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20주년 맞은 한 부부의 생명 나눔
결혼 20주년 맞은 한 부부의 생명 나눔
  • 관리자
  • 승인 2006.06.24 1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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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선읍사무소 조성현, 전형자 부부
-남편은 간기증, 아내는 신장기증


결혼 20주년을 맞은 한 부부가 1주일 간격으로 나란히 간기증과 신장기증으로 생명나눔을 실천해 화제다.

그 주인공은 조성현(46·사진 왼쪽)씨와 전형자(45·오른쪽)씨 부부. 남편 조성현씨는 1주일 전인 지난 6월 15일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를 통해 서울 아산병원에서 간 기증수술을 했다.

조성현씨의 수술은 이번이 처음이 아닌데, 그는 지난 2001년 8월 이미 신장 기증을 한 바 있다. 조씨는 신장을 기증한 후 5년 뒤인, 2006년 6월 또 다시 간 기증을 하게 된 것이다.

아내 전씨도 6월 20일 아산병원에서 신장기증 수술을 했다. 이번 수술로 조씨의 장기는 간경변을 앓고 있는 46세 여성에게, 전씨의 장기는 신부전증 환자인 46세 남성에게 각각 기증되었다.

조씨는 강원도 정선읍 정선읍사무소 산업개발부서에서 일하고 있는 공무원으로 고등학교를 졸업한 이후, 공무원 생활을 시작해 지금까지 27년 동안 근속하고 있다.

조씨가 생명 나눔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1993년 위암 수술을 받고 나면서부터. 토목직 공무원인 그는 원래는 술과 담배를 즐기던 사람이었다. 그러다 갑자기 위암 판정을 받고, 위의 80%를 잘라내는 수술을 받았다.

“위암 수술을 받고 난 후에 금방 회복하고 직장생활도 잘했습니다. 건강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알게 된 경험이었지요. 수술 후에도 건강하게 지낼 수 있다는 것이 너무 감사해서, 병으로 고생하는 사람들을 위해서 좀 나누어주고 싶다는 생각을 했습니다”라고 조씨는 말한다.

당시는 힘들고 고통스러운 순간이었지만, 뒤돌아보면 새로운 삶을 살게 되는 중요한 전환점이 되는 사건이었다.

그리고 2001년, 조씨는 신장기증수술을 했다. 위암 수술을 한 전력이 있어서 기증이 가능할까 우려했지만, 병원에서는 흔쾌히 OK 싸인을 냈다. 신장 기증을 할 수 있을 만큼 건강하다는 증거이기에 오히려 기분이 좋았다고 한다.

신장기증수술을 하면서 조씨는 위암 수술을 받던 때를 떠올렸다고 했다. “위암 수술을 받았을 때는 너무 힘들고 괴로웠는데 신장기증 수술 이후에는 회복도 빠르고, 무엇보다도 행복했습니다. 두 번의 수술 과정을 지켜보던 아내가 본인도 신장 기증 수술을 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혔지요.”

조씨는 원래 신장기증 이후 10년이 지나면 간 기증을 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아내가 신장기증의사를 밝히자 그 계획을 앞당겼다. 때마침 20년 근속한 공무원에게 2006년 상반기(6월)까지 열흘간의 특별휴가가 주어졌고, 그 특별휴가 기간동안 간 기증 수술을 계획하게 되었다.

스낵코너를 운영하는 아내는 한동안 가게 문을 닫기로 했다. 고3 수험생인 아들은 기꺼이 혼자서 지내겠다고 말했다. 숨소리 한 번 크게 못 낸다는 고3 학부모였지만 이들은 생명나눔 실천을 먼저 생각했다.

서로에게 힘이 되고자 부부는 수술일정도 맞췄다. 일주일 간격으로 수술을 진행해 서로 돌봐줄 수 있도록 말이다. 나란히 퇴원해서 집으로 돌아가는 것도 이들의 계획. 일부러 맞춘 것은 아니지만 올해는 이들 부부의 결혼 20주년이 되는 해이기도 하다. 때문에 부부의 기증은 결혼 20주년을 오래 기억할 만한 사건이 되었다.

“받은 것이 너무 많고, 감사한 것이 너무 많아서 조금 나누고자 기증을 결심했습니다. 어떻게 보면, 누군가를 위해서 아니라 저 자신을 위해서 기증을 하는 것이기에 내세울 것도 없습니다” 라는 조씨의 말 속에서 우리는 나눔의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된다.

한편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측은 “조성현, 전형자씨 부부는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를 통해 사랑을 실천한 12번째 부부 기증자로 기록됐다. ”고 밝혔다.

-2006.6.24. 경기복지뉴스 19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