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수원시 최초 장애아전문 시립 서호어린이집 구미아 원장을 만나다
[인터뷰]수원시 최초 장애아전문 시립 서호어린이집 구미아 원장을 만나다
  • 관리자
  • 승인 2014.04.12 1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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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의 삶이 ‘기적’인 아이들, 그들의 든든한 배경이 되어주다

경기도 보육정책과에 따르면 경기도 내 어린이집(민간, 국·공립포함) 13,386개(3월 현재)중 장애 전문 어린이집은 18개(일반아동 통합은 259개)로 0.13%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을 비롯한 다른 지역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특수한 요구를 가진 아이의 부모들은 아동들의 눈높이에 맞는 교육기관이 절실하다고 목소리를 높이지만 현실은 갈 길이 멀다. 그런 중에 지난 3월 12일 수원에서는 최초로 장애아 전문 시립어린이집을 개원했다. 그 곳에 법인이나 단체가 아닌 개인으로서 장애아전문 어린이집의 원장이 된 구미아씨를 만나 여러 가지 사연을 들어보았다.

서호 꽃뫼공원에 희망의 씨앗을 심다

수원시에는 현재 32개의 시립어린이집이 운영되고 있지만 장애아보육을 전문적으로 담당하는 어린이집은 서호어린이집이 처음이다. 수원시 팔달구 수성로 120, 서호 꽃뫼공원 한쪽에 위치한 이 어린이집은 연면적 836.76㎡에 지상 2층 규모로 보육실, 유희실, 물리 치료실과 언어치료실 등을 갖추고 있으며 원장, 보육교사, 특수교사, 보조교사, 조리사 등 14명의 보육교직원이 장애반 6반, 비장애반 4반 등 총 10개 반에서 40명의 아동들을 돌보고 있다. 올해 6월중으로 평가인증단계를 거친 후에는 치료사도 상주할 예정이다.

장애아의 엄마, 그리고 변화

2001년, 구미아 원장이 첫 아이를 낳고 10년 만에 출산한 둘째 아이는 910g으로 6개월 만에 태어난 미숙아였다. 태어나서 6개월 동안 병원에서 지낸 아이가 청각장애와 뇌병변장애로 장애 1급 판정을 받고 난 이후 구미아 원장의 삶은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 눈덩이처럼 불어난 병원비를 감당하지 못해 교회의 도움과 라디오방송 출연으로 후원을 받았으며 시립어린이집 교사와 민간어린이집을 운영한 경력을 뒤로 한 채 시간연장교사로도 일을 해야만 했다. 그야말로 밤에는 일을 하고 낮에는 아이의 치료를 위해 온 힘을 쏟았다.

소통을 위해 특수교육과 사회복지를 공부하다

“장애에 대해 아무 것도 몰랐어요. 정말 답답했죠. 아이를 위해서라도 엄마가 먼저 알아야했고, 일을 하면서 공부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했어요.” 구 원장은 특수교육과 사회복지를 공부해야겠다는 생각으로 하루에 서너 시간 쪽잠을 자며 공부를 했다. 한국방송통신대 대학원에 진학을 해서 유아교육 석사까지 마친 열정은 그녀의 마음속에 자리한 ‘절실함’때문이었다.
시립어린이집 위탁공고가 나기 전에는 전국을 다니며 평가인증현장관찰자를 하기도 했다.

특별한 요구를 가진 아이를 둔 엄마들에게
‘기적’같은 삶을 이야기 해주고 싶어


“둘째아이가 올해 열네 살이 되어 일반학교의 특수학급 5학년에 재학 중이에요. 짧은 문장을 구사할 수 있는 언어 능력에다 조금은 불편한 몸이지만 그렇게 기적처럼 사는 내 아이의 이야기를 장애를 가진 엄마들과 공유하며 서로의 마음을 치유하고 싶었습니다. 몸은 불편하지만 그림 그리는 것을 좋아하고 매일이 행복한 아이 때문에 그저 감사하지요”
힘들었던 그녀의 삶이 주마등처럼 지나간 듯 그녀는 어느새 굵은 눈물을 뚝뚝 흘리고 있었다.

가장 행복한 인생을 선물해주려면
아이의 소망을 읽을 줄 알아야


한 번은 상담을 왔던 엄마(비장애아를 둔 엄마)가 비장애 아이인데 장애아 친구들과 같은 장소에 있어야 하는가를 질문해 왔다고 한다. 마음이 많이 아팠지만 구 원장은“장애는 전염병이 아니예요. 이 세상은 혼자 살 수 없고, 서로 도우며 함께 어울려 살아야죠.”라고 그녀답게 답했다고 한다. 구 원장은 아이들의 진학상담도 가장 큰 숙제라며“대부분의 부모들은 장애를 장애라 인정하는 것을 힘들어 해요. 하지만 아이의 힘든 부분을 인정하고 받아들였을 때 아이에게 특수한 조기 서비스를 지원해 줄 수 있고, 또 다른 길이 열려 작은 것에도 감사할 일이 생기지 않을까요?”라고 말했다.

“이 곳에 오게 하려고 널 내게 보내셨나봐!”

개원식 날에도 수많은 내빈들 앞에서 오늘처럼 눈물이 나왔다는 구 원장은 자신이 여기까지 오게 된 것은 어쩌면 준비된 일이었는지도 모른다고 고백했다. 대학을 다니는 큰 아들과 남편의 외조도 물론 큰 몫을 차지했지만 가장 큰 것은 여자가 아닌 엄마라는 이름과 신앙의 힘이었다고…….
“수원시 최초로 생긴 장애아전문 서호 어린이집은 그동안 취약보육에 대한 남다른 관심과 애정을 가진 수원시의 의지와 관계자들의 적극적인 노력이 이루어낸 공간이에요. 개원하기까지 시의 세심하고 적극적인 협조로 빨리 안정을 찾을 수 있었어요. 무엇보다도 지금 이 자리까지 오게 된 것은 우리 집에 찾아온 작은 천사 때문이 아니었을까 생각해요.”라며 그제야 환하게 웃는 그녀의 모습을 보니 싹트고 있는 희망이 보였다.


오인옥 기자


2014/04/12 Copyrightⓒ경기복지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