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장애인학대 889건… 절반 이상 '저소득층'에 집중
작년 장애인학대 889건… 절반 이상 '저소득층'에 집중
  • 이건호
  • 승인 2019.09.23 1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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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부, 오늘 첫 '장애인 학대 현황 보고서'
발달장애 등 정신장애 피해자가 70% 이상
학대 장애인 유형별 비중 ⓒ보건복지부
학대 장애인 유형별 비중 ⓒ보건복지부

지난해 장애인 학대로 신고된 3658건 중 889건이 학대로 최종 판정됐다.

피해자 4명 중 3명은 정신적 장애인이었으며 피해 장애인 절반 이상은 저소득층인 기초생활수급자였다. 사회 활동을 시작하는 20대가 학대 위험이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보건복지부와 장애인권익옹호기관은 지난해 장애인 학대 신고사례를 분석한 '2018년도 전국 장애인 학대 현황보고서'를 발간한다고 23일 밝혔다. 전국 장애인 학대 현황을 정부 차원에서 발간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학대 4건 중 3건 '정신적 장애'…절반 이상은 '기초생활수급자'

지난해 1월부터 12월까지 전국 17개 지역장애인권익옹호기관에서 접수한 장애인 학대 신고는 3658건으로 월평균 153건이었다. 이중 절반인 1835건(50.2%)이 학대로 의심됐으며 사례판정 결과, 4건 중 1건인 889건(24.3%)이 '학대가 있었다'고 인정됐다.

장애 유형별로 보면 지적장애가 66.0%(587건)로 가장 많았으며 지체장애 6.9%(61건), 정신장애 5.6%(50건), 뇌병변장애 5.2%(46건) 순이었다.

지적장애와 자폐성장애 등 통상적인 발달 지연으로 생활에 제약을 받는 발달장애인 피해자가 68.5%(609건)에 달해 고위험군으로 분류됐다. 여기에 정신질환으로 장애가 발생한 정신장애 피해자까지 더하면 정신적 장애인이 전체 학대 사례의 74.1%(659건)를 차지했다.

학대 피해자 중 절반이 넘는 460명(51.7%)은 국민기초생활수급자였다. 차상위 계층도 25명(2.8%)으로 나타났다. 수급자가 아닌 피해자는 404명(45.4%)이었다. 2017년 국민기초생활보장수급자 현황을 보면 장애인 가구 중 기초생활수급자 비율은 19.1%였다. 그만큼 학대가 저소득층에서 많이 발생했다는 얘기다.

피해 장애인 연령대는 20대(20~29세)가 211건(23.7%)으로 가장 많았고, 30대 165건(18.6%), 40대 151건(17.0%) 순으로 집계됐다.

중복 학대를 별도로 구분하지 않고 학대 유형을 살펴보면 신체적 학대가 27.5%(339건)로 가장 높게 나타났고 경제적 착취 24.5%(302건), 방임 18.6%(229건), 정서적 학대 17.9%(221건), 성적 학대 9.0%(111건), 유기 2.6%(32건) 등이 뒤따랐다.

남성은 경제적 착취와 방임 피해가 여성보다 각각 30.4%포인트, 27.6%p씩 높았으며 여성은 성적 학대가 남성보다 64.0%포인트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신고의무자인 사회복지 전담공무원에 의해 가장 많은 421건(22.9%)이 신고됐다. 신고의무가 없는 기관의 종사자가 408건(22.2%)이었으며 스스로 피해 사실을 신고한 경우는 10.6%(194건)에 불과했다.

발달장애인은 스스로 학대를 인지하고 신고한 비율이 2.9%(18건)를 기록했는데 이는 전체 학대 의심사례 평균보다 약 3.7배 낮아 특성에 맞는 학대 예방과 신고 프로그램 개발이 필요하다고 장애인권익옹호기관은 진단했다.

학대는 피해 장애인 거주지에서 가장 많은 311건(35.0%) 발생했다. 장애인복지시설이 245건(27.6%)으로 두번째로 높았다.

학대 가해자는 장애인거주시설 종사자가 23.1%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으며 장애인 부모가 12.9%로 뒤를 이었다.
 
지역별 신고접수 현황을 보면 서울이 901건(24.6%)으로 가장 많은 신고가 접수됐고 경기 395건(10.8%), 부산 304건(8.3%) 등이 뒤를 이었다. 의심사례는 경기 293건(16.0%)으로 가장 많았고 경북 171건(9.3%), 충남 157건(8.6%) 순이었다.

신고의무자 직군 확대…시설내 학대 방생시 가중처벌 추진

복지부는 이번 현황 분석 결과를 바탕으로 장애인학대 예방 및 피해자보호 강화를 위해 ▲지역사회 중심 예방 체계 구축 ▲신속한 현장 대응체계 구축 ▲장애인 복지시설 내 학대 예방 ▲학대 피해자 보호 강화 등 대책을 마련하기로 했다.

우선 장애인 당사자 및 대국민 홍보 강화를 위해 장애인 학대 인지방법, 신고요령 등을 포함한 읽기 쉬운 자료 등 제작을 계속한다. 현재 21개인 신고의무자 직군을 국민연금공단 활동지원 업무 담당자, 장애인자립생활센터 종사자 등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장애인권익옹호기관이 현장조사 시 경찰과 동행하는 등 현장 대응능력을 강화하고 내년 1월 장애인학대정보시스템을 구축, 학대신고(1644-8295)에 신속하고 체계적으로 대응해 나간다.

장애인 복지시설 내 학대에 대해선 다음달 집중 홍보를 하고 종사자 인권 교육을 강화하는 한편, 장애인복지시설 종사자 등 신고의무자가 학대 시 가중처벌 규정을 도입하는 등 법·제도 개선에도 나서기로 했다.

정부는 이른바 '도가니 사건'(인화학교) 이후 대규모 시설 인권문제 개선을 위해 2012년부터 시설 소규모화를 추진하고 있으며 지역사회 통합 돌봄 선도사업을 시작한 올해 6월부턴 시설 퇴소 장애인 자립 지원을 강화하고 있다.

학대로부터 장애인을 보호하기 위해 피해 장애인 쉼터를 2017년 5개, 지난해 8개, 올해 13개에 이어 내년 17개를 추가하기로 했다. 정신건강 복지센터 등과 연계하여 심리치료 서비스 지원도 이어간다.

미등록 장애인에 대해선 국민연금공단과 '장애인 인권 119 긴급지원사업'을 통해 신속한 장애인 등록을 지원하고 학대 피해 발달장애인을 위해 공공후견제도 연계를 강화해 나갈 예정이다. 장애인복지관 등 지역 복지기관과 협력해 주거·의료·돌봄 등 자원을 연계하고 지자체·발달장애인지원센터·장애인자립생활지원센터 등과 함께 안정적인 지역사회 내 정착을 점검해 나간다.

복지부 김현준 장애인정책국장은 "장애인 학대 현황보고서 발간이 장애인 인권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제고하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며 "장애인 학대 예방 및 피해 장애인 보호를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