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를 위해서는 조급함 버려야
변화를 위해서는 조급함 버려야
  • 관리자
  • 승인 2006.11.18 1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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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_이명우(한국청소년상담원 상담교수)



우리나라 청소년은 어떤 문제로 고민을 하고 있을까? 본원의 상담현황 자료를 살펴보면, 우리나라 청소년은 대체로 ‘부모와의 갈등’등의 가족문제(23.3%), 대인관계문제(15.3%), 학업/학교부적응문제(15.1%) 순으로 고민을 많이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런데 여기에서 다소 놀라운 사실은 고민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찾아오는 청소년과 부모들의 50% 정도가 평균 5회 이내로 상담을 끝낸다는 것이다.

거의 강제적으로 아이들을 데려온 부모들은 자녀의 문제가 어떻게 해서 생겼으며, 어떻게 하면 잘 해결될 수 있을지 차근차근 자세한 이야기를 나누기 보다는 지금 당장 문제행동을 고칠 수 있는 방법을 알려달라고 성화를 댄다.

그러나 청소년이 갖고 있는 문제는 깨진 접시 붙이듯이 바로 해결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인내심을 갖고 단계를 밟아 천천히 해결해 나아가야 한다. 조급하게 문제 해결에 매달리는 부모들에게 다음 세 가지 점을 꼭 염두에 두시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


변화를 선택하는 주체가 누구인가?

변화를 선택하는 주체는 부모가 아니라 청소년이어야 한다. 부모에 의해 마지못해 상담실에 끌려온 청소년은 고개를 푹 숙이고 앉아서 상담자와 눈길 한번 마주치지 않는다.

느닷없이 끌려온 아이들의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이게 얼마나 황당한 상황인가 말이다. 당황스럽고 잔뜩 화가 날 수밖에 없다. 이때는 아이들이 스스로 이야기 하는 속사정을 자세히 들어보고, 그렇게 할 수 밖에 없는 아이들의 입장이 되어서 생각하고 느껴봐야 한다.

그러면 아이가 현재 그 상황에서는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고, 그렇게 아이의 입장에 서서 생각하고 느낀 내용들을 하나 둘씩 나누다 보면 거짓말같이 아이들의 표정이 달라진다. 변화를 하겠다고 궁극적인 선택을 하는 사람은 부모가 아니라 청소년인 것이다.


시간이 필요하다

사람이 어떤 행동의 방향으로 지속적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최소한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 청소년들을 데리고 온 부모들은 아이들의 문제를 곧바로 해결하기를 원한다.

예를 들어 ‘아이가 자꾸 집을 나가는데, 집나가지 않고 공부에만 집중할 수 있게 하는 방법’을 알려달라는 식이다. 이런 부모들에게 가장 좋은 비유가 운전을 처음 배울 때의 이야기를 하는 것이다.

운전면허를 땄다고 해서 곧바로 능숙하게 차를 운전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 인간은 밖으로 보이는 행동을 하나 익히는데도 몇 개월이 걸린다.

그런데 하물며 눈에 보이지 않는 꼬인 마음을 정리하여 풀고 새로운 습관을 익히고 행동으로 표현되기까지는 얼마만큼의 시간이 필요하겠는가?

그럴만한 시간도, 여유도 주지 않고 당장 변화를 바라고 그것을 계속 유지하라고 요구하는 것은 얼마나 무리한 일인가? 만약 단번에 문제가 해결된다면, 그것은 그렇게 심각하지 않은 일이거나 아니면 상담자가 기적을 일으키는 마법의 손을 가졌기 때문일 것이다.


다양한 변화의 가능성을 인정하라

마지막으로 고민하는 문제의 심각성에 따라 다양한 변화가 있을 수 있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이 세상에 살아있는 모든 유기체는 끊임없이 움직이며 변화하려는 속성을 가지고 있다.

이를 인간의 행동 변화에 적용해 보면, 보다 나은 방향으로 나아가려는 플러스 변화와 더 나빠지는 마이너스 변화, 그리고 어느 방향으로도 움직이지 않는 제로의 변화가 있다.

고민하는 문제의 심각성에 따라 최악의 경우 현상유지를 하고 더 이상 나빠지지 않도록 하는데 상담 목표를 두는 경우도 있다. 그러므로 문제를 가진 청소년에게 당장 눈에 보이는 플러스 변화를 원할 것이 아니라 마이너스 방향으로 가고자 하는 더 큰 유혹을 붙잡아 두는 아이의 용기를 높이 사고, 그런 힘을 갖고 있는 것에 기뻐할 수 있어야 한다.

‘범사에 감사하라’는 성경 말씀처럼 아이가 작은 변화를 보이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모습에 감사하고, 비록 그 변화가 기대한 것보다 느리게 온다고 해도 칭찬하고 믿으며 기다리다 보면 가랑비에 옷 젖듯이 작은 변화가 쌓여 더 큰 변화를 가져오게 되는 것이다.

살다보면 누구나 주변의 아끼는 사람과의 관계에서 오는 문제를 경험한다. 그럴 때 조급한 마음에 성급히 해결하려고 하면 오히려 문제가 더 복잡하게 꼬이는 경우가 많다. 그것이 자녀의 문제일 때는 부모의 마음이 더 급해져 서둘게 되고 그러다보면 상황과 관계가 더 악화되기 마련이다.

그럴 때 일수록 문제를 성급히 풀려고 하기보다 자녀의 입장에 서서 자녀가 그 상황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음을 느끼고 인정하며, 플러스 방향으로 서서히 변화해 가는 모습을 지켜볼 수 있는 여유를 가져야 한다.

부모가 원하는 모습으로 아이의 변화를 이끌기보다 아이들 스스로 진정으로 변화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일이 인내심을 요하긴 하지만 긴 안목으로 봤을 때 훨씬 행복한 일일 것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