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사춘기 소녀, 미혼여성의 부인과 질환
[Life]사춘기 소녀, 미혼여성의 부인과 질환
  • 관리자
  • 승인 2005.09.24 1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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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응급실을 통해서 고등학교 3학년 여학생이 실려왔다. 학교에서 갑자기 배가 아팠고 응급실에서는 흔히 말하는 맹장염인지 장염인지 정확한 진단을 위해서 분주히 검사가 진행되었다.

초음파로 배 안쪽을 조사해보니 15cm 도 넘는 크기의 물혹이 자리잡고 있었고 이내 산부인과 혹으로 진단되어서 심하게 아파하고 있었으므로 응급수술을 들어갔다. 다행히 수술해서 떼어보니 암은 아니었으나 난소의 양성종양이었다.

몇 개월전에는 평소 알고 지내던 분의 소개로 20대 후반의 미혼여성이 병원을 찾아왔다. 요즘 아랫배가 많이 나오는 것 같아 열심히 살을 빼려 했으나 배가 점점 나오던 중 감기로 찾았던 내과병원에서 아랫배에 혹이 있으니 산부인과에 가보라고 했다는 것이다.

물론 진찰을 위해서 환자가 침대에 누운 상태에서도 벌써 배가 나와 있었고 최근 생리통이 심했다는데 배를 통해서 본 초음파소견은 다름 아닌 자궁의 큰 혹이었다.

진료실에서 어렵지 않게 만나는 경우들은 결혼을 하지 않는 10대 혹은 20대의 여성에게서 난소나 자궁의 혹이 발견되는 것이다. 20대에 들어서면서 새롭게 생긴 생리통이나 점차 심해지는 생리통이 있다면 반드시 부인과 검사를 받아서 혹을 너무 키우지 않아야 한다.

이뿐 아니라 미혼의 소녀와 여성이 만나게 되는 부인과 병들은 각종 생리와 연관된 증세들이다. 생리를 너무 자주하거나 생리양이 너무 많으면 빈혈이 온다거나, 생리를 너무 오래 안하는 무월경, 생리통이 너무 심한 경우, 냉이 좋지 않은 경우 등 모두 성경험 유무와는 상관없고 반드시 산부인과 의사의 진단과 치료가 필요하다.

혹에 대해서 알아보려면 우선 소변만 참고 병원에 오면 금방 검사가 가능하다. 난소혹은 꼭 수술해야 하는 경우인지 판정하고 빨리 발견할수록 혹만 떼내어 귀중한 난소를 살리면서 치료할 수 있다.

흔히 생각하기를 산부인과는 결혼한 여성이나 가는 곳으로 알고 있는데 이는 크게 잘못된 것이다. 예로 중고교 여학생이 난소혹으로 수술을 받으면 어머니 되시는 분은 면회 온 친구나 주변사람들에게 병명이나 수술사실을 숨기곤 하는데 굳이 그럴 것이 없다.

물론 수술을 하고 싶지 않은 여성의 입장에서는 갖가지 민간을 비롯한 치료를 찾아다니느라 시간을 보내곤 하지만 그렇다고 그것이 온전한 치료라고 할 수는 없다. 또 모든 혹을 급하게 다 수술해야 하는 것은 절대로 아니다. 두고 보아서 꼭 필요한 경우에만 수술해야 하고 성급하게 결정해선 안 된다.

자궁과 난소는 여성에게 매우 독특한 기관이며 천하보다 귀한 인간생명의 창조에 기여하는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초경부터 하던 생리통은 정상으로 볼 수도 있으나 20대에 들면서 생리통이 더 심해지거나 없던 것이 새롭게 생긴 생리통, 분만후나 나이가 들어갈수록 없던 생리통이 생긴 경우는 거의 대부분 정상이 아니다.

수술의 제때를 놓쳐서 정상으로 잘 남길수 있는 것도 늦게 발견하거나 수술결정이 늦어지면 그 귀중한 난소나 자궁을 크게 손상시켜서 다 떼어야 하니 그런 경우가 가장 산부인과 의사로서는 안타까운 일이다.

이제 성경험 없는 10대 20대 미혼여성도 산부인과에서 검진 받는 것은 상식이 되어야 한다.


글_강영수 원장(이화여자대학교 의과대학및 대학원 졸업 / 이화의료원 산부인과 전공의 수료,산부인과 전문의 취득 / 현, 샘여성병원장 / 한국누가회 생명윤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