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버이날에도 면회 어려운 요양시설… 안타까운 보호자들
어버이날에도 면회 어려운 요양시설… 안타까운 보호자들
  • 서다은 기자
  • 승인 2020.05.07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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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역 당국, 치명률 높아 방문 자제 권고
GBN뉴스 사진자료
어버이날 카네이션. (GBN자료사진)

매년 5월 8일은 어버이의 은혜에 감사하고, 어른과 노인을 공경하는 경로효친의 전통적 미덕을 기리기 위한 법정기념일이다. 하지만 코로나19로 부모님의 얼굴을 뵙는 것조차 어려워졌다.

지난 6일부터 신종 코로나19 방역 체제가 ‘생활 속 거리두기’로 전환됐지만, 다수의 요양병원·시설에서는 어버이날에도 가족 면회가 어려울 전망이다.

정부는 요양병원·시설을 고위험시설로 분류하며 취했던 조치를 유지하겠다는 입장이다. 고위험군이 밀집한 요양병원 등에 대해 생활 속 거리두기로 전환은 아직 이르다는 판단 때문이다.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 본부장은 지난 6일 정례브리핑에서 “요양 시설·요양원은 아직 엄격한 면회 제한, 외출 제한을 하고 있고 또 종사자들에 대해서도 개인위생 수칙 준수, 개인 보호구 (착용), 유증상자에 대한 신속 검사 등의 감염 예방 조치를 취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아직은 그것을 완화하는 것을 검토할 단계는 아니라고 본다”고 말했다.

이어 “요양병원·요양원은 고위험군인 어르신들이 기저질환을 앓고 있고, 또 굉장히 밀집한 생활을 하고 있기 때문에 한 번 노출되면 굉장히 위험성이 높은 고위험시설로 보고 있다”며 “어느 정도 지역사회 감염 위험도가 많이 낮아지기 전까지는 이런 조치를 지속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부모님을 요양병원이나 시설에 모신 자녀들은 면회 제한 필요성에 공감하면서도 안타까운 마음이다.

신 모(51) 씨는 “요양원은 한 명이라도 감염자가 나오면 집단감염이 발생할 수 있어 어쩔 수 없는 상황이지만, 설 연휴 이후 한 번도 어머니를 뵙지 못해 마음이 아프다”라면서 “어머니가 조금이나마 심리적으로 위로를 받으실 수 있게 요양원을 통해 카네이션과 선물을 전달할 예정이다”라고 말했다.

이처럼 가족들과 어르신이 답답함을 호소하자 일부 시설은 제한적으로나마 어버이날 ‘특별 면회’를 허용하기도 한다.

전남의 한 요양원은 어버이날인 오늘부터 10일까지 사흘간 ‘창문 면회’를 시행하기로 했다. 창문을 사이에 두고 얼굴을 마주 보며 전화로 대화를 나눌 수 있게 하는 방안이다.

해당 요양원 원장은 인터넷 카페 공지글을 통해 “면회 제한 기간이 3개월을 넘어섰다”며 “가족과 어르신들의 우울감이 우려돼 한시적으로 비접촉 면회를 하기로 했다”라고 밝혔다.

면회를 제한하는 대신 어르신들이 외로움을 느끼지 않도록 내부적으로 어버이날 행사를 진행하는 요양 시설도 많다.

안양의 한 요양원은 “많은 인원이 모이는 것을 예방하기 위해 어버이날 행사를 층별로 진행해 어르신들에 대한 감사의 마음을 담아 카네이션을 달아드리고 식사와 간식을 풍성하게 챙겨드릴 것”이라며 “어르신의 안부가 궁금하실 보호자 분들을 위해 사진을 찍어 문자로 전송해 드리겠다”고 공지했다.

코로나19는 평범했던 우리의 많은 일상을 바꾸어 놓았다. 낳아주시고 길러주신 부모님께 찾아가 감사를 전하는 것조차 자유롭지 못하게 됐다. ‘부모님은 기다려 주시지 않는다’는 말처럼 부모님을 뵐 수 있을 때 많이 뵙고, 사랑과 감사를 표현하는 어버이날이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