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나의 결혼식_제라르 다비드
가나의 결혼식_제라르 다비드
  • 경기복지뉴스
  • 승인 2018.08.20 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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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속에 내가 나왔으면 정말 좋겠네
사진기가 없던 시절, 미술이 사진을 대신했다. 사람들은 기억으로 남기고 싶은 것들을 화가를 통해 그림으로 남겼다. 돈이 있는 사람은 직접적으로 자신의 모습을 남기는 자화상을 요청하기도 했고, 일부는 그림에 간접적으로 투영시키기도 했다.

아티스트: 제라르 다비드 (Gerard David)
제작연도: 15세기경
종류: 유화
기법: 패널에 유채
크기: 100x128cm
소장처: 루브르 박물관

가나의 결혼식 장면
제라르 다비드가 전성기에 그린 그림, ‘가나의 결혼식(Les Noces de Cana)’은 성경 이야기이다. 가나의 결혼식에 참석한 마리아는 결혼식에 포도주가 떨어진 것을 알게 되고, 이에 근심하여 예수께 말한다. 예수는 항아리에 물을 가득 채워오라 한 후, 물을 변하여 포도주로 만든다. 예수가 행한 첫 번째 기적이다. 그림을 통해 이 공간은 혼인 잔치의 공간이며, 머리에 후광이 비취는 인물이 예수와 마리아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그리고 이 장면은 마리아가 포도주가 떨어졌음을 예수께 말하는 장면임을 짐작할 수 있다. 그림 속의 사람들은 분주한 듯 보이나 포도주에 시선이 향해 있으며, 대부분이 여자임을 확인할 수 있다.

배경과 관행 짐작하다
제라드 다비드는 벨기에 북쪽 지방의 플라망드에 살고 있는 ‘장 드 세다노(Jean de Sedano)’의 주문을 받아 위 작품을 완성했다. 그렇기에 그의(장 드 세다노) 주관적 시선이 작품에 드러났다. 첫 번째 특징은 그가 거주했던 벨기에 브리즈를 배경으로 넣은 것이다. 성경에서 이야기하는 공간이 아닌, 벨기에 건축물을 왼쪽 상단에 배경으로 들여놓아 그림이 그려질 당시를 고려하게 했다. 두 번째론, 당시 남녀가 축제 식사 중 별도의 테이블에 앉는 것이 관행이었던 것을 드러냄으로 시대적 배경과 관행을 미루어 짐작하게 했다. 위 그림에서도 신부는 있으나 신랑이 보이지 않는다. 일각에서는 예수가 신랑 되심을 간접적으로 표현했다는 해석도 있지만 당시 관행상 신랑이 다른 테이블을 썼음에 큰 비중을 두고 있다.

자신의 모습을 투영하다
또한 주문자 장 드 세다노는 성경의 이야기에 자신과 가족의 모습이 투영되기를 바랐다. 제라드 다비드가 이 그림을 그리기 얼마 전, ‘세다노 가족의 세폭화’를 요청받아 제작했는데, 그때 묘사된 가족들의 모습과 ‘가나의 결혼식’에 묘사된 가족의 모습이 거의 유사하다. 그림 왼쪽 아래에 무릎을 꿇고 앉아 있는 사람이 장 드 세다노이며, 그 뒤로 그의 아들을 등장시켰다. 오른쪽 아래에 흰 두건을 쓰고 무릎 꿇은 여인이 그의 아내다. 위 그림엔 없지만 화가 자신의 모습을 일부 투영시키는 작품도 이 시대에 많이 그려졌다.

사진이 없지만 그림으로
성경 이야기임에도 배경과 사람을 달리함으로 자신들의 존재와 입장을 확인받는 그림들이 많았던 15세기. 사람들의 기억에 남기 위해, 존재 여부를 확인받고 싶어 자신과 가족을 투영했던 그림을 보며, 진정 기억되고 이름을 남겨야 할 곳은 어디인가 생각해 본다.

 

이혜미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