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꿈터 아이들의 일탈을 꿈꾸며
하늘꿈터 아이들의 일탈을 꿈꾸며
  • 관리자
  • 승인 2005.09.24 1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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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화 이론과 하늘꿈터 아이들의 일탈


하늘꿈터장애인단기보호시설 시설장, 한국장애인복지시설협회 정책위원
누구나 ‘일탈’(deviation)을 꿈꿔 본 적이 있을 것입니다. 저도 수도원 담을 넘어 방랑자가 되었던 ‘골든몬트’의 ‘지(智)를 일탈 한 사랑(愛)의 일탈’을 꿈꾸어 본 적이 있습니다.

물론 여기에는 이분법적인 단순한 논리가 있었겠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속에 자유의지가 있는 한 일탈을 꿈꾸는 유혹은 어느 누구에게나 존재 할 것입니다.

우리나라 정신지체장애인복지에서 수년째 화두로 남아 있는 것 중에 ‘정상화 이론’이 있습니다. 덴마크의 뱅크 미켈슨(Bank-Mikkelsen)은 정상화를 ‘정신지체인들이 가능한 한 정상에 가까운 생활양식을 얻도록 해 주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우리는 정신지체인을 위한 사회복지서비스의 일환인 ‘정상화 이론’을 말하기에 앞서 ‘일탈’에 대한 본질을 살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일탈을 흔히 ‘사회적 규범에서 벗어나는 일’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비장애인들은 자신이 지닌 관습과 문화, 그리고 기준을 가지고 정신지체장애인을 자신들과 다른 행태로 살아가는 ‘일탈자’로 규정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문제는 그 ‘일탈’이라는 것이 대부분 부정적으로 바라보고 있다는 것입니다.

정신지체인을 바라보는 역사(歷史)를 살펴보면 인간이하의 존재인 일탈자, 위협적인 존재인 일탈자, 말할 수 없는 공포의 대상인 일탈자, 연민의 대상인 일탈자, 성스러운 천진난만한 아이인 일탈자, 병든 생물인 일탈자, 웃음거리 대상인 일탈자, 영원한 아이 인 일탈자들로 취급했습니다. 이러한 정신지체인의 일탈에 대한 사회적 개입은 일탈자를 ‘악마(惡魔)’로 보아 죽이거나 격리시켰고, 영혼이 없는 사람으로 취급하였으며, 밥만 먹고 아무것도 쓰일 것이 없는 짐승이나 식물로 취급했습니다.

이는 불과 얼마 전까지 비일탈(非逸脫)자들이 정신지체장애인들에게 행했던 행위였습니다. 이에 반해 긍정적인 개입으로는 교육, 훈련, 처치를 통해 일탈을 되돌리거나 일탈예방을 하였습니다.

바로 이런 일탈자에 대한 사회의 긍정적인 개입이 ‘정상화’의 효시가 된 것입니다. 그러나 저는 요즘 역설적으로 하늘꿈터 친구들의 일탈을 내심 기다리고 있습니다.

얼마 전 사회기술훈련으로 대형할인마트견학 시 식품코너에서 순식간에 튀긴 닭다리를 물어뜯으며 살인 미소를 지었던 K군, 선생님이 시설을 청소하는 사이 골목길 슈퍼까지 맨발로 달려가 과자봉지와 아이스크림봉지를 뜯다가 발각 된 또 다른 K군.

한편으로는 당황스럽고 시설장의 입장으로 매우 난감하기도 했지만 또 다른 한편으로는 우리 아이들의 이러한 일탈행동이 왠지 자랑스럽기도 했습니다.

언어소통이 매우 어려운 친구들. 그래도 그 친구들이 동네에 있는 슈퍼나 식품매장의 위치를 인지하고 있었으며, 식품의 종류와 식품을 먹는 방법들을 인지하여 원하는 음식을 먹을 수 있었으니까요. 물론 물건값까지 치렀었다면 더 말할 나위가 없었겠지요.

요즘엔 더 많은 지원인력을 보충하여 이러한 일들은 발생하지 않고 있습니다. 한 가지 걱정이 덜어졌지만 한편으로 ‘우리 하늘꿈터 아이들이 용기와 모험 그리고 호기심을 가지고 이러한 일탈행위를 했으면’하고 바라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이러한 일탈로 사회와 비장애인들과 자주 접하면서 ‘정상화’로 갈 수 있을지도 모르니까요. 가끔 정신지체장애인들이 일탈행위를 하면 기분 좋게 받아 주십시오. 정상화로 가기위한 걸음마이니까요.

“그에게서 하나님의 하시는 일을 나타내고자 하심이니라” (요한복음 9:3)


글_윤호종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