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우석 신화의 종말을 보며
황우석 신화의 종말을 보며
  • 관리자
  • 승인 2006.01.31 1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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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과학과 생명윤리는
서로 견제하며 균형을 이룰 때
가장 빠르고 안전하게 갈 수 있다는 사실



지난 1월 10일 황우석교수 논문조작에 대한 서울대 조사위원회의 최종 결과 발표를 보며 중간보고를 통해 예견은 했었지만 막상 2005년 논문 뿐 아니라, 2004년 논문까지도 조작이었음이 밝혀져 허탈한 마음 금할 길 없다.

이 세상에서 가장 확실한 진실이 과학이라고 믿어온 우리 모두에게 그 과학의 대명사요, 영웅으로 불리운 황우석교수가 한번의 실수가 아닌 인위적 조작의 주역이었다는 사실이 더욱 혼란스러울 따름이다.

서울대발표는 상당부분 실체적 진실에 접근했다고 보이지만, 조사위원회도 밝힌 바와 같이 미흡한 부분은 앞으로 계속 다각적인 규명작업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본다.

서울대가 스스로 자신의 실추된 명예를 추스리기 위해 살을 도려내는 듯한 아픔을 감내하는 것처럼, 여러 유관된 기관이 특별위원회를 만들어 세부적인 조사를 계속 진행하며 검찰은 검찰대로, 감사원과 국회도 각각의 역할에 따라 추가적인 규명작업을 해나가야 할 것이다.

배아줄기세포연구는 넘어야할 산이 너무도 많다. 태백산맥을 넘어야 하는데, 첫번째 언덕도 채 넘기지 못하고 탈이 난 것이다. 황교수의 연구가 설령 사실이었다 하더라도 그것은 배아줄기세포가 실용화되는 것과는 아직도 거리가 멀다고 보아야 한다.

이번 연구결과를 미루어볼 때 인간배아에서 줄기세포를 추출하는 작업은 수많은 난자를 필요로 할 뿐 아니라, 분화능력이 워낙 강해 테라토마라는 암을 만들어내며 특종 세포로 분화시키기 위해서는 수많은 기술이 개발되어야 한다.

그동안 황우석교수를 비롯한 연구진들과 언론들은 실제 이상으로 지나치게 난치병환우들에게 장미빛 환상을 심어주었다. 세계줄기세포허브를 만들어 난치병환자들의 등록을 받은 것이 그 대표적인 예라 할 수 있다.

아직 분화를 조절하는 기술이나 암을 예방하는 방법이 개발되지 않았을 뿐 아니라, 동물실험도 전혀 거치지 않은 상태에서 마치 당장 치료할 수 있는 것처럼 등록을 받은 것은 잘못된 정책이다. 어쩌면 황교수팀은 난치병 환우들의 이러한 치료에 대한 열망을 교묘히 이용한 사기극이라 생각되어 더욱 안타깝다.

배아줄기세포를 만들려면 반드시 난자를 다량 채취하여야 하고, 인간배아를 복제하여야 할 뿐 아니라, 줄기세포를 얻고 나면 반드시 그 인간배아는 죽기 마련이다.

결국 배아줄기세포를 얻으려면 무고한 인간생명이 죽임을 당할 수밖에 없는 반면 성체줄기세포는 이러한 윤리적 문제를 비켜가는 대안이 될 수 있다.

물론 성체줄기세포가 분화능력이 배아줄기세포만 못하다거나 단번에 많은 양을 만들지 못한다는 약점이 있지만 최근 전 세계적으로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면서 이러한 한계들이 상당부분 극복이 되고 있다. 만일 황교수 연구팀에 쏟아 부은 연구비와 인력을 성체줄기세포연구로 전환한다면 괄목한 연구결과가 나올 것으로 기대된다.

실은 황교수연구의 윤리적 문제에 대해 2년 전부터 몇몇 생명윤리학자들과 기독교인들이 지적을 해왔고, 특히 연구원 난자채취문제를 비롯한 연구윤리위반에 대해 생명윤리학회가 공개질의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언론은 여론을 의식한 나머지 전혀 이에 대한 비판적 기능을 해오지 못했다.

더우기 얄팍한 애국심에 도취된 나머지 진실보다는 국익이 우선되어야 한다는 해괴한 논리를 언론이 주도적으로 이끌어내온 사실은 두고두고 반성해야 할 것이다.

아직도 이러한 최면현상이 가시지 않았는데, 황우석교수 신화 만들기는 이제 종교적 신념으로 발전되어 사이비종교집단에서 보이는 병리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다.

얼마 전 영생교교주가 사망했음에도 불구하고 그 신도들이 사이비종교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는 것처럼 황교수의 연구가 조작이라고 밝혀졌고 본인 스스로도 조작을 시인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황우석종교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무리가 적지 않음이 안타깝기 그지없다.

정부와 학계가 앞장서서 하루빨리 이러한 사회병리 현상을 바로잡지 않으면 오대양사건에서 목격한 집단히스테리가 다시 발생하지 않으리라고 장담할 수 없을 것이다.

이번 일을 게기로 우리 모두가 자신을 돌아보아야 할 것이다. 목적이 좋다면 수단이나 과정은 대충 적당히 얼버무려도 된다는 잘못된 업적지향주의와 성공주의가 우리 사회에 팽배하다고 생각된다.

무엇보다 정직이라는 덕목이 중요시되지 못하고 진실이 쉽게 은폐될 수 있는 시스템의 문제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실수야 누군들 할 수 있지만 그 실수를 조기에 체크하여 바로 잡는 검증시스템이 가동이 되어야 하며, 한 사람의 영웅에 의해서가 아니라 다양한 사람이 함께 이루어낼 수 있는 팀웍이 보다 강조되어야 할 것이다.

다행스러운 것은 그나마 우리나라의 젊은 과학도들에 의해서 문제제기가 되고 자체 조사위원회를 통해 전모가 밝혀진 것은 아직은 자체 면역기전이 살아있다는 증거이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1월 10일은 우리 생명공학의 치욕의 날인 동시에 생명윤리의 희망의 날이기도 하다.

황교수도 이제서야 인정한 것처럼 생명과학과 생명윤리는 수레의 두바퀴처럼 서로 견제하며 균형을 이룰 때 가장 빠르고 안전하게 갈 수 있다는 사실이다.

아무쪼록 2006년이 우리나라의 생명과학과 생명윤리가 거듭 태어나는 원년이 되기를 간절히 소망해본다.


글_박상은 원장(샘안양병원장, 생명윤리학회 부회장, 보건복지부 생명윤리위원, 한국누가회 이사장, 회장 역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