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문학평론가 임지연의‘마을에서 함께하는 우리아이 독서모임’[3]
아동문학평론가 임지연의‘마을에서 함께하는 우리아이 독서모임’[3]
  • 관리자
  • 승인 2013.11.07 14:0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우리아이 책읽기 모임. 언제부터 할 수 있을까? ②

책읽기 모임을 시작할 때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은 학습에 욕심을 내는 것이다. 책읽기는 평생에 걸쳐 같이 가는 동반자이고 생활 습관과 같은 것이다. 책을 많이 읽은 아이들 중에는 고학년이 되어도 도무지 문학 작품을 이해하기 힘들어하는 아이들을 종종 보게 된다. 이는 여러 원인이 있겠지만 어릴 때부터 학습위주의 책만 골라 읽다보니 감성이 발달할 시기를 놓쳐버린 탓도 크다. 주인공들의 감정변화나 문학작품의 감동은 머리로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가슴으로 하는 것이다. 지식을 습득하는 것도 때가 있고, 감성이 발달하는 시기도 적절한 때가 있다. 책은 지식뿐만 아니라 인생을 탐구하고, 사회를 이해하고, 감성을 발달시킬 수 있다. 유아기부터 초등 저학년 때만이라도 학습에 대한 욕심을 버리고 우리 아이의 마음을 살찌울 수 있는 책을 읽겠다는 생각을 부모들이 갖기를 바란다.

그리고 처음부터 학습에 대한 기대와 욕심을 갖고 시작한 책읽기 모임은 깨지기 십상이다. 학습 효과는 아이들마다 차이가 있는데 다른 아이와 우리 아이를 자꾸 비교하게 되고, 득과 실을 따지게 된다. 그리고 아이들도 행복하지 않다. 친구들과 있어 좋지만 이 또한 다른 가면을 쓴 학원 수업처럼 느껴지니까 힘들다.

특히 유아기 아이들의 책읽기 모임은 그림책을 매개로 한‘친구 사귀기’또는‘재미있게 놀기’가 중심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유아들의 책읽기 모임은 정기적인 시간에 고정된 사람들이 관계를 하면서 안정적으로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자신의 마음과 맞지 않는 상황에 대처하는 방법을 익히기에 좋다. 어른들의 통제를 벗어난 자유로운 놀이시간을 통해 아이들은 또래의 규칙을 내면화하고 조율하는 힘을 기를 수 있다. 따라서 유아기 아이들의 책읽기 모임은 아이들이 서로 어울려 자유롭게 놀 수 있는 시간을 충분히 갖는 것이 좋다.

초등학생이 되면 이제 부모의 관리를 슬슬 떠나는 시기이다. 자신들만의 비밀과 고민도 무럭무럭 자라기 시작한다. 부모가 할 일은 모든 것을 개입하는 것이 아니라 섬세하게 관찰하되 아이가 스스로 문제를 해결해 나갈 수 있도록 통찰력과 마음의 힘을 길러주어야 한다. 우리 아이가 초등학교 1학년이 끝날 무렵 새로 시작한 책읽기 모임에서 엄마들은 자신들이 모르는 내 아이의 모습을 객관적으로 관찰하고 이웃과 함께 나누기, 아이들은 다양한 책읽기와 발표하는 힘을 기르고 내가 가진 고민들을 진솔하게 터놓는데 중점을 두었다.

이제 초등학교 4학년이 넘어가면서는 어른들의 개입을 줄여가며 아이들 스스로 읽을 책을 선정하고 이야기를 이끄는 훈련이 가능해진다. 6학년 이후 청소년 시기엔 보다 전문적인 서적을 탐독하고 자신들의 생각과 주장을 토대로 남을 설득할 수 있는 토론 수업이 가능해진다. 이렇게 책읽기 모임은 적당한 연령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 어떤 내용으로 만날 것인가가 중요하다. 부모가 모든 것을 개입하기 보다는 어떤 시기에 적절하게 빠지면서 아이들의 역할을 늘려나갈 것인지를 고민해야한다.

<2.누구와 어떻게 모임을 구성할까?>는 다음호에 계속.


2013/11/7 Copyrightⓒ경기복지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