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정신장애인 우리의 좋은 이웃입니다
[칼럼]정신장애인 우리의 좋은 이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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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6.08.12 1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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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_문용훈 (태화샘솟는집 관장, 중앙정신보건사업지원단원, 사회복귀시설 서울지회장, 정신사회재활협회 임원)


마음의 병, 만성정신질환, 정신장애… 아직도 사회에서는 여러 가지 의미로 사용되어지는 단어들이다.

사회가 복잡해지면서 이러한 단어들은 더욱 세분화되어서 우울증, 정신분열병, 과잉성행동장애, 주의력장애, 인격장애, 공황장애 등등 이제는 대중매체에서 어렵지 않게 들을 수 있는 말들이 되었다.

정신장애인 사회복귀시설인 태화샘솟는집에서 근무한 지 올해로 15년이 되어가고 있다. 처음 만성정신질환자 분들을 만난 것이 이때가 처음이 아니었을 것이고 아마 내가 기억하고 있는 것 보다 훨씬 이전일 것이다.

나의 기억속에서 정신장애인을 만난 것은 고등학교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종교단체에서 하는 자원봉사활동에 참여하던 나는 중복장애인시설, 어르신시설, 아동시설, 교도소 등을 방학을 이용하여 방문하였었다.

어느 여름방학 중 나와 친구들은 서울의 어느 병원에서 부랑인들의 침대용품을 갈아주고 청소를 하는 일에 자원봉사로 참여하게 되었다. 그곳에서 자원봉사를 하던 중 친구 몇 명과 함께 가운을 입은 어느 남자분의 인도로 함께 또 다른 병동을 가게 되었다.

그곳에서 탁구도 치고, 청소도 하며, 친구들 또는 그곳에 있는 분들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한 후 병동을 나오게 되었다. 자원봉사를 마치고 집으로 가기 위해 인사를 하는데 우리를 데리고 갔던 분이 우리에게 저 사람들이 왜 병원에 있는 것 같으냐고 물어보았다.

당시 정신과에 대한 지식이 전혀 없었던 우리는 내과질환 등 우리가 아는 상식에서 대답을 하였고 그 분은 저 사람들이 정신병자라고 하였다.

병원을 나와 버스를 타고 집으로 오는 동안 나의 뇌리에서는 정신병이라는 단어가 사라지지 않았다. 우리와 별 다를 것이 없어 보이는 분들인데... 그 동안 정신병에 대하여 내가 가지고 있던 선입견이 완전히 깨어지는 시간이었다.

창밖에는 소나기가 내리고 있었지만 충격적인 경험은 쉽게 머리에서 사라지지 않았다.

다시 5년의 세월이 흘러 군대에서 고등학교 동창을 만나게 되었다. 항상 조용하게 지내던 친구가 같은 부대에 소속되게 되었고 심리적으로 의지를 할 수 있었다.

군 생활 8개월 정도를 하였을 때 그 친구가 나에게 와서 자신이 군대에 오게 된 이유를 이야기해 주었다.

친구는 당시 우리나라 최고 기업 창업주의 손녀를 사귀고 있는데 자신과의 교제를 기업에서 방해하고 위협하여 군대로 피신하였다는 것이다.

처음에는 진지하게 이야기하는 그 친구의 말을 믿고 이런 저런 위로의 이야기를 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러나 그 친구는 날마다 똑같은 이야기를 반복하기 시작하였고 그 내용도 손녀 외모에 관한 이야기, 자신들의 교제를 방해하는 회사 사람들로 인한 구체적인 어려움, 군내부에서도 회사에서 파견한 사람이 있다는 등 그 내용도 구체화 되었고 그런 생각에 잡혀 있는 친구의 괴로움은 더해 갔다.

친구의 어려움을 당시에는 병으로 인식하지 못해서 나와 몇 동기들은 소대장님에게 친구가 힘들어 한다고 하였으나 특별한 조치를 하지 못하였고 그냥 나를 비롯한 동기들이 좀 더 신경을 써서 봐주는 정도였다.

그 친구의 소식은 지금 더 이상 들을 수가 없다. 이런 저런 어려움으로 제대하였지만 사회에서 그의 이야기를 들어줄 사람을 찾지 못하였고 가족의 생계를 책임져야 하는 어머니에게 경제적인 문제에 정신질환 아들의 치료와 재활은 개인이 담당하기에는 너무나 큰 짐이었다고 한다.

다시 5년이 지나 나는 경영학에서 사회복지학으로 전공을 바꿨고, 정신장애인 지역사회재활시설인 태화샘솟는집에서 일하기 시작하였다.

당시 학교에서는 정신장애에 대한 내용을 특별히 다루지 않아서 일하면서 필요한 정신장애관련 서적들을 읽어갔고 몇몇 사람들이 모여서 하는 작은 세미나들을 찾아다니며 정신장애인에 대한 이해를 높여 갔다.

뿐만 아니라 태화샘솟는집을 이용하는 분들(정신장애의 어려움이 있는 분들)과 15년을 함께 하다 보니 약물, 증상, 재활모델, 취업, 주거시설 등도 이제는 나에게 익숙해진 단어가 되어갔다. 그동안 나 자신이 정신장애에 대하여 알아 가는 것만큼 제도적인 변화가 진행되었다.

2000년 장애인복지법이 개정되면서 만성정신질환자들도 장애인 등록이 가능해 지면서 제도적인 차원에서 지원이 가능하게 되었다.

하지만, 현재까지도 정신질환으로 인한 장애인은 타 장애인에 비해 가장 높은 실업률을 나타내는 상태이며 사회적 편견으로 인하여 장애인 등록도 망설이고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이유로 인하여 불필요한 장기입원이 발생하고, 입원절차 등에 인하여 인권침해와 관련한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특히 경제적인 능력이 부족한 의료보호 환자의 비율이 전체 환자의 71.0%를 차지하고 있다. 이러한 문제는 공공지역정신보건사업의 한계를 나타내는 것으로 민간단체의 협조 필요성이 제기되는 상황이다.

초기 정신보건체계 마련을 위하여 공공자원의 투입을 통한 시스템 구축으로 효과를 보일 수 있으나 지역에 민간시설이나 단체가 늘어나고 있는 점을 고려하여 정신장애인을 위한 후원조직, 자원봉사활동 연계, 선량한 시민단체와의 연계 등을 통하여 공공정신보건사업이 시도하지 못한 새로운 영역을 개척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입·퇴원과 관련한 내용에서 벗어나 정신장애자가 지역사회 구성원으로 살아가는데 필요한 사회적 관심이 필요한 시기이다.

정신보건법이 재정된지 11년이 지난 지금 많은 정신장애자가 지역사회의 사회복귀시설을 이용하고 있고 자신의 능력에 따라 다양한 고용에 참여하고 있다.

또한 공동생활가정에서 일정기간 독립생활 준비 한 후 임대아파트에서 생활하는 정신장애인이 늘어나고 있으며 인근 교회나 사회복지시설에서 그들의 독립에 함께 하고 있다.

정신장애인도 우리와 함께 생활하는 좋은 이웃으로 받아들여져야 한다. 그동안 다른 장애인들에 비하여 자신들의 권리를 주장할 수 있는 기회가 제공되지 않은 상황을 이제는 더 이상 그들만의 어려움으로 두어서는 안 될 것이다.

정신장애인은 질병으로 인하여 과거에 없었던 여러 가지 어려움들이 생겨나고, 반대로 자신이 가지고 있던 여러 좋은 점들을 잃어버리기도 한다.

이것은 질병으로 인하여 생겨난 차이인 것이다. 차이를 인정하면 차별은 없다. 그동안 우리는 차이를 인정하는 시간이나 여유를 가지지 못한 것 같다.

이제부터라도 정신장애로 어려움을 가진 사람들도 자신의 장점을 활용할 수 있는 기회가 지역에서 제공되어야 하고, 자신의 삶을 영위하는데 있어서 스스로의 선택권과 자기결정권을 가지고 이웃 주민들과 어울려 살아가는 방법을 찾아 가도록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