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나보았습니다]장애인 의상디자이너 안선영씨
[만나보았습니다]장애인 의상디자이너 안선영씨
  • 관리자
  • 승인 2005.07.17 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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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능과 디자인이상 중요한 것이 입는 사람의 편안한 마음이죠”

-‘작은 변화로 큰 자유를’ 장애인의류회사 마이리오 운영


“처음부터 계획하고 이 일을 시작한 것은 아니었어요.” “좋은 일이요? 그런 말들을 때가 제일 난감해요” “요즘 쇼핑몰 사이트에 빅사이즈 옷이 있는 것처럼, 장애인의상도 다른 옷들처럼 수요가 많은 분야예요. 단지 조금 먼저 제가 이 일을 시작했을 뿐이죠….” 안선영씨(장애인의상 디자이너)를 만나 건넨 인사에 되돌아온 그의 말이다.

어렵게 알아낸 그의 연락처를 통해 인터뷰를 준비하면서 ‘장애인에게 맞는 의상이 필요하다’ 는 그의 디자인 작업의 출발이 참 아름답고 고맙다는 생각이 들었다.

먼 곳을 돌아 안양에 있는 그의 작업실에 들어서자 패턴작업에서 가봉까지, 아이디어를 메모하고, 스케치한 흔적들이 벽 곳곳에 자유를 위한 변화를 꿈꾸며 숨쉬고 있었다.

그의 땀과 열정과 미래를 만들어가는 ‘마이리오(MY RIO. Rehabilitative & Impl-ental One)’는 재활을 위해 도움이 되고 도구가 되는 것, 그리고 그것은 만드는 사람이라는 뜻으로 출발한 회사다.

장애를 가진 분들의 재활을 위한 옷을 만드는 일로부터 시작해, 우산을 따로 들 수 없는 장애인을 위한 우비, 감각이 없는 하반신 보온을 위한 무릎덮개, 휠체어 조정기 덮개, 양손사용이 부자유한 사람을 위한 속옷, 휠체어에 부착할 수 있는 핸드폰꽂이, 식사용에이프런, 휠체어고정밸트 등 계속해서 장애인을 위한 제품들을 제작하고 있다.

늘 새로운 것을 찾아 도전하고 경험하던 20대. 수원대 의류직물학과를 나와 정말 하고 싶었던 일을 밤낮없이 일하면서 힘든 줄 몰랐던 8년간의 직장생활, IMF로 동료들과 함께 직장을 잃고 좌절하던 순간 우연이었을까? 지하철역에 붙어 있던 해외봉사단원 모집 포스터를 보고 지원하였다.

국내훈련을 마치고 방글라데시로 파견되어 근무하던 2년, 자신만 아는 도피처로 여겼던 그곳의 생활, 학생들에게 염색을 가르쳐 주기 위해 공부하고 작업에 충실했던 시간들, 그러나 그뿐 만은 아니었다. 방글라데시 수도 다카에서 북쪽으로 120킬로미터 떨어진 마이멘싱(Mymens-ingh)의 장애인센터에서 만난 형제자매들과의 사랑은 안선영씨가 장애인의상 디자이너 안선영으로 서 있게 하는 모티브가 되었다.

해외자원봉사를 마치고 귀국한 그는 장애인의상연구소 패턴 담당 자원봉사자로 활동하면서 대구대학교 재활과학과에 편입해 장애인을 이해하고, 장애인의 필요를 아는 디자이너로서의 길을 시작하였다. 발을 내딛자 서울산업진흥재단, 서울패션디자인센터 주최로 열린 ‘2001 모델리스트 컨테스트’에서 대상을 수상했고 그 다음해에는 독일 ‘롤리 모덴’사에서 장애인의상 패턴을 연구할 기회가 주어졌다. 자칭 날나리 카톨릭 신자라며 그가 조심스럽게 “당시에는 몰랐는데 서른이 훌쩍 지나고 보니 지금 이 일을 하게 하시려고 그동안 준비하게 하셨나 봐요”라고 고백했다.

패턴작업에 몰두하며 박음질 ‘한 땀’에도 목숨을 걸었던 시절이 있었던 그가 이제는 기능과 디자인이 좋아도 그 옷을 입을 사람의 마음이 편안하지 않으면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 디자인을 수정하는 여유가 생겼다.

“얼마전 하반신 마비 장애를 가진 분의 바지를 만들었는데, 주문하신분이 만족할 때까지 네 번이나 다시 만들었어요.” 이런 애정으로 옷과 생활용품들 제작하는 그를 만나면 평생고객이 된다.

지금은 고등학생이 되어 활동보조인의 도움을 받으며 학교생활을 하고 있는 은미는 4년전 안선영디자이너가 만났을 때만해도 작은 아이였다, 아가씨 티가 나는 은미의 교복을 만들면서 그는 “이 다음에 은미가 결혼할 때 웨딩드레스도 직접 해 주고 싶다’고 말했다. 밥 먹고, 옷 입고, 화장실 가는 일상생활이 힘든 장애인들, 단추를 채우고, 지퍼를 내리는 일, 고리를 끼우는 일, 입 안에 넣어준 음식물을 먹으려면 두 세배의 음식물이 입가로 앞섶으로 흘러내리는 뇌성마비장애인들, 그의 말을 듣다보니 필요한 것들이 너무나 많다.

안성영 디자이너에게는 필요가 곧 아이디어가 되고 제품으로 제작된다. 곁보기에는 일반인들의 옷과 구별되지 않는 디자인으로 기능면으로는 장애인들의 활동이 편안하게. 그가 만드는 제품에는 이런 세심한 배려가 담겨 있다.

요즘 들어 신문, 잡지, 인터넷뉴스 등에 알려지면서 이전보다 어색하고 숨고 싶은 마음이 들기도 하지만 ‘장애인 의상’분야가 많이 알려져서 더 많은 사람들이 이 일을 시작하고, 그래서 아직도 불편함에 갇혀 있는 많은 장애인을 도울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용기를 내고 있다고 말했다.

‘다양한 장애인 의상을 기성품화’하는 것이 그의 앞으로의 계획이다. 이 일에 동참할 젊은이들의 움직임이 시작된 것을 보면서 보이지 않는 것을 향해 끊임없이 도전하고 개척해 나가는 그의 행보에 박수를 보낸다.


권연순 기자 (2005.7.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