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많은 장애 학생들 공부할 수 있는 여건 마련됐으면 좋겠습니다"
"더 많은 장애 학생들 공부할 수 있는 여건 마련됐으면 좋겠습니다"
  • 홍미숙 기자
  • 승인 2020.04.26 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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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릎 호소'로 화제 모은 서울서진학교, 설립 추진 6년 여 만인 올해 3월 개교
"어렵게 개교했는데 수용 가능 인원 140여 명 불과, 오고 싶어도 못 오는 학생 많다"
"장애학교는 당연히 존재해야 할 사회기반시설, 국가가 적극 나서도록 제도 개선돼야"
장애 학생 학부모들의 '무릎 호소'로 화제가 됐던 서울서진학교가 설립 추진 6년여 만인 올해 3월 정식 개교했다. (사진=홍미숙 기자)
장애 학생 학부모들의 '무릎 호소'로 화제가 됐던 서울서진학교가 설립 추진 6년여 만인 올해 3월 정식 개교했다. (사진=홍미숙 기자)

서울서진학교는 올해 3월 서울 강서구에 새로 개교한 특수학교다. 주민 반대가 극심했지만, 장애 학생 학부모들이 무릎을 꿇고 호소하는 노력 끝에 6년여 만에 겨우 개교할 수 있었다.

서진학교는 지난 2013년 11월 25일 교육청이 처음 설립을 예고한 뒤 2016년 3월 개교할 예정이었다. 공진초등학교가 이전하고 남은 부지에 학교를 세우기로 해 빠른 추진이 될 것으로 기대됐다.

그러나, 주민들이 거세게 반대하고 당시 이 지역구 국회의원이 부지에 한방병원을 짓겠다고 하면서 서진학교 설립은 난항을 겪게 됐다.

교육청이 2017년 7월 주민설명회를 열었지만 주민 반대가 너무 심해 제대로 된 대화도 해보지 못하고 무산됐다.

학교 개교를 주도한 이은자 서울장애인부모연대 강서지회 전(1대) 회장은 "'세상에 이런 욕도 있구나'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심한 욕을 많이 들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그는 "패널석과 방청석이 가까웠는데, 그분들이 우리 바로 앞까지 와서 욕을 하고, 의자를 들고 와서 내리치려고 해서 결국 토론회가 다음으로 미뤄졌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런 사건이 오히려 학교 개교엔 도움이 됐다. 카메라가 있음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학부모들에게 거센 비난을 쏟아내는 주민들의 모습을 언론이 주목하게 된 것이다.

두 달 뒤 열린 2차 토론회엔 1차 때보다 훨씬 많은 취재진이 몰렸다. 특히, 학부모들이 "제발 학교를 짓게 해달라"며 무릎 꿇고 호소하는 장면이 보도되면서 서진학교는 전국적으로 큰 화제가 됐다.

이후 서진학교를 응원하는 여론이 많아졌고, 결국 학교를 세울 수 있게 됐다. 물론 이후에도 크고 작은 어려움은 계속됐다.

조부용 서울장애인부모연대 강서지회 현(3대) 회장은 "큰 기계를 돌리다 보면 공정을 마무리하기 위해 시간이 조금 지체될 수도 있다. 중단해버리면 처음부터 다시 해야 되는 경우가 있다고 한다"면서 "그런데, 지정된 시간이 되면 바로 기계 가동을 중단하도록 민원이 들어오다 보니 공사 기간도 더 오래 걸리고 비용도 많이 들어갔다"고 설명했다.

결국 당초 2019년 3월 예정이었던 개교는 그해 9월, 11월 등 일정이 조금씩 밀리다 결국 1년 늦은 올해 3월로 늦춰졌다.

현재 서진학교는 3월 정식 개교한 상태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다른 학교들처럼 온라인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언젠가 코로나19 사태가 종식돼 오프라인 개학을 하게 되면 한 달 정도 준비 기간을 거쳐 개교 행사를 열 예정이라고 한다.

이 전 회장은 "장애 학생들에게 학습권은 생존이 걸린 문제이며, 장애학교는 당연히 존재해야 할 사회기반시설"이라며 "학부모들이 나서지 않아도 국가가 알아서 이런 시설들을 만들어주도록 제도가 마련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조 회장은 "이렇게 어렵게 개교했는데도 불구하고, 수용 가능 인원이 140여 명 밖에 안 돼 오고 싶어도 못 오는 학생들이 많다"면서 "더 많은 장애 학생들이 공부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됐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그러면서 "지역 주민분들이 장애 학생들을 접할 기회가 없다 보니 걱정도 되고 거부감이 드실 거라 생각한다. 하지만, 막상 접해보면 '우리가 잘못 알고 있었구나'라고 생각하시게 될 것"이라며 "부디 아이들과 지역 주민들이 건강하게 소통하면서 잘 어울려 살았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