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정신장애요양원에서 온 소식
제주 정신장애요양원에서 온 소식
  • 관리자
  • 승인 2005.09.24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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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원을 선택한 동료들에게 성실한 길 안내자가 되고 싶다


같이 희망원에서 근무를 하다가 지금은 도시락집을 하고 있는 이웃이 있다. 직장생활을 같이 해서인지 나이는 같지만 친구라 말하기보다는 다정하고 친근한 이웃이다.

대구에서 제주까지 와서 처음 얼마간은 적응하느라 힘겨워하더니 이제는 사람들도 많이 알게 되고 우리 식구들과 왕래도 잦다. 제주도에서 지역감정을 느끼기는 어렵지만 그래도 육지에서 정착하기 위해 내려온 가정은 사람들과의 동화가 어렵고 고향이 그리워 힘들어 하는 모습을 많이 보게 된다. 이곳에서 태어나 살고 있는 나로서는 ‘섬지역으로서 특성이 있나보다’는 생각을 어렴풋이 하게 된다.

이 이웃은 희망원에 같이 근무하면서 온갖 어려움과 힘든 과정을 같이 겪어 더 빨리 친숙해졌다. 희망원이 부랑인[노숙인]복지시설이니 설명을 구체적으로 하지 않은 한 누가 그 어려움을 알까?

일주일에 두, 세 번 이상 당직근무를 해야 하고 또한 밤과 새벽을 가리지 않고 시청과 경찰서에서 데려오는 행여인들, 맨정신도 아니고 대부분 술에 취해 인사불성이거나 마치 근무자를 원수로 대하듯 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근무 조건의 힘겨움과 업무의 피곤이 사람들을 오히려 결속하고 친하게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사실 같이 근무를 한지는 1년정도 되었다.

한 직장에서 오래 있다보니 오는 사람도 많고 또한 보내는 사람도 많다. 사회복지시설에서 10여년을 근무하면서 어려웠던 점이라고 하면 나는 계속 근무를 하고 또한 계속 근무를 할 마음이 있는데 주변에 같이 마음을 이어갈 동료들이 새로운 길을 찾아 가거나 훌훌 떠나버리는 일이다.

만약 새로운 길을 찾았거나 좀 더 좋은 환경으로 가는 경우도 있겠지만 때론 지금의 상황이 너무 어렵거나 열악한 사회복지 종사자의 근무 여건 때문에 생계를 위해 다른 길을 찾아갈 때 겉으로 표현치는 않지만 ‘과연 나는 어떻게 해야 하나!’ 생각을 한 적이 많다.

하지만 지금 유경이네는 좋은 길을 선택한 것이라 생각하고 “지역사회를 따뜻하게 만드는 도시락”을 추구하며 자신의 일을 사랑하는 모습을 보고나서 나는 지금의 자리에서 최선을 꿈꾸며 내 일터를 빛내고 새롭게 이 길을 선택한 동료들에게 성실한 길 안내자가 되고 싶다.



제주정신요양원 박지환(사회복지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