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인건강-온전한 치유는 삶의 방식이 변화되어야
전인건강-온전한 치유는 삶의 방식이 변화되어야
  • 관리자
  • 승인 2006.06.03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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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은 원장

-샘안양병원장,
-생명윤리학회 부회장,
-보건복지부 생명윤리위원,
-한국누가회 이사장, 회장 역임



<건강이 과연 무엇일까요?>

우리는 막연히 건강을 질병이 없는 상태로 생각하지만, 세계보건기구(WHO)는 건강을 질병이 없는 상태를 넘어서 육체적, 정신적, 사회적, 그리고 영적으로 안녕한 상태라고 정의하고 있습니다. 말하자면 우리의 필요가 충족된 상태를 건강이라고 말하는 것이죠.

인간이 갖고 있는 생리적 필요, 정신적 필요, 사회적 필요, 나아가 영적인 필요까지도 만족시키는 것이 온전한 치유라 말할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인간은 단지 육체적인 존재일 뿐 아니라, 정신적이고도 영적인 존재이며, 이러한 각 부분이 분리되지 않고 긴밀히 연결되어 상호 작용하는 사회적인 개체이기 때문이죠.

가령, 과거에는 위궤양이나 위염을 단순히 위장점막의 질환으로 생각해 왔으나, 최근 의학의 발달로 정신적인 스트레스가 얼마든지 위궤양을 일으킬 수 있음이 입증되었고, 또한 영적인 상태가 정신과 육체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다는 사실이 속속 밝혀지고 있잖습니까?

얼마 전 40세 주부가 위궤양으로 제게 찾아와 제가 좋은 약을 처방하여 치료가 잘 되었는데, 6개월 후에 다시 위궤양이 재발하여 찾아왔답니다. 저는 약의 문제라 생각하여 다른 약으로 처방하였더니 좋아져서 더 이상 병원에 오지 않아도 좋다고 하였습니다.

그런데 몇 개월이 지난 후 그 환자분이 응급실에 피를 토하며 실려 왔습니다. 응급내시경을 해보니 궤양이 또 재발하여 이제는 위가 구멍이 날 정도가 되었습니다.

저는 그제서야 약의 문제가 아님을 깨닫고 자세히 여쭤보았더니 벌써부터 남편이 바람을 피우더니 최근에는 상대여성이 집에까지 전화를 걸어와 그로 인해 너무 심한 자존감의 상실과 마음의 고통으로 고민해왔다는 것입니다.

남편의 잦은 외박으로 부부관계가 깨어진 아내는 정신적으로 우울증에 빠지게 되었고, 곧이어 육체는 무기력감과 위궤양, 두통 등의 다양한 신경성질환으로 고통을 받게 된 것이죠.

이 여성 위궤양환자의 치료를 위해서는 위장약도 필요하지만 보다 근본적인 것은 남편의 외도가 치료되어 부부관계가 회복되는 것이라 생각됩니다.

현대의 수많은 질병은 병원균에 의해서가 아니라 그 사람의 잘못된 습관과 삶의 태도에 기인하는 경우가 흔한 것 같습니다.

전인건강을 생각하면 저의 뼈아픈 기억이 떠오릅니다. 제가 막 내과전문의가 되어 종합병원에 근무하던 어느 날, 알코올성 간염환자가 내원하였습니다.

3주간의 입원기간동안 열심히 치료한 결과, 간기능수치가 정상으로 회복되어 저는 자신만만하게 큰소리치며 환자를 퇴원시켰습니다.

그런데, 그날 오후, 다급히 저를 찾는 방송에 응급실로 달려가보니, 아뿔사, 아니 이게 어찌된 일입니까?

아침까지도 멀쩡한 모습으로 퇴원했던 그 환자가 채 8시간도 안되어 주검의 모습으로 제 앞에 놓여져 있었던 것입니다.

그 환자는 다 나았다는 주치의사의 말에 기분이 좋아 끊었던 약주를 한 잔 마시고 음주운전을 하다가 부마고속도로 난간을 들이박은 것이었습니다.

무엇이 다 나았단 말인가요? 도대체 저는 그 기나긴 3주 동안 무엇을 치료했단 말인가요? 제가 그동안 치료한 것은 단지 간기능 수치였지 환자가 아니었습니다.

정말 그 알코올성 간염환자가 치료되려면 무엇이 치유되어야 할까요? 그분이 술을 마실 수 밖에 없었던 인간관계, 그것이 부부관계일수도 있고 직장에서의 어려움일 수도 있겠습니다만 이러한 관계가 회복되어야 할 것입니다.

어쩌면 그보다 더 깊은 내면의 술을 마실 수 밖에 없는 깊은 공허감이 문제였을 수 있습니다.

이러한 마음과 영혼이 터치되지 않고서 어떻게 다 나았다고 말할 수 있었을까요? 저는 그 환자의 삶을 변화시키지 못하였고, 그의 내면의 질병을 지나쳤기에 그의 삶의 방식은 변화될 수 없었고 결국 온전한 치유는 이루어질 수 없었습니다.

생각은 행동을 낳고, 행동은 습관을 만들며, 습관은 성격을 만들고, 성격은 인격을 만든다고 합니다. 삶의 방식이 변화되지 않고서는 온전한 치유는 결코 일어나지 않습니다.

뼈아픈 저의 실수와 교만을 돌아보며 이제는 검사수치만을 치료하지 않으며 육체와 정신, 영혼까지의 전인적 치유를 시도해 보려고 합니다. 저는 단지 돌볼 따름이며 온전한 치유자는 하나님이심을 기억하며 그분께 저의 연약함을 다시금 아뢰어 봅니다.

육체 뿐 아니라, 정신과 영혼까지 치료해주시는 하나님께 우리의 모든 문제를 맡겨서 온전한 건강을 되찾으시길 기도드립니다. 사랑합니다.

<극동방송 칼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