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 속의 복지이야기> 그 해 겨울에…
<생활 속의 복지이야기> 그 해 겨울에…
  • 관리자
  • 승인 2007.02.10 0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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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규 복지사 -군포시주몽종합사회복지관


2003년 겨울 어느날 가정봉사원으로부터 21년생 83세의 어르신이 지나가는 아이와 부딪혀 다리가 부러져 입원해야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유OO 어르신이다. 할머니.... 매일 물리치료실과 경로식당에 출근하시다시피 다니시며 이것저것 이야기도 많이 하시는 할머니는 젊었을 때 서울의 모 외과의 간호사로 근무하였고, 60이 넘어서는 베이비시터(아기돌보는 직업)로 활동을 하셨다. 그러나, 할머니는 자식이 없어서 이혼을 당했다고 한다.

그럭저럭 혼자서 살아가시던 할머니가 세상에서 가장 서러운 일을 당하였다. 병원에 입원했는데 돌볼 수 있는 사람이 없는 것이다. 절대 안정해야하고 움직이면 안된다고 하는데….

백방으로 수소문한 끝에 한 달 동안 무료로 간병을 해주는 기업사회공헌재단을 찾았다. 참으로 다행이다. 한 달간의 지원이지만 할머니께는 하늘에서 축복이 천사가 내려준 것 같다고 했다. 일주일 뒤 이번엔 15년생 89세의 이OO 할머니가 몸에 기운이 하나도 없고, 힘이 드신다고 하여 입원하게 되었는데 골수가 말라 백혈구를 생산하지 못하는 일종의 골수암이라고 한다.

이게 웬일인가. 같은 임대아파트의 같은 동의 연세로 따지면 1,2위를 하시는 할머니 두 분이 같은 병원에 입원하신 것이다. 그러나 죄송하고 슬픈 일이 생겼다. 한번에 두 분에게 간병인을 지원할 수 없는 것이다.

의사선생님의 말이 이OO 할머니는 몇 일 안남으셨다고 했다. 할머니는 중환자실로 옮겨져서 성탄절과 새해를 보내시고 2004년 1월 3일에 평안히 돌아가셨다. 할머니들은 자식이 없고 돌볼 사람이 없는 것이 팔자이거니 하고 생각하신다.

2004년 1월 3일에 돌아가신 이OO 할머니와 다리는 다치셨지만 지금 거의 완쾌되신 유OO 할머니가 중환자실에서 만난 적이 있었다. 사경을 헤매이시던 이OO 할머니가 정신을 차리시고 하는 말씀 “여기는 어찌오셨소. 얼렁얼렁 나으쇼. 나는 얼마 안 남은 것 같은데.”, “….” 유OO 할머니는 아무 말씀이 없으셨다. 순간 사회복지사로 너무 부끄럽고 답답하고 가슴이 아팠다. 그날 밤 유OO 할머니는 잠을 못 이루셨다고 한다.

이렇게 일상 속에서 만나는 할머니들의 앞서거니 뒷서거니 하면서 세상을 떠나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복지사로서 ‘오늘’에 최선을 다할 것을 다짐해 본다. 고된 세상을 떠나시는 그분들에게 소망을 주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