기는 꼬물꼬물 움직인다. 심장 뛰는 것도 보이는데 이것은 생명이 잘 살아 있다는 뜻이다.

그런데 이 생명은 도대체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사람의 몸 안에는 유전자지도란 것이 있는데 그것은 그 사람의 설계도면과 같다. 하물며 건물보다 복잡한 사람의 설계도면을 만든 그 누가 있지 않겠는가?사람의 외모나 나이나 하고 있는 일이나 장애여부에 상관없이 우리 모두는 귀하고 독특하게 설계되어져 있고 사랑받기에 충분한 가치 있는 존재들임에 틀림없다.


글_강영수 원장

이화여자대학교 의과대학및 대학원 졸업 / 이화의료원 산부인과 전공의 수료
산부인과 전문의 취득 / 현, 샘여성병원장 / 한국누가회 생명윤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