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의 일처럼 보이지 않는 “디지털 치매와 리셋증후군”
남의 일처럼 보이지 않는 “디지털 치매와 리셋증후군”
  • 관리자
  • 승인 2006.12.23 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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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발전과 더불어 새로운 질병 '디지털 치매'(Digital Dementia)와 '리셋증후군'(Reset syndrome)이 등장하고 있다.


디지털 시대를 사는 현대인에게 새로운 질병이 등장했다. 생활 깊숙이 스며든 디지털 문화, 그 파급효과는 상상할 수 없는 정도이며 영향력은 지배적이다.
이화여대 이어령 석좌교수는 디지털 기술과 감성적인 아날로그 문화가 융합되었다는 ‘디지로그’라는 새로운 개념을 책으로 출간하기도 했다.

디지털은 더 이상 젊은이들에게만 국한된 단어가 아니다.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몸의 한 부분으로 자리잡고 있다. 한 때 디지털 기기는 젊은이들에게 어울리는 것이라고 포기했던 중장년층들도 이제는 기본적인 기능사용에서 벗어나 전화번호를 휴대폰에 입력하고 SMS(단문메시지)를 보내는 수준에 까지 이르게 되었다.

뿐만 아니라 운동을 하거나 등산을 하는 동안 휴대용 카세트 플레이어 대신 소형화된 MP3플레이어로 듣는 것을 보게 된다. 디지털은 생활을 바꾸어가고 있다.

그러나 문화발전과 더불어 새로운 질병이 등장하고 있는데 그것은 바로 ‘디지털 치매’(Digital Dementia)와 ‘리셋증후군’(Reset syndrome)이다.

어느새 ‘디지털 치매’와 ‘리셋증후군’은 소수만의 병이 아닌 대다수의 현대인들이 한 번쯤은 겪었을 만한 현상이 되고 있다.

국립국어원이 발표한 신조어‘디지털 치매’는 ‘디지털 기기에 지나치게 의존한 나머지 기억력이나 계산 능력이 크게 떨어진 상태’를 뜻한다. ‘디지털 치매’라는 단어가 말하듯이 생활의 편의를 위해서 사용하는 다양한 디지털 기기들에 의해 사람들이 퇴화되어 가는 모습을 단편적으로 말하고 있다.

전화번호는 휴대폰이, 노래 가사는 노래방 기계가, 길은 네비게이션 장치가, 자료는 컴퓨터가 다 찾아 주기 때문에 머릿속에 애써 외울 필요가 없어진 것이다.

40, 50대 중장년들은 기억력 감퇴가 치매 현상이 아닌가 하는 걱정에 신경정신과를 찾아서 상담을 하는 경우들이 늘어나고 있는데 결론은 병이 아닌 경우들이 많다. 전문가들은 “치매라는 말이 붙어 있을 뿐 크게 걱정할 것은 아니라”고 입을 모은다.

인제대학교 서울백병원 신경정신과 우종민 교수는 “이런 증상을 호소하며 찾아오는 40대 후반에서 50대 중반의 직장 남성들이 하루 1, 2명 정도 된다”며 “직장에서 컴퓨터가 자동으로 한자를 변환해 주고, 많은 용량의 정보를 저장해주다 보니 뇌의 집중력이 떨어져서 생기는 일시적인 현상으로 이해하면 된다”고 말했다.

서울대병원 신경정신과 신민섭 교수는 “이런 현상이 디지털 문화의 문제점인 것은 맞지만, 그렇다고 문명의 이기를 일부러 멀리 할 필요는 없다”며 “자주 메모하는 습관을 기르는 것도 권할 만하다”고 조언했다.

인터넷 세대들 가운데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는 리셋증후군은 컴퓨터가 말을 듣지 않을 때 곧바로 리셋(Reset)버튼을 누르면 시스템이 다시 살아나는 것처럼, 자기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핑계로 지금까지 벌여놓은 일이나 인간관계 등을 쉽게 다시 시작하려는 현상을 말한다.

'리셋증후군'은 청소년들 사이에 참을성 없는 행동과 타인을 배려하지 않는 자기중심적인 행동으로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심지어 책임감 없는 행동으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이러한 리셋 증후군은 범죄의 형태로까지 나타나고 있는 추세인데 빈도수가 증가하고 있다. 인천지방경찰청 수사과에 근무하는 정태욱 경장은 “리셋 증후군으로 범죄를 저지른 범죄자의 경우 게임에 너무 심취한 나머지 현실과 가상을 구분하지 못하여 실제로 범행을 저지르고 뒤늦게 후회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게임 중독 청소년의 경우는 일상생활과 가상의 세계의 경계를 혼돈하고 죽음에 대해서도 별 고민 없이 선택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점에서 문제가 심각하다. 손쉽게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청소년들에게 생명도 끊고 싶을 때 고심하지 않고 끊게 만들 수 있는 우려가 있기 때문에 죽음이 죽었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게임 전문가 중앙대 위정현 교수는 “디지털 세대는 온라인에서의 생활과 오프라인에서의 인간 관계에 익숙하다보니 오프라인에서의 갈등 해결 능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그리고 위 교수는 “한 순간에 갈등 상황을 해소할 수 있는 리셋이나 로그오프(log off)와 같은 온라인식 해결 방법을 찾다보면, 참을성 있는 문제 해결보다는 결과에 대한 생각하지 않은 즉각적 행동을 할 가능성이 커질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디지털 기기들이 생활의 편의라는 큰 즐거움을 가져다주었지만 이면에는 기억력 퇴화와 책임감 부재라는 장애를 가져왔다. 앞으로 사회는 이런 신종 증상들에 대한 깊은 연구와 대책이 마련되어야 한다.


**디지털 치매 이렇게 극복하자**
-집중해서 신문, 잡지 읽기
-컴퓨터 게임을 할 때 직접 점수 계산하기
-직접 손으로 쓰고 입으로 외우면서 생각하기
-기억하는 것에 즐겁게 참여하기
-기억하고 외우는 것을 반복하기
-일기 쓰기
-메일 주소나 짧은 문서는 직접 손으로 타이핑하는 습관
-전화번호는 단축키 사용보다 손으로 직접 누르면서 걸기

<일본의 고노 임상연구소>


권연순 기자(2006.12.23.경기복지뉴스)


권연순 기자(2006.12.23.경기복지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