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의 비만과 사회환경적 요인(김영택_한국여성개발원 연구위원)
여성의 비만과 사회환경적 요인(김영택_한국여성개발원 연구위원)
  • 관리자
  • 승인 2007.02.10 1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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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만과 관련한 문화적 현상으로 요즘‘미녀는 괴로워’라는 영화가 인기가 높다. 과체중으로 인하여 놀림거리가 되어 오던 한 여성이 성형 수술을 받아 날씬한 미녀로 변하여 생기는 여러 가지 사건들이 이 영화의 주제이다.

이 영화를 통해서도 알 수 있듯이 여성들은 아름다워야 한다는 강박 관념이 우리사회를 지배하고 있고, 대중매체들은 날씬한 몸매를 여성의 아름다움의 기본적 조건으로 가정하고 있어 요즘은 그 어느 때 보다 많은 여성들이 체중 감량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심한 비만 체중을 가진 여성들은 가정, 학교, 사회에서 조소거리가 되어 사람들의 입에 자주 오르내리거나 심지어는 게으르고 행동이 민첩하지 못하다는 낙인이 찍혀 직장에서 승진에 장애가 되거나 신입사원 면접 때 나쁜 인상을 주기도 한다.

이러한 사회적 낙인에 따른 반응으로 여성들은 비만에 대한 두려움을 갖게 되어 저체중임에도 불구하고 체중을 줄이기 위하여 지나친 다이어트를 하게 된다. 그 결과 많은 여성이 거식증과 폭식증에 시달리고 있으며 섭식 장애로 인한 합병증이 발생하여 사망에 이르기도 한다.


여성의 비만과 사회경제적 지위

비만인구가 증가하고 있는 시점에서 우리는 비만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비만 연구에서 많이 사용되는 관점은 건강 불평등(Health inequality) 이론으로, 이는 사회계층이 체중상태와 관련이 있다는 것이다. 상대적으로 낮은 사회적 지위에 있는 계층들은 경제적 자원이 부족한 관계로 체중 조절에 실패하는 사례가 상위 계층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또한 비만이 심각하게 건강에 위협이 된다는 인식의 부족은 교육 정도에 따라 상이하게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건강 불평등 이론과 실증 분석을 근거로 하여 최근 정부는 저소득층(도시가계 평균소득 이하) 가정의 초등학생 중 고도 비만을 가진 초등학생 56,460명을 집중 관리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공표했다(보건복지부, 2006).

비만예방을 위한 정부의 적극적 개입 필요

우리나라 여성의 비만 현상은 연령대에 따라 차이가 뚜렷하기 때문에 연령대에 따라 차별화된 보건 당국의 관리 정책이 필요하다. 젊은 미혼의 여성들에게 체중의 증가는 우리사회의 미(美)의 잣대에 거슬리는 것으로 간주되어 저체중인 여성도 체중 감량을 하고 있다. 이러한 결과로 거식증, 섭식 장애라는 부정적인 여성 건강 문제에 직면하고 있다.

정부와 보건 당국은 이러한 질병들에 고생하고 있는 여성들에게 적당한 영양 섭취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동시에 올바른 체중 관리 방법에 대한 적극적인 홍보와 교육이 필요하다. 또한 건강에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는 다이어트용 약물 상품이 범람하고 있어 정부와 보건 당국은 철저한 관리와 법적 규제가 필요하다.

한편 결혼하여 출산을 경험한 여성에게는 점진적 체중 증가(Progressive weight growth)현상을 보이며 고령의 나이에 비만에 이르게 된다. 한번 증가된 체중은 쉽게 줄일 수가 없고 줄이는 데 성공하더라도 요요 현상을 경험하며 비만 체중에 도달하거나 이미 비만 체중에 도달한 여성은 고도 비만으로 발전될 수 있다.

비만이 여러 가지 성인병과 관련이 되어 있고 여성의 고령화 현상을 고려할 때 여성이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체중이 증가하고 비만 체중을 가진다는 것이 사회문화적으로 당연한 것으로 간주되어서는 안 된다. 따라서 여성의 비만을 막기 위하여 정부와 보건당국의 적극적 개입이 필요한데, 특히 낮은 사회계층의 여성에 대한 사회적 지원이 절실하다.

낮은 사회계층에 속한 여성의 비만은 근본적으로 저소득으로 인하여 싼 가격의 지방이 많이 들어 있는 음식을 살 수 밖에 없는 환경, 적당하게 우리 몸에 맞는 음식을 요리하는 시간적 여유 부족, 저소득환경이 발생시키는 각종 스트레스의 결과로 인한 과다 섭취, 교육 및 홍보의 부재 등이 결합된 결과일 수 있다.

따라서 비만과의 싸움은 단순한 해결책, 예를 들어 운동기구의 제공만으로는 해결되기 힘들다. 저소득층의 소득수준을 향상시키고 건강증진을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부차적으로 체중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되는 건강식품과 운동 기구 및 운동 시설이용의 가격을 내리게 되면 체중의 증가를 막을 수 있고 향후 비만과 관련된 성인병 예방에 도움을 주어 정부가 부담하는 의료비 지출을 줄임으로써 재정적 부담을 덜게 된다고 지적되고 있다(French, et al. 2001).

따라서 비만의 원인을 제공하는 식품업체에게 비만세(Obesity tax)를 부과한 세입으로 올바른 체중 조절에 관한 교육의 확대와 건강식품과 운동 기구들 및 운동 시설 관련 사업자에게 세제 혜택을 주어 가격을 내리는 것이 특히 낮은 사회계층의 여성의 비만 예방 대책에 관한 구체적 방법이 될 수 있다.

끝으로 비만자 감소를 위한 효과적인 정책을 마련하기 위하여 생애주기별 연구 방법을 통하여 성(Gender)과 사회환경적인 요인이 어느 정도의 체중의 변화를 가져오며 그러한 체중 변화가 비만에 어떻게 기여하는지를 알아보는 연구가 절실히 필요하다. 이러한 연구 결과를 통해서 여성의 비만을 여성자신에게 돌리는 개인적인 낙인이나 개인을 초점으로 하는 정책을 넘어서 사회환경의 변화를 동반하는 보건정책이 시행되어야 할 것이다.


김영택 한국여성개발원 연구위원

2007/2/10 경기복지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