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화통역사가 본 농아인의 세계 열 하나]
[수화통역사가 본 농아인의 세계 열 하나]
  • 관리자
  • 승인 2014.07.19 1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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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인(Deaf)문화, 하나!

신환희
국가 공인자격 수화통역사


예전에 농인들과 함께 캠프를 다녀온 적이 있다. 그 캠프는 농인 뿐 아니라 다른 장애인도 함께 가는 대규모 행사였다. 버스로 한참 가다가 점심시간이 되어 식당으로 들어갔다. 자리를 잡고 음식이 나온 지 얼마나 되었을까, 농인들이 식사를 다 마치고 하나 둘씩 일어나기 시작했다. 다른 장애영역 사람들은 식사를 시작도 하지 않았는데 농인들이 앉았던 자리가 듬성듬성 비기 시작했다. 얼마 후 농인들의 자리가 일곱 살 조카의 앞니 빠진 모습처럼 휑하게 되었다. 단체로 식사를 하면서 이렇게 빨리 먹는 경우는 처음 봐서 자리에서 일어나는 농인을 붙잡고 물었다. 그랬더니 “아~ 빨리 먹고, 사람들하고 대화하고 싶어서. 밖에서 커피마시고 이야기 나누고 있어도 되지?”라고 말씀해주셨다.‘그랬구나!’청인들은 밥을 먹으면서 상대가 말을 하는 사람을 보고 있든 안든 상관없이 이야기 할 수 있다. 그러나 농인들은 조금 다르다. 식사 중에 대화를 한다면, 고개를 들어 서로 바라봐야하고 때때로 숟가락을 잠시 내려놓고 이야기해야 하므로 아무래도 시간이 지체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캠프에 참여한 농인들은 대화도 많이 못하고 식사도 제대로 못할 바에야 차라리 빨리 밥을 먹고 편안하게 이야기를 나누는 것을 선택한 것이다.

식사장면과 관련하여 이런 일도 있다. 청인(Hearing)들은 식사를 하면서 대화를 하면 입안에 있는 타액과 음식물이 튀는 경우가 있다. 그에 반해 농인은 수어로 말하기 때문에 음식이 입안 한가득 있어도 품위 있게 말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농인들의 식탁에서도 어떤 일들이 벌어진다. 농인들은 시선이 식탁 보다는 상대에게 향하고 있기 때문에 상위에 걸쳐놓은 숟가락, 젓가락이 튀어 떨어지거나, 물 잔이 쏟아지는 경우가 왕왕 있다. 수어(수화)통역사인 나도 수어로 대화하면서 젓가락을 몇 번이나 떨어뜨린지 모른다.

농인과 청인은 겉으로 보아서는 다를 바가 없지만, 언어가 다르므로 위와 같은 각각 독특한 그 나름의 문화가 형성된다. 어떤 사람이 속한 집단의 문화를 알면 이상하게만 보이던 그 사람을 다시 바르게 이해 할 수 있고, 틀린 것이 아니라‘다름’으로 인정하게 될 것이다.


2014/07/19 Copyrightⓒ경기복지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