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더 나은 태아복지 사회를 꿈꾸며
[칼럼] 더 나은 태아복지 사회를 꿈꾸며
  • 관리자
  • 승인 2005.11.29 1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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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연말이 다가오고 있다. 올해도 어김없이 12월에 찾아오는 성탄절을 맞아 어떻게 보낼까 여러 가지 궁리를 하게 된다. 어린아이들은 산타할아버지 선물을 기대하고, 젊은이들은 설레는 마음으로 행사를 준비하여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그러나 성탄절의 깊은 의미를 아는 분들이라면 가족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에게 사랑과 감사를 베풀면서 이날을 보내려고 할 것이다.

성탄절은 인류를 죄에서 구원하기 위해서 이 땅에 오신 예수님의 탄생을 기뻐하고 기념하는 날이다. 그런데 탄생이라고 하니까 역시 직업정신이랄까! 필자는 예수님이 태어나시기 이전의 시절, “태아예수님”의 모습을 그려본다. 물론 성경에도 여러 구절 태중에 있던 예수님에 대한 묘사가 있기에 태아예수님을 그려보는 것은 그리 이상한 일이 아니다.

태어나시기 전날 마리아의 태중에 있던 예수님은 여전히 예수님이셨을까? 현재의 의학적인 “사실”에 의하면 물론 태어나기 하루 전에도 예수님은 엄연히 존재하셨고, 탄생 한달 전 임신9개월에도 예수님은 태중에 존재하셨고, 임신5개월에도, 3개월에도 그리고 수정아 역시 그분이셨던 것이다. 임신3개월 이내에 모든 모습이 완성되지만 이 또한 생명의 시작은 아니며 당연히 수정된 시점이 그 생명의 시작인 것이다. 그래서 태아생명을 사랑하는 분들과 일부 교회에서는 4월 첫 주를 생명주일로 기념하기도 한다. 이는 너무나 당연한 것이며 필자도 산부인과의사로서 이런 의견에 적극 동의한다.

12월 25일을 분만예정일로 하고 수정아로 잉태된때를 계산해보니 대략 4월 초가 되는데 그래서 필자는 4월이 되면 임신2개월, 6월에는 임신4개월, 10월에는 임신8개월등으로 태아예수님과 마리아의 모습을 그려보곤 한다. 그러다가 12월 성탄절에는 출생하신 예수님이 더욱 반갑게 되는 것이다. 이는 매일 진료실에서 산모를 만나고 초음파를 통해서 태아의 실제모습을 보는 필자로서는 아주 자연스럽게 드는 생각이기 때문이다. 인간은 ‘응애!“하고 태어나는 신생아로 시작하는 것이 아니라 임신의 전과정을 다 포함하는 태아 때부터 라는 것을 임신과 출산을 경험해 본 분들은 모두 필자와 같은 생각일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지금 1년에 약150-200만명 즉, 하루에 약 4,000명 이상의 태아가 낙태되어 생명을 잃고 있다. 낙태를 결정할 수밖에 없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고는 해도 낙태수술의 본질은 생명의 파괴이다. 아무리 어려운 상황이어도 우리가 타인의 생명을 해하는 것을 사회가 용인할 수 없는 것처럼 연약하고 자기방어를 할 수 없는 태아는 더욱 더 사회적으로 약자인 것이다. 더욱이 자궁 내 태아에 대한 많은 연구결과를 보면 태아는 이미 임신4개월 이후 부터 듣는 것, 보는 것이 발달하기 시작하고 태아기 초기부터는 촉감이 있다는 것이다. 의학적인 태교 지식을 종합해 볼 때 임신 중 태아와 대화를 나누고 좋은 교감을 나누는 것은 매우 중요한데 이런 면에서 볼 때 임산부들이 따로 모여서 예배하게 된다면 이것은 태아와 함께하는 아주 귀중한 시간이 될 것이다. 태아의 소중함을 다같이 지켜나갈 뿐 아니라 태아기의 시간을 영적으로 돌봐주는 더 나은 태아복지의 사회를 필자는 늘 꿈꾼다.

글_강영수 원장(이화여자대학교 의과대학및 대학원 졸업 / 이화의료원 산부인과 전공의 수료 / 산부인과 전문의 취득 / 현, 샘여성병원 진료원장 / 한국누가회 생명윤리위원)

(2005.11.29. 경기복지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