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현 교수의 생명 칼럼(5)
박재현 교수의 생명 칼럼(5)
  • 박재현
  • 승인 2006.06.03 1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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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아이를 낳지 않을까>


지금 우리 사회는 저출산에 대한 심각한 고민을 하고 있습니다. 출산율은 세계 최저인 1.08이라고 합니다. 한 쌍의 부부가 아이 하나 밖에 낳지 않는다는 의미입니다. 인구의 고령화와 맞물려 나라의 장래에 대한 위기의식을 느끼지 않을 수 없습니다.

정부는 저출산에 대한 많은 대책을 내어 놓고 있으며 사회 각계에서도 다양한 대책들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한 신문은 ‘출산율1.08, 인구재앙막자’라는 절박한 제목으로 특집연재를 하고 있을 정도입니다.

왜 아이를 낳지 않을까요?

출산과 육아의 부담이 여성에게만 지워져 있는 현실이 가장 큰 원인일 것입니다. 맞벌이를 하지 않으면 살기 힘든 세상에서 더군다나 보육시설도 제대로 갖추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아이를 낳아 키우는 일은 많은 것을 포기해야 하는 모험이라고 할 수도 있습니다.

게다가 아이를 낳는다 해도 이렇게 치열한 경쟁 사회에서 육아비와 교육비를 감당하기는 매우 어렵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아이는 낳아놓으면 알아서 큰다’, ‘자기 먹을 것은 타고 난다’는 말을 했다가는 면박당하기 쉽습니다.

우리말도 아직 제대로 못하는 아이에게 영어를 가르치고 있습니다. 웬만한 부부의 소득으로는 감당하기 어려운 비싼 유치원이지만 많은 부모들이 자녀들을 유치원에 보내야만 합니다.

초등학생 때부터 유학을 보내는 가정들이 많습니다. 이제 기러기 아빠, 기러기 엄마가 워낙 많아서 기러기 나라가 되었다고 해도 말이 될 지경입니다.

이렇게 꼬이고 꼬인 어려운 상황에서 아무리 출산을 장려하는 대책이 나와도 효과가 없을 것이라는 비관적인 전망을 하기도 합니다. 쉽게 말하면 ‘아이를 제대로 키울 자신이 없어서’, ‘애 낳으면 고생이니까’ 낳지 않는다고 해도 될 것입니다.

그러면 대책이 전혀 없는 것일까요? 프랑스의 경우에는 낮은 출산율이 사회적 문제가 되었었는데 국가에서 출산비와 양육비를 지불하고 아이를 낳는 가정에 세금 감면 혜택을 주고 보육시설을 확대하여 아이를 낳아 기르기 좋은 사회적 기반을 조성하면서 출산율이 증가하고 있다고 합니다.

우리나라도 아이를 낳아서 잘 기를 수 있도록 먼저 사회적 기반을 마련해야 할 것입니다.

이 시점에서 생기는 의문은 이런 대책으로 충분할까 하는 것입니다. 거꾸로 “애는 왜 낳을까?”하는 질문을 던져 보아야 할 것 같습니다. 애는 왜 낳을까요? 나중에 자식 덕을 보려고요? 종족을 보존하려는 본능 때문일까요?

어떤 진화생물학자의 주장처럼 우리 몸 안의 이기적인 유전자가 인간이라는 생존기계를 활용하여 자신을 보존하려고 하기 때문일까요? 설명하기 쉽지는 않겠지만 분명한 것은 가정과 자녀의 의미에 대한 근본적인 생각의 변화가 진행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과거에는 당연하게 여겨지는 것들이 많이 있었는데 이런 ‘당연하게 여겨지는 것’들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점점 “왜 꼭 그래야 하나?”, “꼭 그럴 필요 없는 것 아냐?” 하는 의문을 갖고 거부하는 것 같습니다.

“남자와 여자가 만나 사랑을 하게 되면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가정을 꾸리게 된다”. 예외가 있겠지만 이 문장은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졌습니다. 그러나 이 당연해 보이는 과정이 더 이상 당연하게 여겨지지 않습니다.

몇 가지를 얘기해 볼까요? 왜 남자와 여자만 결혼을 해야 하나요 동성 간의 결합 또는 결혼은 안 되나요? 사랑한다고 해서 꼭 결혼을 해야 하나요? 애는 여자만 낳아야 하나요 남자가 낳으면 안되나요?

실제로 미국의 한 병원에서는 남성의 임신과 출산을 준비하고 있다고 합니다. 꼭 아내가 임신을 할 필요가 있나요? 중국의 일부 사람들은 자신이 임신을 할 수 있는데도 불구하고 대리모를 활용하여 아이를 얻고 있다고 합니다.

이 상황에서 “왜 자녀를 낳아야 하나?”하는 질문은 오히려 별 필요 없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결혼을 하고 자녀를 낳고 가정을 꾸리는 인류의 수천 년 혹은 수만 년 된 전통에 변화가 진행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엉뚱한 생각을 저출산 시대에 한 번 해 봅니다.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왜 아이를 낳지 않는 걸까요?”


글_박재현 교수 (경희의대 교수/ 의료윤리학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