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데스크]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하는 세상을 그리며
[현장데스크]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하는 세상을 그리며
  • 관리자
  • 승인 2012.11.03 2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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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6월 과천시 장애인복지관 개관을 앞두고 직원교육에 열심을 내고 있던 어느 목요일.
전날 놀이터에서 동네 형들과 놀다 다쳤다는 둘째 아이가 수요일 저녁부터 다리가 아프다며 걷지 못하고, 다리를 만지면 아프다 울며 엉덩이를 밀고 다녔다. 혼자 할 수 있었던 일상생활 전반을 도와야 했지만, 내일이면 괜찮아 질 것이라며 대수롭지 않게 생각 했다.

이직한지 얼마 되지 않았기에 나는 출근을 하였고, 남편에게 병원 진료를 부탁했다. 그날 오후 아이와 병원에 다녀온 남편은 대퇴골두무혈성괴사(LCP)라는 병명과 심할 경우 다리를 절단할 수도 있다는 무시무시한 이야기를 했다. 이제 5살인데, 절단이라니…….

순간, 머리가 복잡해졌다. 중도 장애인의 비율이 높다는 것은 이미 알고 있었지만, 한 번도 우리 가족이, 아니 내가 장애 부모가 될 것이라는 생각은 해보지 않았다. 장애인복지관에 괜히 왔나? 라며 말도 안 되는 자책을 하기도 했다.
다행히 우리 아이처럼 어릴 때의 발병이 예후가 좋다고 했으며, 현재 우리 아들은 재생이 되어 건강하게 지내고 있다. 그렇게 처음으로 느꼈던 ‘장애’라는 불안감은 특별한 사람이 아닌 누구에게도 노출되어 있다는 것을 경험을 통해 깨달았다.

내가 근무하는 곳은 과천시장애인복지관내 푸르나래 단기보호시설로 일상생활을 영위할 수 없는 장애인에게 단기간 보호와 다양한 서비스를 통하여 삶의 질을 향상시키고 보호자의 부양 부담 감소를 목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이용 대상은 8세 이상~40세 미만 과천시 거주 장애인으로 단순 보호와 더불어 상담, 개인별 맞춤 교육훈련 프로그램과 다양한 취미여가활동, 체험홈(jump) 등을 진행하고 있다.

과천 인구 72,000명, 장애 인구는 3.2%인 2,200명. 그 중 50% 이상이 60대 이상 노인으로, 실질적으로 시설을 이용할 수 있는 대상은 10%가 조금 넘는 정도이며 좁은 지역적 특성으로 주간·수시·일시 보호까지 진행하고 있다.
1년 5개월 동안 직접 서비스 현장에서 장애인 당사자와 가족들을 만나며, 8년간 노인복지 쪽에 근무한 사람으로 당사자와 직접 소통이 아닌, 삼자인 부모와의 소통에 종종 어려움을 느꼈다. 되돌아보면 모든 것이 직원인 내 입장이 먼저였고, 복지관에 근무하기 전에는 장애가 옮는 것은 아니지만 왠지 부정적인 느낌이었다. 게다가 그들의 가정은 행복하지 않다고 생각했으며, 사회복지사의 판단과 생각으로 전부를 도와야 한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다행히 그들을 알고 싶어 읽었던 여러 권의 책과 복지관에서의 다양한 교육, 지속적인 상담을 통해 부모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게 되었고, 무엇보다 장애인 자녀가 힘들고 어려운 존재만이 아닌 그들을 통해 더 많이 배우고 성숙 된다는 고백에 참 감사했다. 그렇게 기본을 바꾸고, 당사자의 삶, 인권을 바탕으로 이용자 중심의 서비스를 제공하고자 노력하고 있으며, 이에 단기보호시설을 이용한 장애인과 가족의 긍정적인 변화가 있었으며 오늘도 행복하게 동행하고 있다.

그리고 생각한다. 무지했던 내가 그랬듯 많은 사람들이 나와 다르다는 이유로 이상한 눈초리를 보내지 않았으면 좋겠고, 쯧쯧 혀를 차며 불쌍하다고 이야기한다거나, 전염병이라도 있는 듯 피해 다니지 않길 바란다.
2000년 11월 잘나가던 댄스 가수가 교통사고로 하루 아침에 장애인이 된 것처럼, 장애는 언제든 누구에게든 찾아올 수 있기에 장애인이 되었을 때 가장 힘든 것이 무엇일지 생각해 보았으면 한다.

장애인도 우리와 똑같이 느끼고 생각하고 행동하며, 이 모든 것에 권리가 있다. 비장애인이 사회에서 어려움 없이 살아가는 것처럼 장애인도 동일한 삶을 살 수 있는 사회. 이에 더 이상 장애인 부모들이 자녀보다 하루 더 살기를 원한다는 기도를 하지 않는 날이 오길 바란다.


과천시장애인복지관 단기보호팀장 김광옥

2012/11/03 Copyrightⓒ경기복지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