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어통역사가 본 농인의 세계 스물
수어통역사가 본 농인의 세계 스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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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6.11.06 1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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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다(CHILDREN OF DEAF ADULTS)

‘코다’라는 말은 굉장히 생소할 것이다. ‘코다(CODA)’는 ‘Children Of Deaf Adults’의 축약어로 현재 한국에 있는 약 27만~35만 명 농인들의 자녀들을 말한다. 농인 자녀의 약 90%는 청인(hearing)으로 태어나고 나머지 약 10%는 농인(deaf)으로 태어난다. 농인의 자녀가 대부분 청인이기 때문에 한국에서는 ‘농인 부모의 청인자녀’를 통상 ‘코다’라고 부르고 ‘농인 부모의 농인 자녀’는 ‘농인’으로 부르고 있다.

농인 부모의 자녀가 농인일 경우는 자녀가 부모와 같은 언어와 문화를 공유하므로 부모 자녀 간에 의사소통이 원만하고, 농인의 문화 계승에도 크게 이바지를 한다. 만약 농인 부모가 농인으로서 정체성을 확고히 가졌다면, 그들과 문화가 다른 청인을 낳기보다는 농인 자녀를 선호하는 편이다. 작년에 개봉한 코다를 소재로 한 프랑스 영화 ‘미라클 벨리에’ 에서도 농인 엄마가 청인인 딸에게 ‘솔직히 농인을 낳기를 원했다.’는 장면이 나온다. 물론 이 장면은 원작인 ‘수화, 소리, 사랑해!’ 의 작가인 베로니크풀랭(Véronique Poulain)의 농인 아버지가 다큐멘터리 영화에서 고백한 내용이기도 하다.

농인 부모의 자녀가 청인인 경우는 농인 가정의 일반적인 모습이다. 코다(청인)는 어렸을 때부터 농인 부모의 문화와 청인사회의 문화를 동시에 경험하고 자연스레 부모와 청인사회를 연결하는 역할을 맡는다. 수어가 제1 언어인 부모의 코다라면 음성언어보다는 수어를 더 먼저 배울 수도 있다. 작년에 개봉한 한국의 코다가 만든 다큐멘터리 ‘반짝이는 박수 소리’의 이길보라 감독은 라디오방송에 출연해 수화로 옹알이했고 나중에 유치원에 가서야 음성언어를 배웠다고 말했다.

코다들의 어려움 중 공통적인 것은 어린 시절부터 자녀이기보다는 본인의 이해능력 이상의 것들을 통역사로서 감당해야 할 때라고 말한다. ‘반짝이는 박수 소리’에 나온 예를 들면 나이 차이 얼마 안 나는 동생의 학교문제 통역, 9살에 은행에 전화해 빚이 얼마나 있는지, 새로 이사 갈 집에 전화해서 전월세가 얼마인지 통역해야했다고 한다.

하지만 통역보다 코다들을 더 힘들게 하는 것이 있다. 바로 농인에 대해 잘 모르는 청인들의 불편한 시선과 질문들이다.


//뱅센에 있는 동물원에 가던 날, 엄마 아빠는 자기들끼리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열차 안에 있던 모두가 둘을 쳐다봤다.(중략) ... 엄마 아빠가 희한한 동물 취급당하는 상황을 견딜 수가 없었다. (중략)... 《(수화) 사람들. 항상. 그래. 괜찮아.》 (중략)... 나는 부모님에 대한 자랑스러움과 창피함, 분노 사이에서 끊임없이 방황했다.(‘수화,소리,사랑해!’ 중)//

편견을 버리고 반짝이는 그들의 삶을 보길 바란다.

//엄마 아빠로부터 수화를 배우고 세상으로부터는 음성언어를 배웠다. 두 개의 세상은 지구 위에 나란히 올려져 있었지만, 그것들은 나란히 달리다가도 끊임없이 부딪치고 충돌했다. 하지만 두 세계를 넘나들며 살아온 나는 잘 알고 있다. 그렇기에 나와 동생 그리고 엄마 아빠의 세상은 너무나 반짝인다는 것을…. (‘반짝이는 박수 소리’ 중)//


2016/11/6 Copyrightⓒ경기복지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