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새해, 마음 사용 설명서
[오피니언] 새해, 마음 사용 설명서
  • 관리자
  • 승인 2017.01.23 17:1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고통은 10개월 무이자 할부를 활용하고 · 감동은 일시불로 구입할 것 · 사랑은 30년 만기 국채를 · 우정은 연금처럼 납입할 것을 권함 · 감사는 밑반찬처럼 항상 차려놓고 · 슬픔은 소식할 것 · 이해는 풍성한 채소로 만든 샐러드처럼 싱싱하게 · 고독은 뜨거운 찌개를 먹듯 천천히 · 용서는 동치미를 먹듯 시원하게 섭취할 것 · 기쁨은 인심 좋은 국밥집 아주머니처럼 차리고 · 상처는 계란처럼 잘 풀어줄 것 · 오해는 잘게 다져 이해와 버무리고 · 실수는 굳이 넣지 않아도 되는 통깨처럼 살짝 · 행복은 가끔 과식할 것을 허락함 ·슬픔이면서 기쁨인 연애는 초콜릿처럼 아껴 먹을 것 · 호기심은 마이너스 통장을 개설해서라도 마음껏 소비하고 · 열정은 신용대출을 권함 · 은혜는 대출이자처럼 꼬박꼬박 상환하고 · 추억은 이자로 따라오니 특별히 관리하지 않아도 되지만 · 그리움은 끝끝내 해지하지 말 것 · 의심은 단기 매도를 권하며 · 평화는 종신보험으로 가입할 것 · 변덕스러움은 애널리스트가 분석하듯 꼼꼼하게 다루고 · 아픔은 실손 보험으로 처리하고 · 행복은 언제든 입출금이 가능한 통장에 넣어둘 것을 권함.
“Happy new ear!!!”

“보내준 새해 마음사용 설명서 잘 읽어쏘야. 그런데 거 머시냐, 오자(誤字)부터 고쳐부러야 쓰것소야. Happy new ear가 뭐시다요? Happy new year재?”
“니가 시방 나한테 문자를 써부러야? 니도 새해에는 영어 공부 좀 해야쓰겄다. 골프장에서 조폭들이 그랬단다. 골프를 치는데 똘마니가 겁나게 잘 쳐분께 열받어분 오야지가 머라한지 아냐? ‘니 요새 가락이 겁나게 늘었다잉’ 약간 비꼬듯 했것지. 드라이버를 바꾸었단 말에 먼 드라이버냐고 물었더니 ‘XX10’(젝시오) 마크를 자랑스럽게 보임시로 ‘따블 엑스 텐이구만요’ 그랬단다. 오야지가 ‘그럼 새해 선물로 내꺼는 따따블 텐으로 하나 사와부러라 잉’ 그래갖고 유명상표가 되아부러써야.”
“그랑께 Happy new ear라는 거시여 머시여?”
“시끄럽다. 말 장난 그만 내 애기 쪼까 들어보그라. 우리나라 김선일 씨를 참수한 무장단체 알 카에다 말이여! 그놈들이 프랑스 극장을 공격해 수십 명을 죽애불고 수백 명을 조자분 사건 기억하냐?”
“워매, 그라고 보께 징하게 글로벌이요야.”
“니도 글로벌은 아냐? 하기사 지구촌 시댄께. 나는 그 뒷얘기에 더 큰 충격을 받았부렀다. 그때 바타클랑 극장에서 헤어·메이크업 아티스트였던 엘렌이란 여성이 싸늘한 주검으로 돌아왔단다. 17개월 된 아들을 둔 엄마였제.”
“엠병할 놈들”
“능지처참을 해도 모자라지. 그란디 그 남편 앙투안 레리(‘프랑스 블루’ 저널리스트)가 편지를 하나 써부렀단다. 나도 불란서 말은 모른다. 주서 들었어야. 한 번 들어볼라냐? 말은 사투리를 써불어도 글은 표준말로 읽어부러라.
“지난 금요일 밤. 당신들은 너무도 특별했던 한 사람의 생명을 앗아갔다. ‘내 인생의 사랑, 그리고 내 아들의 어머니였던 사람’이다. 하지만 당신들은 결코 내 증오를 가져가지 못할 것이다. 당신들은 내 분노와 미움을 간절히 얻고 싶겠지만, 증오로 답하는 건 당신들을 그런 인간으로 만든 무지함과 다를 것이 없다. 겁에 질려 내 이웃들을 의심의 눈초리로 바라보고, 내 안위를 위해 자유를 포기하길 바랄 테지만 당신들은 틀렸다. 난 지금까지와 마찬가지로 살아가겠다. 아내의 모습은 금요일 외출을 나갈 때처럼, 12년 전 사랑에 빠졌을 때처럼 아름다웠다. 나는 가슴이 찢어지는 고통으로 몸부림치고 있다. 당신들은 작은 승리를 거뒀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승리는 오래가지 않을 것이다. 아내가 날마다 우리와 함께할 것을, 당신들이 절대로 가지 못할 자유로운 영혼의 천국에서 다시 만날 것을 난 알고 있다.”
“워매, 눈물이 핑 돌아부요야.”
“니도 그러냐?”
“그래까꼬 난 다음 말에 충격을 먹어 부렀다. 그 양반이 요러큼 써부렀어야.”
“난 더는 당신들에게 신경 쓸 겨를이 없다. 난 지금 막 낮잠에서 깬, 갓 17개월 된 내 아들에게 돌아가야 한다. 아들은 매일 그랬던 것처럼 밥을 먹을 것이고, 우리는 언제나처럼 함께 시간을 보낼 것이다. 이 작은 아이는 행복하고 자유롭게 삶으로써 당신들을 괴롭힐 것이다. 그러므로 당신들은 내 아들의 증오도 절대 가져가지 못할 것이다.”
“....”
“니는 용서가 머시라고 생각하냐?”
“그란께요잉. 지난 해 나쁜 기억은 다 잊어부러야쓰것소.”
“내가 유식한 말을 한 번 더 할란다. 용서는 말이여. 다른 사람의 잘못된 행동을 옳은 일로 만드는 게 아니여. 상처를 준 사람에게 넘겨준 지 삶의 통제권을 되돌려 받는 것이여. 전시작전 통제권!”
“그라나 저라나 가족들을 용서하는 것이 징하게 어렵소야.”
“나도 마찬가지여.”
“그람시롱 무슨 자격으로 그런 말을 나한테 한다요?”
“니는 아직도 모르냐? 내가 바담 풍 해도 너는 바람 풍 하는거여. 그래서 내가 머시라고 그라드냐 ‘Happy new ear!’라고. 안 그라믄 니도 한 해 끝에는 반성문 써야 한당께.”
“반성문이라고라?”
“니가 아까 글로벌이라고 안 했냐? 반성문을 영어로 ‘글로 벌’이라 하는 것이여!”

새해가 왔다. “Happy new ear!!!”


2017/1/23 Copyrightⓒ경기복지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