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를 위한 것인가?
누구를 위한 것인가?
  • 경기복지뉴스
  • 승인 2018.08.20 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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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수어 교육 강의 의뢰를 받았다. 담당자와 이런저런 대화를 하는데 수어 교육을 다 마친 후에 수어 노래 발표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하였다. ‘수어라고 하면 수어 노래가 떠오르나?’ 생각을 했다. 통화가 끝나고 문득 고등학교 수련회에서 수어 교실을 선택한 친구들이 합창 대형으로 빽빽이 서서 노래를 수어로 발표하는 장면이 떠올랐다. 수어를 전혀 모르는 그때는 영어나 프랑스어로 노래를 하는 것과는 조금 다른 차원으로 멋지게 보였다.

노래를 수어로 표현하는 것은 청인들에게 무척 새롭고 신기하며 이를 통해 농인들과 교감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 뿌듯함까지 느낄 것이다. 그러나 매우 안타까운 사실이지만 청인들만 그렇게 생각한다는 것이다.

수어가 제1 언어이고 소리보다 시각적인 것을 중심으로 살아가는 농인이 청인들의 수어 노래를 본다면 마치 로봇이 노래임에도 또박또박 글자 그대로 읽으며 기름칠이 덜 된 팔을 별 의미 없이 상하로 움직이는 것처럼 보일 것이다. 심하면 눈에 보이는 것이 분명 수어 단어인데 노래의 의미를 전혀 모를 수도 있다.

그 이유는 노래의 분위기와 리듬을 시각적으로 표현하지 않고, 영어를 한국어로 직역하듯 가사 내용의 이해 없이 그대로 수어로 바꾸고 수어 문법에 맞지 않게 표현했기 때문이다. 어떤 농인은 청인이 농인에 대해 잘 모르면서 자연스럽지 않은 수어로 자아도취되어 노래하고 있는 모습을 보면 기분이 썩 좋지 않다고 한다.

통역 경험이 10년 가까이 되어가는 필자도 노래를 수어로 표현하기가 매우 어렵다. 소리중심인 청인 문화의 노래를 시각중심인 농인의 문화로 의역하여 시각적으로 표현해야하기 때문이다. 즉 노래 전체적인 분위기를 얼굴과 몸에 드러나게 하고 노래가사를 머릿속에서 상상하여 눈앞 공간에서 시각화하여 표현해야 한다. 그리고 노래 가사에 알맞은 자연스러운 얼굴 표정과 수어 표현을 해야 하며 몸으로 리듬을 표현해야 한다. 이렇듯 노래를 수어로 표현하는 것은 만만치 않은 일이다. 그러나 이렇게 해야 농인도 청인과 같이 노래를 느끼며 즐길 수 있다.

이렇게 말하면 노래를 통해서 겨우 수어에 대해 흥미를 느끼고 다가갔는데 너무 어려워서 수어를 배우는 것을 시도조차도 하지 못하겠다고 말할지도 모르겠다. 물론 자기만족을 위하여 수어를 배우는 사람도 있겠지만 수어를 배워서 청인들만 즐겁다면 매우 아이러니한 상황이 아닐까 생각한다.

아래는 노래를 수어로 잘 표현한 영상이다. 앞으로 우리나라에서도 아래와 같이 자연스러운 수어 노래들을 보기 바란다.

Frozen

https://www.youtube.com/watch?v=SPOhXElYIOc&app=desktop

The way you make me feel

https://www.youtube.com/watch?v=gS06FGr0hjc&feature=youtu.b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