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청소년 심리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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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관리자
  • 승인 2016.07.15 2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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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의 재창조가 일어나는 청소년기, 바로 알아야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김태흥
진화심리학과 뇌과학으로 세상을 풀어가는 감정노동연구소 소장

요즘 청소년들을 보면 노답인 경우가 많다. 예의를 논하기는 사치스럽고 일탈은 물론 범죄에까지 자주 연루되며 존속 살해에까지 이른다. 실제로 OECD 국가 중 존속살해율 1위가 대한민국이다. 이제 동방예의지국이란 물 건너간 지 오래다. 그런데 이런 청소년의 문제가 불거질 때마다 나오는 것이 인성교육이다. 심지어 국가 차원에서 인성교육을 추진하고 있고 실행하고 있다. 그런데도 그 효과가 매우 미미하다. 학생이 빗자루로 선생님을 폭행하고 자식이 엄마를 폭행하는 사건이 거의 매일 뉴스를 장식한다.

도대체 왜 그럴까? 원인을 알면 해결책도 나온다. 먼저 청소년기는 인간의 사고와 통제력을 관장하는 전두엽이 폭발적으로 발전하는 시기이다. 뇌 과학자들은 거의 뇌의 재창조가 일어난다고 한다. 이때가 만으로 12세에서 17세 사이이다. 그런데 이때 전두엽이 제대로 발달하지 못하면 자신의 감정을 잘 통제하지 못하고 사회적 관계능력이 떨어지게 된다. 그러면 소위 말하는 문제 청소년이 되는 것이다. 그리고 전두엽 자체가 제대로 발달하지 못하면 좋은 교육도 받아들이지 못하게 되어 인성교육이 소기의 효과를 거두기 어렵게 된다. 따라서 인성 교육 전에 전두엽이 발달하지 못하는 원인을 아는 게 중요하다.

청소년기에 전두엽의 성장을 방해하는 것은 진화심리학으로 설명해볼 수 있다. 진화심리학은 인간을 동물과 똑같은 번식하는 개체로 바라본다. 이런 관점에서 인간을 바라보면 보이지 않던 인간의 본성이 보이게 된다. 그 중에 하나가 서열이다. 서열은 모든 동물에게 번식의 기회와 박탈을 경험하게 한다. 즉 서열이 높은 동물은 번식하고 생존할 기회를 획득하는 반면 서열이 낮은 동물은 그 권리가 박탈되는 것이 자연의 일반적인 섭리이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서열을 박탈당한 개체는 “코티졸”이라는 거의 독극물에 가까운 호르몬이 방출된다. 이 코티졸은 만병의 근원으로 현대과학은 밝히고 있다. 이 코티졸이 전두엽에 영향을 미치면 성인도 전두엽이 망가져 우울증, 공황장애, 조현병까지도 초래되는 것으로 밝혀지고 있다. 그런데 전두엽이 한참 재창조되는 청소년 시기에 코티졸에 많이 노출되면 이 사회에 적응할 능력이 결여되고 인성교육도 소용없게 되는 것이다.

그러면 청소년들은 언제 코티졸에 노출되나? 서열이 낮은 개체가 번식할 권리를 박탈당하는 형태가 바로 통제와 간섭으로 나타난다. 즉 통제와 간섭은 인간의 심리적 서열을 떨어뜨려 코티졸이 대량 방출되는 것이다. 그런데 대한민국의 교육환경이 바로 지독한 줄 세우기를 통한 통제와 간섭의 시스템이다. 유치원에서부터 대학교까지 이 시스템은 변함이 없다. 이 교육 시스템은 “무한경쟁 승자독식”이라는 신자유주의 시스템과 만나 더욱 가혹하게 우리 청소년들을 통제와 간섭으로 옥죄고 한참 전두엽이 성장하는 시기에 코티졸에 지속적으로 노출 되어 정상적인 발달을 저해하는 것이다. 특히 초등학교 시기인 7세에서 12세까지의 경험은 12세에서 17세까지인 전두엽 발달기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이때 부모의 과도한 간섭, 오직 공부만을 위한 학원 뺑뺑이, 성적으로 줄 세우는 교육시스템 등이 아이들의 심리적 서열을 떨어뜨려서코티졸에 노출되고 그 경험은 고스란히 중·고등학교까지 이어져 전두엽 성장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요즘 청소년들에게 ADHD(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 틱장애, 뚜렛장애, 청소년 우울증, 자살 등이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이런 현상의 많은 부분이 과잉 통제와 간섭으로 가고 있는 교육 시스템과 거기에 반응하는 인간의 서열 본능, 그리고 청소년기에 재탄생하는 뇌와 밀접한 관계가 있는 것이다.


2016/7/15 Copyrightⓒ경기복지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