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데스크] 요양원 어르신을 돌보며 헌신과 감사를 배우다
[현장데스크] 요양원 어르신을 돌보며 헌신과 감사를 배우다
  • 관리자
  • 승인 2016.06.15 2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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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란
성민요양원 간호사

월요일, 직원 예배를 시작으로 요양원의 하루 일과가 시작된다. 월요일부터 수요일은 아침부터 목욕준비로 얼마나 분주한지 모른다. 혈압을 측정하고 목욕을 시작하는 순간 목욕탕 안에서 갑자기 ‘열하고 여덟’을 시작으로 육두문자가 랩을 하듯이 나온다. 욕으로 랩을 하시는 어르신은 식사 때도 기저귀를 갈아야 할 때도 욕을 하신다. 얌전히 계시다가도 케어가 시작되면 의례적으로 욕이 시작된다. 너무 심하다 싶어 “어르신 그러시면 안 되지요”라는 요양보호사의 말에 미소를 띠면서 “내가 뭘~~”하면서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행동하신다.

“으매 추워. 아따 왜 그런다요”하는 독특한 말소리가 들리면 ‘아! ○○○어르신이 들어가셨구나’ 담박에 알아챈다. 이렇게 요일별로 세분의 어르신을 목욕시키고 나면 어느새 점심식사 시간이 돌아온다. 목 넘김이 힘들어 죽을 드시면서도 물을 수시로 마셔야 하는 어르신에게 “어르신, 한 번만 더요. 한 번만 더요.”하며 조금이라도 더 드시게 하려고 애를 쓰곤 한다. 식사시간 때마다 여기저기서 “아~~~”하는 소리로 시끌시끌하다. 입을 크게 벌리라는 소린데 “아~~~”하고 소리를 크게 내시는 분이 있는가 하면 다른 분에게 하는 소리를 잘 못 알아들으시고 입에 아무것도 없다며 말씀하실 땐 일제히 웃음보가 터지기도 한다. 우리 요양원에 계시는 어르신은 일반식을 드시는 두 분을 제외하고는 모두가 죽을 드신다. 그것도 스스로 드시는 분보다 완전한 도움이 필요한 분이 배나 더 된다. 어르신들의 식사 시간은 어디나 마찬가지 인 것 같다. 요양원에 근무하기 전에 있었던 주간보호센터에서도 점심시간이 제일 바빴다. 식사를 하다가도 자꾸 멈추면 자녀들의 이름을 부르며 “○○는 밥 먹었어요. 어르신만 드시면 돼요.”라고 말한다. 그제야 식사를 하시는 모습을 보면 연세가 들어 몸이 불편해져도 자식사랑은 끝이 없어 보인다. 그것을 보며 나도 자녀이기에 부모님을 다시 한 번 돌아보는 시간이 되기도 한다.

요양원에 계시는 어르신들은 주간보호센터에 계신 분들에 비해서 와상어르신들이 더 많다. 그러다 보니 프로그램을 운영하고자 해도 소그룹으로 한 두 분의 어르신밖에 참여할 수가 없을 뿐만 아니라 많은 프로그램도 운영할 수 없다. 또한 오래 앉아 있을 수가 없기 때문에 최소의 시간에 끝내야 한다. 주간보호센터에 계신 어르신들은 시설과 가정을 오고가기 때문에 화장도 예쁘게 하고, 또 외출하고 돌아갈 집이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요양원에 계시는 어르신들은 이동이 힘들어 나들이도, 외출도 쉽지 않다. 누워있는 시간이 많다보니 욕창발생 위험도 높다. 그나마 내가 근무하는 요양원은 매 식사 시간과 프로그램 운영 등 하루 최소 세 번 이상 이동을 하니 욕창발생 위험이 크지 않아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요양원 아홉 분의 어르신은 마치 아이들이 다양한 모습을 가지고 있는 것처럼 똑같은 부분이 하나도 없다. 소리를 내지 못해서 눈빛으로 말씀하시고, 한 손은 사용할 수 없어 한 손만으로 반짝 반짝 표현하시며 흥을 돋우시는 모습, 현재의 것은 기억하지 못하셔도 젊은 시절 불렀던 찬양과 속담을 다 기억하고 계시는 모습, 아이들이 각자의 개성 때문에 귀여움을 발산하듯이 어르신들의 개성 강한 모습들이 귀여울 때가 참 많다.

일이기에 비록 몸은 고되고 힘들지만 어르신 때문에 웃으며 일과를 보내고 있어 어르신들과 만나는 하루하루가 감사하다.


2016/6/15 Copyrightⓒ경기복지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