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분노공화국에서 살아남기(2)
[건강]분노공화국에서 살아남기(2)
  • 관리자
  • 승인 2013.09.14 0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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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우리아이 정신건강의학과 의원 원장
유한익


혹시 당신은 화를 잘 내는 사람인가? 그렇다면 다음의 몇 가지를 기억하고 실천하는 것이 도움이 될 것이다.
첫째, 화를 내면 무조건 손해다. 우리는 오늘날의 복잡한 사회 구조 속에서 다양한 사람과 다양한 관계를 맺으며 살아갈 수밖에 없다. 우리가 애쓰고 노력한 어떤 일의 결과 또한 다른 사람의 평가를 통해 그 가치를 인정받는다. 나의 수행실적을 평가하는 사람들 역시 평범한 사람, 즉 감정을 가지고 있는 존재다. 제아무리 객관적이라고 주장해도 사람은 사람일 뿐, 감정의 영향을 벗어나기 어렵다. 생각해보라. 당신이 아무리 다른 문제가 없는 사람이라고 하더라도 몇 번 지나치게 화를 낸 적이 있다면, 그것을 목격하거나 전해들은 남들이 당신을 어떻게 평가하겠는가? 당신이 상인이라면 상품을 팔지 못할 것이며, 직원이라면 낮은 승진 고가 점수를 받을 것이다. 아내나 남편이라면 배우자가 힘들어 하거나 다툼이 발생할 것이고, 부모라면 자식에게 큰 상처를 줄 수 있다. 경영자라면 직원들이 그 앞에서는 입을 굳게 닫을 것이고, 친구들은 당신과의 만남을 피할 것이다. 사람은 누구나 화내는 사람을 싫어하고, 자신의 감정을 잘 통제하는 사람을 좋아하게 되어 있다.

이런 현실적인 손해 말고도 더 분명한 손해가 있다. 화는 사람을 아주 불행하게 만든다. 주변 사람들도 힘들게 하지만 실은 화내는 자신이 가장 큰 희생자다. 분을 다스리지 못하는 그 순간이 가장 불행한 순간이며, 지금 분노에 휩싸여 있는 그 사람이 가장 불행한 사람이라는 말이다. 화는 우리 심신의 에너지를 소진시키고 나쁜 기운을 증폭시킨다. 스트레스 호르몬이 쏟아져 나오고 혈압과 맥박이 상승한다. 혈관은 수축되고 전신 근육의 긴장도는 최대치로 올라간다. 분노가 당신을 지배하는 그 순간, 당신이 갖고 있는 것이 아무리 풍족하고 장점이 많은 사람이라 하더라도 당신은 이미 불행의 늪 속에 빠져 있다. 화는 내는 만큼 손해고 참는 만큼 이익이라는 이 사실, 꼭 기억하시길 바란다.

두 번째, 선입견을 조심해라. 보통 화가 폭발하는 가장 큰 원인 중 하나는 자신이 억울한 일을 당하고 부당한 대우를 받았다는 생각이 들 때다. 나를 부정적으로 평가하고 무시한 그 사람이 ‘무슨 나쁜 의도를 갖고 일부러 그랬다’고 생각하거나, 더 나아가 ‘그 사람이 본질적으로 나쁜 사람’이라고 믿게 되면, 분노는 걷잡을 수 없게 된다. 실은 고의가 아니라 단순한 실수로 인해, 혹은 잘못된 정보나 오해 때문에 내게 손해를 끼치는 경우도 있다. 나쁜 뜻이 없어도 의사소통의 한계나 어떤 상황에 대한 견해나 입장 차이 때문에 나와 상대편에 서게 되는 경우도 있다. 사적인 감정과는 달리 공적인 역할 때문에 그랬을 수도 있으며, 사실 내 잘못이나 실수 때문에 원치 않는 평가나 대접을 받을 때도 드물지 않다. 물론 화는 나겠지만, 이 모든 경우는 지속적이고 반복적인 분노폭발로 이어지지 않는다. 때로는 누군가를 너무 좋거나 완벽한 사람이라고 믿었다가 배신당했다는 생각에 분노하기도 한다. 하지만 원래 사람은 다 불완전하기 때문에 실수나 잘못을 할 수 밖에 없으며, 정도의 차이는 있으나 결국은 자기중심적이기 마련이다. “네가 그럴 줄은 몰랐어”라고 말하는 것은 전혀 의미 없는 일이다. 그 사람에 대해 어떤 이상적인 그림을 그리고 헛된 믿음을 품었던 장본인은 바로 당신이기 때문이다.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큰 법. 실망은 큰 분노를 부르기 마련이다. 명심해라. 당신이 누군가에 의해 화가 치밀어 올랐다면, 그 사람에 대해 어떤 근거 없는 선입견을 갖고 있지는 않은지 차가운 머리로 돌이켜봐야 한다는 사실을.

마지막으로 한마디 덧붙이자면 화가 나 있는 상황에서는 그 어떤 말이나 행동, 결정을 하지 말아야 한다. 모두 다 나중으로 미뤄야 한다. 화가 난 상태에서 한 언행이나 판단은 감정에 이끌린 것이기 때문에, 이성이 찾아오게 되면 거의 반드시 후회하게 되어 있다. 이렇게 해보자. 자신이 종종 화를 내서 손해를 보고 후회하는 사람이라면, 화가 날 때 분노 게이지의 눈금이 어디쯤 가리키고 있는지를 확인해보는 연습을 해 보는 거다. “지금 나는 얼마나 화가 나 있는가?” 자문해 보자. 현재 분노 점수가 10점 만점에 5 이상이라면, 모든 말과 행동을 멈추고 결정도 다 미루고, 일단 조용한 곳으로 자리를 옮겨 보자. 화가 자주 치밀어 오는 상황이나 공간이 있다면, 가까운 곳에 화를 식힐 장소도 미리 정해두면 좋다. 집이라면 베란다나 서재, 회사라면 층계나 옥상 등이 어떨까? 그곳에서 분노 점수가 아래로 내려올 때까지 시간을 벌며 깊게 복식호흡을 하면서 기다려보자. 놀랍게도 그리 오래지 않아 화가 식는 것을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 분노는 양은냄비다.

가만히 있는데 누군가가 와서 괜히 나의 화를 돋울 수 있다. 내 자신이 너무 예민해서 아무 것도 아닌 일에 울컥할 수도 있다. 요즘 일이 잘 안 풀려서, 누구에게도 말할 수 있는 고민이 있어서 울화가 쌓일 수도 있다. 세상 누구도 당신 진짜 마음과 사정을 알지 못한다. 그래서 더 화가 날 수도 있다. 하지만 화를 내는 순간 가장 손해 보는 사람은 당신 자신이다. 자신이 화가 나 있다는 것을 인지하고 인정해라. 모든 행동이나 판단을 미루고 일단 조용한 곳으로 가서 열기를 식혀라. 화를 다스리는 능력과 습관이 당신에게 만들어진다면, 그것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평생 소중한 자산이 될 것이다.


2013/09/14 Copyrightⓒ경기복지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