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작심(作心)
[건강]작심(作心)
  • 관리자
  • 승인 2014.01.25 1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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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심이 실제가 되기 위해서는 반복적인 훈련과정 있어야


유한익
서울우리아이 정신건강의학과 의원 원장



새해가 밝았다. 아쉽게도 한 살이 더해졌다. 개인의 만족이나 성취 정도와는 상관없이 한 해는 가고 또 한 해가 시작됐다. 무덤덤하고 냉철한 어제 얼굴 그대로 시간은 다시 우리 앞에 찾아와 또 하루를, 한 달을, 그리고 한 해를 펼쳐놓는다. 우리는 그 길을 또 걸어야만 한다.

새해가 되면 으레 마음을 가다듬고 새 계획을 세운다. 지난 시간이 아쉬워 그럴 수도 있고, 해마다 되풀이되는 의미 없는 매너리즘 때문일 수도 있다. 혹은 정체를 알 수 없는 삶의 어떤 불안을 줄이기 위한 일종의 강박 때문일 수도 있다. 올해도 그리 잘 지켜지지 않을 것을 이제까지 삶의 궤적을 통해 느끼고 있으면서도 말이다. 올해도 우리는 또 결심하고 다짐한다.‘새해에는 꼭 … 하리라.’

한 다이어트 기관에서 조사한 설문 조사 결과를 보니, 우리나라 사람 중 1/3 이상이 새해 결심이‘작심삼일’에 그쳤고, 56%는 한 달 내에 포기한다고 한다. 통계적으로만 보면,‘작심삼일’이 무슨 대단한 문제점이거나 비정상적인 현상이 아님을 알 수 있다.‘작심삼일’은 대부분의 사람이 경험하는 일상적인 일이다. 그러니 마음먹은 그대로 이루지 못했다고 해서 크게 자책할 필요는 없다. 오히려 결심과 실제 삶, 즉 자신의 현재 실력 간의 간격은 꽤 거리가 멀다는 것이 피할 수 없는 진실일 것이다. 모든 변화는 결심에서 시작되지만, 결심은 결심일 뿐 그 이상은 아니다. 결심이 실제가 되기 위해서는 반복적인 훈련 과정을 지나야만 한다.

작심(作心)은 맹자(孟子)에 나오는 말인데, 원문에 의하면‘마음을 일으킨다.’, 즉‘억지로 하기 싫은 것을 의식적으로 깨운다.’는 의미다. 신경과학적으로 설명하자면‘작심’은 전두엽(대뇌의 가장 앞부분) 기능이다. 전두엽은 우리 뇌 중 가장 늦은 나이까지 발달하는 부위로서 20대까지 줄기차게 발달한다. 최근에는 40대까지도 변한다는 연구 결과도 나온다. 어머니 자궁에서 나온 후 부모의 양육과 여러 가지 교육과 연습, 그리고 이 외의 온갖 경험을 거치면서, 전두엽은 점점 커지고 성숙해간다. 성장하면서 타고난 본성을 거슬러 억지로 하기 싫은 것을 의식적으로 깨우는 작업, 즉‘작심’이 가능해지고 점점 수월해진다. 그것이 정상 발달 과정이다. 젖먹이 아이는 조금만 배고파도 세상없이 울어대지만, 어른이 되면 자신이 허기져도 자식부터 챙기게 되는 법이다. 간혹 그렇지 못한 어른을 만나기도 하지만 말이다.

원래 타고난 기질과 본성대로 사는 것이 편하고 자연스럽다. 그러나 나이 먹으면 금방 알 수 있듯,‘작심’이 필요한 경우가 점점 늘어난다. 참고 또 참고 의지를 갖고 깨우고 또 깨워 하기 싫은 일과 상황을 견뎌내는 시간이 쌓이고 쌓여 삶을 이룬다. 그것이 삶의 정체요 본질이다. 올해도 마찬가지다.
올해는 이렇게 해보자. 첫째,‘작심’을 매일 하는 거다. 아니 매 순간 작심하자. 그러니까‘작심삼일’에서‘삼일’이라는 말을 빼버리자. 삼일, 한 달, 한 해와 같은 시간성은 중요치 않다. 어차피 인생은 흘러간다. 늘 작심하면 이루어낼 가능성이 높아지게 마련이다. 작심 후 한두 번은 실천하게 되어있고, 혹 실패하거나 잊어버렸더라도 다시 작심하면 된다. 다이어트도 금연도 마찬가지다. 지금 이 순간부터 다시 시작하는 거다. 올해는 실패에 굴복하지 말자. 둘째, 작은 것을 작심하자. 모든 큰 변화는 아주 사소한 변화가 쌓여서 일어나는 법이다. 아주 작은 변화가 바로 기적이요, 혁명이다. 작은 변화를 더 소중하게 여기고, 예민하게 감지하자. 그리고 작은 것에 기뻐하자. 셋째, 짧은 시간에 어떤 결과를 기대하지 말자. 도대체 지금 당장 이룰 수 있는 것 중에 값진 것이 무엇이 있는가? 귀한 것일수록 오래 걸리는 법이다. 인생은‘쌓기’다. 견고하고 높게 쌓으려면 시간이 많이 필요하다. 평생을 다 써야 한다. 그러니 제발 조급해하지 말자. 넷째. 어찌 ‘작심’만 중요하랴? 본성도 중요하다. 본성도 적절히 만족시켜야만‘작심’을 지속할 수 있다. 사람이 어찌 어려움을 참고 견디고만 살 수 있나? 그것은 가능하지도 바람직하지도 않다.‘하고 싶은 것’과‘해야만 하는 것’이 조화를 이룰 때, 지속적인 변화가 가능해진다.

현대사회는 진보와 발전이라는 단어에 강박적으로 집착한다. 진보가 꼭 좋은 것만은 아닌데도 말이다. 앞으로 나가기만 하는‘작심’은 곤란하다. 때로는 멈추고 뒤로 물러나는‘작심’도 필요하다. 새해에는 쉼과 여가를 갖고 숨도 고르는 실천도 겸해졌으면 더 좋을 것 같다.


2014/01/25 Copyrightⓒ경기복지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