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장기기증의 현실과 기대
한국의 장기기증의 현실과 기대
  • 관리자
  • 승인 2005.11.29 1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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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려낼 수 있는 생명을 구하자


한국의 장기기증운동은 1980년대초 강남성모병원의 안과의사 한 분이 각막은행이라는 이름으로 안과의 환자들과 그 가족 및 지인들에게 사후각막기증의 필요성을 역설하며 일부 인사들로부터 각막기증서약을 받았던 것이 우리나라 장기기증운동의 효시가 되었다. 그러나 명실상부한 장기기증운동의 시작은 1991년 1월 박진탁 목사를 중심으로 기독교인들이 주축이 되어 재단법인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를 설립하면서부터이다. 교회를 찾아다니며 장기기증의 필요성을 설교하고 장기기증서약을 받는 과정을 통해 신부전증으로 고통을 겪고 있는 환우들을 위해 아무 대가 없이 사랑으로 자기의 신장 하나를 떼어주는 성도들이 하나둘 생기게 된 것이다. 이런 기독교인들의 헌신적인 사랑의 실천이 매스컴을 통해 보도되면서 국민들에게 충격과 감동을 주게 되어 장기기증운동이 급속도로 확산되는 계기가 되었다. 또한 각 의과대학의 연구용 시신 부족 상태가 알려지면서 시신기증운동이 활성화되고 사후 각막기증을 비롯한 장기기증등록자들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였다.

그동안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를 통해 살아있는 사람이 신장을 기증한 사람(생체기증자)은 777명(가족간 기증자 255명 포함)이다. 그 중에 기독교인이 476명(60%)으로 가장 많고, 불교인 69명(8.9%), 천주교인 61명(7.9%), 기타 종교 171명(22%)으로 집계되었다.

장기이식에 있어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장기기증자가 있어야 한다는 사실이다.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들은 대부분 살아있는 사람이 자기 가족이나 친족이 아닌 남에게 장기를 기증하는 것, 비혈연간 장기제공을 엄격하게 제한하고 있다. 그것은 장기 매매를 비롯한 비윤리적 장기이식의 가능성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서이다. 그러므로 장기기증은 주로 뇌사자를 통해서 이루어지고 있다. 장기기증에 적극적인 오스트리아, 프랑스, 아르헨티나 등 몇몇 나라들에서는 ‘장기기증을 절대 거부한다’는 표시가 없으면 장기기증의 의사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본다는 ‘묵시적 동의의 방식’을 택하고 있다.

미국, 영국, 호주 같은 나라에서는 운전면허를 교부 받을 때 장기기증의사여부를 표시하는 ‘장기기증의사 표시제도’ 방식을 채택하고 환자가 뇌사로 판정되었을 때 의사는 유족에게 장기기증 의사가 있는지를 반드시 묻도록 되어 있다. 이렇게 법으로 제정한 이유는 첫째, 갑작스런 상황에서 당황하여 장기기증 의사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기회를 놓치는 것을 방지하고 둘째, 의사가 직접 질문하는 것이 쉽지 않은 상황을 법에 명시하여 부담을 줄여주어 장기기증 상담에 임하도록 하기위한 것이다.

우리나라 장기기증과 이식의 실상은
장기이식을 기다리는 대기 환자는 많은데 기증자는 터무니없이 부족해 한없이 기다리다 태반의 환자가 이식을 받아보지 못하고 사망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전에 우리나라의 장기기증은 민간차원에서 이루어져오다 2000년 ‘장기 등 이식에 관한 법률’이 제정된 후 관 주도로 일원화되었다. 그 결과 장기기증이 제도화되어 불법적인 장기매매나 불공정한 분배가 많이 시정되었으며 뇌사자의 장기기증이 합법화되고 뇌사자 1인당 장기이용률이 현저히 증가하기도 했다.
그러나 관의 특성이라 할 수 있는 경직성과 비효율성으로 인해 뇌사자의 장기기증이 현격히 감소하였다. 그 후 여러 가지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개선의 노력을 경주하여 현재는 뇌사기증이 증가하는 추세이지만 장기이식대기자는 2005년 5월 현재 13,874명으로 늘어났다. 현재 새로 등록하는 장기이식희망자수는 매월 250명 이상 1,264명(2005년 1~5월)이 등록을 했지만, 그 기간동안 뇌사자 장기기증은 매월 평균 7.6명에 불과한 38명이 전부였다. (KONOS: 국립장기이식관리센터)

우리나라 장기기증이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첫째, 장기기증과정이 투명해야할 뿐 아니라, 장기기증으로 인해 어떠한 위해도 받지 않도록 적절한 절차와 보장이 이루어져야 한다. 둘째, 장기기증이나 이식과정을 통해 사망하거나 실패한 사례 등 의료정보공개문제도 제기되어야 한다. 그리하여 장기이식에 대한 의학적 표준이 무엇인지에 대해 환자와 가족들이 알고 선택할 수 있어야 할 것이며 생체기증자에 대해서도 기증후의 후유증이나 건강상의 문제에 대해 충분히 공개하고 설명하여 당사자의 선택권이 보장되도록 하여야 할 것이다. 셋째, 관주도형의 KONOS가 관에서 벗어나야한다고 본다. 혈액사업이나 장기이식사업이 민간차원에서 이루어질 때 생기는 폐해에 대해 결코 가볍게 생각할 수 없지만 효율성이 생명이라고 할 수 있는 장기이식사업을 관주도형으로 해서는 소기의 성과를 거둘 수 없다고 생각한다. 넷째, 위와 관련한 법률개정 이전이라도 뇌사자 발생시 신고케 하는 뇌사자 신고제도 같은 것은 조기에 실시할 필요가 있다. 다섯째, 장기획득기관(OPO: Organ Procurement Organization)에 권역별로 민간단체가 참여할 수 있는 길을 열어 주어야한다.

지난 5일 보건복지부에서는 장기기증문화를 확산시켜 능동적 뇌사장기기증 및 이식관리체계를 구축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장기기증관리개선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잠재뇌사자 발굴 의료기관에 대한 인센티브 부여, 현행 뇌사자관리전문기관(서울대병원 등 16개소)을 ‘장기구득기관’으로 확대 개편하여 장기구득코디네이터를 통해 뇌사자장기기증을 적극적으로 설득하는 시스템을 구축할 계획이라고 한다.

장기이식을 하기 위해 대기하는 평균기간이 신장 542일, 간장 332일, 췌장 651일, 심장 470일, 폐605일이 걸린다니 온 국민이 관심을 갖고 살려낼 수 있는 생명을 구하자.


글_김명욱 목사(前 중앙적십자혈액원, 헌혈추진위원, 前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 이사)

(2005.11.29. 경기복지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