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돌아돌아 두물머리를 돌아가는 이유
[칼럼] 돌아돌아 두물머리를 돌아가는 이유
  • 경기복지뉴스
  • 승인 2018.06.14 1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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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길원/가족테마파크 W-스토리 대표, 가족생태학자
송길원/가족테마파크 W-스토리 대표, 가족생태학자

양평으로 이사해 산지 벌써 석달을 넘어섰습니다. 처음에는 먼 듯 느껴졌지만 아내랑 오가며 나누는 대화는 1시간도 짧게만 느껴집니다. 무엇보다 양평으로 들어설 때의 맑은 공기는 최고의 선물 중 하나입니다. 싸아한 공기가 코끝을 간지를 때의 기분은 형언할 수 없습니다. 막힌 콧구멍이 뻥 뚫리며 폐까지 시원해집니다. 거기다 아침을 깨워주는 새들의 지저귐, 아침 밥상을 그득하게 채운 푸성귀며 온갖 신선한 야채들은 수랏상을 방불케 합니다.

또 하나의 즐거움은 스토리에 있습니다.

북한강과 남한강이 만나는 지점을 두 물이 만난다고 해서 두물머리라 합니다. 그곳을 지나며 떠 올리는 미국의 작가 찰리 쉬드의 이야기입니다.

“사랑하는 필! 내가 살던 마을엔 두개의 강이 합친단다.

너와 아내 될 마릴린을 강 언덕 위로 데려가 두 강이 만나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

거기서 보면 두 강이 합치기 전에는 점잖게 흐르다가 합쳐질 때는 격노하게 합친단다. 큰 소용돌이가 생기며 마치 상대를 없애겠다고 결심한 것처럼 서로 맹렬히 공격하는 것 같다.

잠시 후 두 물결은 합치면서 이런 인사를 하는 것 같단다.

‘자! 이제부턴 함께 가요. 우리 앞엔 무언가 더 좋은 게 있을 거예요.’

그때 하류를 내려다보았지. 언제 다툼이 있었느냐는 의심이 들 정도로 강은 넓고 평온해져 있었단다. 결혼도 두 강줄기가 만나 소용돌이친 후 화해하는 것과 같단다.

두 개성이 만나면 서로의 개성과 습관이 상좌를 차지하려고 다툴 것이다. 때로 물거품을 남기며 너희를 숨 막히게 할지도 모른다.

그때 ‘사랑은 과연 어디 갔느냐?’는 반문이 들 수 있지만 항상 먼저 화해를 청하는 것을 잊지 말라.”

작가는 이 글을 결혼하는 자녀들을 위해 썼습니다. 저도 언젠가 이렇게 말해 주려 합니다.

“사랑하는 아들아! 아빤 두물머리를 지날 때 마다 찰리 쉬드의 이야기를 떠올렸지. 아빠 엄마도 개성 강한 사람들이어서 늘 부딪히고 자주 의견다툼이 있었단다. 하지만 두물머리를 바라보며 결심하곤 했지.

‘우리, 따로가 아닌 하나의 기쁨을 위해 자잘한 아픔쯤은 건뎌내고 잊기로 해요.’

매일 두물 머리를 바라보며 우린 화해의 삶을 살기로 다짐했지. 다리 위를 지날 때면 과거의 상처를 다리 아래 물처럼 기억의 샘에서 떠내려 보냈단다. 그 때 아빠는 깨달았지.

진정한 화해에는 ‘다투었던 사람과의 화해’도 필요하지만 ‘다투었던 기억과의 결별’도 필요하다는 것을.

아빠가 쌩쌩 빠르게 달릴 수 있는 경춘고속도로를 뒤로하고 돌아돌아 두물머리를 거쳐 출퇴근을 했던 이유가 여기 있었단다.”

 

경기복지뉴스 ggwn2005@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