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문학평론가 임지연의‘마을에서 함께하는 우리아이 독서모임’[6]
아동문학평론가 임지연의‘마을에서 함께하는 우리아이 독서모임’[6]
  • 관리자
  • 승인 2014.04.12 1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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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끼리의 싸움? 위기 해결은
어른들의 교육철학과 소통에 달려있다


동네 아이들이 모여서 독서모임을 하다보면 늘 크고 작은 싸움이 일어나기 마련이다. 아이들이 어릴수록 친구들과의 자잘한 다툼을 중재하는 일은 엄마들에게 꽤나 피곤한 일이다. 아이들이 서로 부대끼며 노는 시간이 소중하면서도 막상 눈앞에서 친구들과 자주 부딪치면 아이들보다 엄마들 상호간에 더 예민해지기 마련이다.

아이들 싸움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엄마도 있고, 지켜보는 엄마도 있다. 각자의 양육방식이 다르다보니 같은 상황에서도‘이럴 때 엄마가 좀 나서서 자기 아이 좀 단속해 주지 너무 무심한 거 아니야’,‘저 엄마는 왜 저렇게 매사에 예민한 걸까? 아이들이 서로 싸울 수도 있지. 조그만 일에도 참견을 하니 참 피곤하네.’이렇게 서로 다른 감정이 쌓여간다. 불편한 마음은 각자 아이들에게 투영된다. 집에 돌아가 자기 아이를 닦달하게 되고, 엄마들 사이가 소원해지면서 모임이 힘들어진다. 아이들 싸움이 어른 싸움이 된다고 했던 것처럼 아이들은 싸웠다가도 어느새 서로 다가가 놀고 있는데 엄마들 가슴에 남은 앙금들은 쉬 걷어내기 어렵다.

모임이 오래 지속되려면 무엇보다 어른들끼리의 소통이 필요하다. 우리는 왜 이모임을 하는지, 모임을 통해 무엇을 얻고자 하는지, 아이들끼리 문제는 어떤 규칙을 가지고 접근할 것인지. 지속적인 확인이 필요하다.
마을에서 독서모임을 처음 시작했을 때 나는 아이들 독서지도를 해왔던 나의 재능을 좀 나누면 되겠다고 단순하게 생각했다. 다른 엄마들은 내가 제시한 독서연계활동을 돕기는 했지만 책과 모임에 대한 고민을 깊게 나누기 귀찮아했고 그냥 일상적인 수다를 즐기길 원했다. 아이들과 책을 읽고 이야기를 나누는 것은 내가 전담하면 되니까 굳이 우리 모임에 대한 목적이나 각자의 교육철학이 어떤지 물어보면서 이야기를 무겁게 할 필요를 못 느꼈다. 즐겁게 놀다 헤어지자는 마음이었다. 그런데 문제는 아이들의 놀이가 예상치 않게 흐르면서 모임에 균열이 가기 시작했다.

아이들의 크고 작은 싸움이 생기고, 엄마들의 감정들이 뒤엉켰는데, 그때그때 솔직하게 풀어내지 못한 채 이어졌던 독서모임은 한 엄마의 탈퇴로 흔들리기 시작했다. 책을 읽고 이야기를 나누면서 아이들의 마음과 생각이 즐겁게 성장했던 모습만 생각하면 참 아까운 일이지만, 이미 깨져버린 엄마들의 마음을 붙들고 모임을 지속하기는 어려웠다.

이사 후 다시 마을에서 독서모임을 시작할 때는 무엇보다 먼저 엄마들과의 생각을 공유하는 것에 힘을 기울였다. 엄마들은 책모임을 통해 우리 아이를 객관적으로 알 수 있는 시간을 갖자는 것에 동의했다. 그리고 각자의 교육철학을 공유하고 아이와 부모가 함께 성장할 수 있도록 노력했다.

책을 읽고 이야기를 나누는 것은 누구나 돌아가면서 맡기로 했다. 그리고 그날그날 아이들과 나눈 이야기를 다른 엄마들과 함께 공유하면서 학습계획도 함께 세우고, 아이들의 변화상도 함께 고민했다. 각자의 양육방식은 다르지만 그때그때 생기는 문제들을 솔직하게 터놓고 이야기 나누면서 자신의 생각과 감정들을 조율해 나갔다. 각자 속에 담아두었던 내밀한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아이들끼리의 마찰은 엄마들에게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

시간이 흘러갈수록 서로 다른 성향을 가진 아이들끼리도 상대를 맞출 수 있게 되었고, 엄마들끼리도 신뢰가 쌓여갔다.
아이들의 싸움에서 비롯되는 모임의 위기는 결국 어른들의 교육철학과 소통에 달려있다. 어른들이 서로 신뢰한다면 모임은 크게 흔들릴 것이 없다. 아이들이 스스로 모임의 규칙을 정하게 하고 기다려주면 아이들은 어느새 서로의 성향을 파악하고 조율해나가고 있을 것이다.


2014/04/12 Copyrightⓒ경기복지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