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문학평론가 임지연의‘마을에서 함께하는 우리아이 독서모임’[5]
아동문학평론가 임지연의‘마을에서 함께하는 우리아이 독서모임’[5]
  • 관리자
  • 승인 2014.01.25 1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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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고 책 읽고 토론하고,
생각과 사회성 두 마리 토끼를 잡는다


아이들과 어떤 책을 읽고 무엇을 할 것인가? 초등저학년 모임까지는 어른들이 어느 정도 커리큘럼을 짜고 이끄는 것이 좋다. 고학년이 되면 자신들이 읽고 싶은 책이나 방향들을 협의해 나갈 수 있다. 생각보다 엄마들은 어떤 책을 골라야하는지 막막해 한다. 내가 어린이 책에 대한 공부가 안됐으면 넘쳐나는 서점의 책들과 정보들이 부담스럽기만 하다.

모임에서 어린이 책에 대한 안목을 갖춘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이 책선정의 리더 역할을 하면 되는데 딱히 그럴만한 사람이 없다면 근처에 있는 어린이 도서관에 찾아가 보자. 도서관에 가면 그 도서관에서 추천하는 책 정보가 비치되어 있다. 특히 학년별 추천도서 목록이나 교과연계 도서목록 등을 참고하면 간편하다. 이 밖에 학교도서관저널에서 펴낸『그림책 365』등의 추천도서모음집이나 어린이도서연구회 등 오랫동안 어린이 책 운동을 해온 시민 단체에서 추천하는 도서 목록 등을 참고 할 수 있다.

사실‘추천도서’라는 것은 저마다의 관점에서 정리한 것이기 때문에 절대적인 것은 아니다. 초기에 추천도서를 참고하되 각자의 필요와 독서력에 맞추어 편안하게 책을 고르면 된다. 책을 고를 때 아주 재미있는 책, 아이들에게 필요한 책, 교과에 도움이 되는 책 등 나름의 기준을 많이 가질수록 책선정이 어려워진다. 책을 꾸준히 읽다 보면 추천 도서와 상관없이 아이들마다 좋아하는 장르나 작가, 출판사, 번역가들이 생기기 시작한다. 당장 좋은 책, 재미있는 책을 고르겠다는 욕심보다는 아이들이 읽기에 부담 없는 책들을 하나하나 읽어가다 보면 어느새 모임 구성원들의 책 고르는 안목이 올라가 있을 것이다.

나는 첫 모임에서 주로‘나’와‘가족’과 관련된 책을 주로 읽는 편이다. 책을 읽고 아이들과 이야기를 나누기에 가장 부담 없는 것이 자신과 주변에 관한 이야기다. 예를 들어『우린 모두 아기였다』(스즈키 마모루, 베틀북), 『눈물바다』(서현, 사계절출판사『나, 화가가 되고 싶어』(윤여림, 웅진주니어) 등의 책은‘나를 소개하고 내가 원하는 것, 내가 가장 속상했을 때’등의 이야기를 함께 나누기에 좋다. 『소피가 화나면, 정말 정말 화가 나면』(몰리뱅, 책읽는 곰), 『우리엄마』(앤서니 브라운, 웅진주니어),『우리는 가족입니다』(이혜란, 보림) 등의 책을 통해 나와 가족 이야기를 할 수도 있다. 나와 가족에 대해 아이들은 비교적 솔직한 편이다. 각자의 이야기를 듣다보면 모임을 이끄는 어른 입장에서도 아이들을 파악하는데 도움이 된다.

첫 모임에서 책을 읽지 않더라도‘나와 가장 닮은 동물’,‘내가 가장 듣고 싶은 말’,‘내가 가장 듣기 싫은 말’,‘내 인생의 그래프’등을 작성하면서 자기소개를 할 수도 있고,‘빈 어항 안을 자신의 생각으로 꾸미기’등을 하면 각자 아이들의 개성이 잘 드러난다. 예를 들어 빈 어항을 아이들이 꾸민 모습을 보면 물고기 배치에 따라 엄마, 아빠, 자신의 모습이 투영된다. 서로를 바라보는 그림, 나란히 줄을 지은 그림, 각자 흩어져 있는 그림 등등 자신이 생각하는 보금자리와 구성원의 모습이 신기하게 담겨있다. 엄마 배속에 동생이 있었던 친구의 경우 어항 한쪽에 알이 수북이 쌓여있는 그림을 그려 넣었었다. “너희들은 언제 가장 행복하니?”라고 간단한 질문을 던졌을 때 초등저학년까지는 대부분“엄마, 아빠가 장난감을 사줄 때”라고 대답하는 경우가 많다.“내가 힘든 일이 생기면 무엇부터 할까?”라는 질문에도“엄마를 불러요.”,“아빠를 불러요.”라는 대답이 많다. 그런데 어떤 친구들은“나는 엄마가 행복할 때 제일 행복해요.”,“힘들 때는 뭐부터 해야 하는지 잘 모르겠어요.” 등의 대답을 하는 친구들이 있었다.

아이들은 책속의 이야기를 하는 것 같아도 저마다 자신의 생각과 입장을 투영한다. 이것을 예민하게 알아차리는 것이 어른들의 몫이다. 이때 모임을 이끄는 어른들은 꼬치꼬치 캐묻기 보다는 “음, 너의 생각은 그렇구나!”하고 자연스럽게 넘어가는 것이 좋다. 그리고 굳이 이야기하기 싫어하는 친구들의 대답을 강요하지 말아야한다. 꾸준히 모임을 진행하다보면 입을 닫았던 친구들도 나중에는 자연스럽게 입을 열기 시작한다. 어른들은 아이들을 편안하게 바라봐 주고 기다려주면 된다. 모임에서의 이야기는 꾸준히 엄마들과 공유하면서 아이들의 변화과정을 공유해 가길 바란다. 책모임은 아이들에게 정답을 가르쳐 주는 것이 아니라 생각하는 방법을 함께 알아가는 것이다. 아이들이 자연스럽게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하기 시작하면 어떤 이야기라도 공감해 주어라. 이런 저런 잔소리는 필요 없다. 아이들은 저마다 다른 이야기를 들으며 스스로 성장하므로.


2014/01/25 Copyrightⓒ경기복지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