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800여 명의 어르신, 춘천행 청춘열차 타고 '효소풍' 다녀오다
[특집]800여 명의 어르신, 춘천행 청춘열차 타고 '효소풍' 다녀오다
  • 관리자
  • 승인 2013.06.15 1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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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합니다. 고맙습니다.”

낳으실제 괴로움 다 잊으시고~ 기르실제 밤낮으로 애쓰는 마음~”
어버이은혜 노래가 흐르자 800여 명 승객들은 감사와 감격이 뒤섞여 눈시울이 붉어졌다. 자신을 낳아준 부모를 생각하며 또 자신이 길러낸 자녀들을 생각하며 눈물을 흘리는 분도 계셨다.

지난 5월 6일과 7일 군포역에서 출발하여 춘천 김유정역으로 도착할 ITX청춘열차 내 풍경이다. 이들은 가슴에 빠알간 카네이션을 꽂으시고 설레는 마음으로 기차여행‘효소풍’을 떠나시는 어르신들과 사단법인 성민원이 수탁운영하는 군포시니어클럽 직원 그리고 자원봉사자들이다.

어린시절‘소풍’의 기억들을 추억 속에서 꺼내고

가정의 달, 어버이날을 며칠 앞둔 소풍날. 이틀에 걸쳐 두 팀으로 나누어 군포역에 집결한 군포시니어클럽의 7개 분야 24개 사업단 어르신들의 모습은 마치 초등학교 학생들 같았다. 기대와 흥분으로 가득 차 있었고 둘러맨 가방마다 간식들도 가득했다. 권태진 성민원 이사장, 김윤주 군포시장, 김판수 시의회 의장, 이학영 국회의원을 비롯한 많은 분들도 이른 아침 군포역에 나와 어르신들의 뜻 깊은 여행길을 배웅했다.

꿈빛강사로 인형극을 하고 계신 안윤순(71)어르신은 “어린 시절 여행 가던 날 새벽부터 나와 기차를 기다리던 때를 생각하면서 갔어요. 맑고 따뜻한 날씨에 숲생태해설가인 남편과 함께 하니 신혼 열차 같은 분위기까지 나더라구요.”라고 말했다.

군포시니어클럽의 김정호 실장(41)은 처음에는 관광버스를 타고 여행을 갈까 계획했다가 사고위험 때문에 기차여행으로 바꾸었다고 한다.‘기차여행’하면 떠오르는 사이다와 구운 계란의 추억을 선물하고 싶었다며 기차에서 드실 간식거리로 사이다와 구운 계란을 어르신들에게 나누어 주었다.

춘천 김유정역에 도착한 어르신들은 그 지방에서 유명하다는 닭갈비집에서 점심식사를 마치고 역에서 도보로 5분 거리에 위치한 김유정문학촌에 들러 김유정의 일대와 문학, 소설의 유래 등 문화해설사의 설명을 들으며 알찬 시간을 보냈다. 군포시니어클럽에서 숲생태 해설가로 활동 중인 서춘옥 어르신(67)은“김유정의 소설‘동백꽃’에 나오는 동백을 남부해안지방에서 자라는 동백나무에 핀 붉은색 꽃을 말하는 것으로 알았는데, 봄소식을 알려주는 생강나무의 노란 꽃이었더라구요.”라며 숲 공부에도 큰 도움이 되었다고 하셨다.

김유정문학의 배경이 되는 실레길 산책도, 옹기종기 모여앉아 봄나물 캐기도, 걷기가 불편하신 어르신들끼리 모여앉아 즉석에서 펼쳐진 흥겨운 노래자랑도, 손녀딸 같은 직원들의 애교 넘치는 재롱(?)에도……. 이번 여행이 생애 최초의 기차여행이셨던 어르신을 비롯하여 제2의 황금기를 누리시는 어르신들에게 최고의 선물이요 아름다운 추억이었으리라.

전국 최초로 기차여행 '효소풍’ 기획한 군포시니어클럽,
열정과 사랑으로 코레일 ITX 춘천행 청춘열차를 군포역에 세우다


보건복지부 노인일자리 종합평가대회에서 민간일자리분야 전체 1등급, 사회공헌형 우수수행기관으로 수상, 모범수요처 궁내초(실버급식부문) 보건복지부 장관상 수여. 이것은 군포시니어클럽이 올해 들어 일궈낸 성과다. 그런 시점에서 군포시니어클럽이‘효여행’을 기획한 것은 지난 5월, 노인복지법 개정안이 국회본회의를 통과하면서 시니어클럽도 이제는 노인일자리전담기관이 아니라 노인복지시설로 인정받았기 때문이다.

지난 3월 충주에서 열린 조장워크샵에 다녀온 어르신들의 행복해 하시는 모습을 보며 ITX청춘열차를 이용한‘효소풍’을 기획한 직원들은 오로지 어르신에 대한 공경심만으로 모두가 한 마음이 되어 일사천리로 일을 진행시킨 것이다.
ITX(Intercity Train Express ,도시간 급행열차)청춘열차는 젊은이들에게는 낭만과 꿈, 어르신들에게는 청춘에 대한 동경과 추억을 담은 열차라는 의미로 코레일에서 작년부터 시작한 여행 프로그램이다.

“춘천행 기차는 경기북부에서만 탈 수 있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군포역에 청춘열차를 세운 것은 이례적인 일이었어요. 게다가 배차 시간 때문에 8량이나 되는 칸 마다 어르신들을 신속하게 태운다는 것도 무척 긴장된 일이었어요.” 박미라 직원의 말이다.

군포시니어클럽의‘효여행’계획에 흔쾌히 협조를 약속하고 카네이션 등을 후원한 코레일과 IBK기업은행(군포지점) 그리고 직원들과 자원봉사자들의 노력과 땀이 있어 더 행복한 소풍길이 되었다.

사랑과 정성으로 내 부모를 섬기듯…
전국에서 가장 이직률이 낮은 직원들


군포시니어클럽에서 근무한지 3개월을 갓 넘긴 윤은정 직원은“어르신을 대하는 선배 직원들의 태도를 보고 깜짝 놀랐어요. 팔백 명이 넘는 어르신 한분 한분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 들어주고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며, 어르신들의 성함과 연세뿐 아니라 가정형편까지도 다 파악하고 있는 이유를 알겠더라구요.”라고 말했다.“단순히 일자리만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어르신들의 고독감을 해소시키고 자아를 실현하도록 돕는 것이 더 큰 복지라는 것을 체험하는 귀중한 시간이었어요.” 라며 박미라 직원도 덧붙여 말했다.

‘효소풍’이후 시흥시, 부산 금정 등 여행과정의 이야기가 궁금한 타지역 시니어클럽의 문의전화가 많았다고 한다. 궁금한 것이 비단‘여행’이야기뿐이겠는가! 장기근속연수 전국 최고를 자랑하는 시니어클럽의 역할과 방향, 그리고 어르신들의 열정의 이유가 알고 싶었던 것이 아니었을까?

“여행을 다녀오신 후 군포시니어클럽에 대한 소속감과 자부심이 더 커졌다고 말씀하시는 어르신들을 보며 그 힘으로 전국시니어클럽의 롤 모델이 되어 일자리사업뿐 아니라 새로운 복지모델을 창출하는 기관으로 거듭나고 싶어요.” 긍정적인 생각은 반드시 실천에 옮기고마는 군포시니어클럽 장은경 관장의 말이다.


글 오인옥 기자 / 사진 이주근 기자


2013/06/15 Copyrightⓒ경기복지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