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월 한아름농장 최정학씨
반월 한아름농장 최정학씨
  • 관리자
  • 승인 2006.09.09 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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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환경농산물, 무농약만으로?
미생물 발효제로 흙부터 살려야죠




대형마트가 즐비한 시내에서 20분 남짓 달렸을까· 경기도 안산시 상록구 팔곡일동 하우스 일대는 막바지 여름을 달구는 햇볕이 지나가는 중이었다.

농업인 현장교육장이기도한 한아름농장에 들어서니 건강한 농민 최정학(61세)씨가 반갑게 맞는다.

그의 땀과 손길이 머물지 않은 곳이 없겠지만 하우스 한 켠에 놓여 있는 그의 책상위에는 손때가 묻은 수많은 책들이 여러 자료들과 함께 놓여 있었다.

농사란 땅에 씨를 심고 때가 되어 열매를 거두는 것, 그래서 단순하고 정직한 것이라고 생각해왔다.

그런데 최정학씨를 만난 후 생명을 지켜내려는 보이지 않는 싸움의 연속, 안일할 수 없는 새로운 도전, 인내 끝에 또 다른 생명을 얻는 것이 농사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농촌진흥청 농촌현장 자문위원, 안양원예농협 이사, 안산 농촌지도자연합회 운영위원, 전국 새농민상 협의회 회원으로 활동하면서 지방으로 농사짓는 법을 강의하고 있는 그에게 농사는 그 어느 분야보다 새로운 창의성이 요구되는 삶터이다.

그만의 농사법은 진딧물을 없애기 위해 농약대신 진딧벌을 방사하고, 방제가 필요한 병해는 식초나 막걸리·목초액 등 천연제재를 이용하는 것.

또한 치과에서 사용하는 구강세척수의 효과를 보고 아이디어를 얻어 저농약작물에 전해수를 이용한 병해충 방지, 잔류농약 세정, 토양의산성화를 막아 땅을 자식처럼 보살피고 키우는 것이다.

안산시로부터 토마토 무농약 품질인증을 받은 그는 “친환경농업의 시작은 흙을 살리는 것에서부터 시작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무농약농사는 농약을 안치는 것뿐 아니라 흙에 이로운 미생물과 등겨·혈분·당밀·퇴비 등을 이용해 땅심을 높이는 것. 그렇게 살아있는 흙에서 시작하는 것이 친환경농업의 출발이라는 것이다.

농사입문 20년동안 수많은 실패가 있었지만 그 실패는 또 다른 도전이었다. 농림부장관 표창, 새농민 기술부문상, 안산시장 표창, 경기도지사 표창 등을 수상한 그이지만 물질적으로는 여전히 부자 농사군이 아니다.

하지만 그에게는 20여 년 전 한마음으로 출발한 아내와 건강한 두 아들이 그를 아버지, 남편, 전문 농업인으로 자랑스러워한다.

한아름농장에는 한 해에 2,000-3,000명이 넘는 방문객들이 찾아온다. 열매를 내기 위해 뿌리가 숨쉬는 땅의 소중함을 안내하는 그를 통해 사람들은 처음엔 호기심으로 그다음엔 놀람으로 그리고 새로운 희망과 도전을 갖고 돌아간다.

현재까지 최정학씨는 반월농협 팔곡작목반원 40여명에게 토양 관리법 등을 전수하고, 삶의 방향을 잃고 실패한 젊은 부부에게는 농사를 통해 정직한 생활의 기쁨을, 흙이 그리운 노인, 몸이 불편한 장애인들에게는 우선해서 농장을 일터로 제공해왔다.

그의 농장에서 생산된 농산물은 없어서 못 판다. 그럼에도 지방에서 농사 강의가 있어 출발할 때면 인근 지역의 병원에 있는 암환자들에게 전할 무농약 토마토, 오이 등을 차에 가득 싣고 출발한다. 또한 소외된 이들이 머무는 기관에는 헐값에 농산물을 넘긴다.

요즘처럼 빠른 결과물을 요구받는 세상에, 알아주는 이 없어도 흙을 살리고, 씨를 뿌리고, 생명을 다루듯 먹거리를 키우는 최정학씨의 세상살이의 기본이, 더없이 아름답고 믿음직해 그의 여정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권연순기자 (2006.9.9 경기복지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