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서운 꿈- 부모가 전하는 교육에세이
무서운 꿈- 부모가 전하는 교육에세이
  • 오미선
  • 승인 2007.06.09 1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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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가 전하는 교육에세이

무서운 꿈

“민준, 빨리 일어나. 아침 먹고 학교 가야지.”
형에게 한대 맞아 퉁퉁 부은 입술을 하고 자던 아들 녀석 일어나는 낌새가 오늘은 영락없이 흐린 날이다. “무서운 꿈 꿨어요. 그것도 두 번씩이나.”“크려고 그래, 얼른 밥 먹어.”“그게 아니고 …….”
바쁜 아침. 어디서부터 치워야할지 모르는 이른 시각에 눈물 찔끔찔끔 짜며 부리는 어리광을 받아줄 여유가 없다.“조용하고 밥 먹어.”“…….”
큰 아들 녀석 밥 먹고 학교에 간 후에도 작은 녀석 아직도 밥 한 술 뜨지 않고 눈만 껌벅거린다.
“꿈 얘기 해 봐. 무슨 꿈이니? 엄마가 무섭게 한 녀석들 다 혼내줄게.” 제 속마음을 알아준 게 고마운지 금세 참았던 울음보를 터뜨렸다.“좀비가~ 날 쫓아왔어~. 그것도 두 번씩이나~.”“좀비가 뭔데?”“파랗게 생긴 괴물.”“어디서 봤는데?”“책에서.”“어떤 녀석인데?”“사람을 물어요. 물리면 좀비가 되고요.”“그 책 어딨어?”“버렸어요.”“그 녀석이 그렇게 무서워?”“응.”‘뭐야? 꿈 때문에 아침부터 징징거린단 말야?’
성격이 다른 두 아들 녀석 키우면서 난 많은 것을 배운다. 늘 덜렁대는 것 같으나 씩씩하고 유연성이 좋은 게 큰 아들이다. 꼼꼼하고 감수성이 예민하나 남도 잘 챙기는 게 둘째 아들이다. 큰 아들 성격은 가끔은 엄마 방식으로 밀어붙여도 무리가 없다. 반면, 작은 아들은 일방통행이 전혀 먹히지 않는다. 논리적으로 차근차근 설명하고 이해시켜야 겨우 말이 통한다. 처음엔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다. 큰 아이 키우는 방식으로 작은 아이를 키우려다가 매 번 실패하면서 아이들을 각자의 성격에 맞게 키우기로 다짐했다.“민준아, 예수님 이름으로 귀신이 쫓겨 가니까, 다음부터는 예수 이름으로 쫓아내.”“꿈속에서 머리를 벽에 아무리 부딪쳐도 꿈이 안 깼어.”“다음부터는 예수님 이름으로 쫓아내. 됐지?”“그런데 엄마~~.”“왜?”“기도하고 자는데도 왜 무서운 꿈을 꿔요?”“엄마가 민준이를 위해 자기 전에 기도를 안 해서 그런가 보다.”“오늘밤부터는 기도할게.”‘자기 전에 기도한 게 언제였더라?’아침마다 아이들 등교시간에 맞추어 안고 기도해 보냈는데 자기 전에는 기도드린 기억이 까마득하다.‘그래, 오늘부터는 꿈꾸는 것도 하나님께 기도 드려 아이들을 도와야지.’“민준아, 이건 비밀인데 지켜줄 수 있겠어?”“응.”“엄마는 말야, 고등학교 때까지 무서운 꿈 꿀 때마다 울었어. 그래서 네 외할머니가 이사가는 자취방마다 오셔서 예배드려줬어.”
“……?”“아무한테도 말하면 안돼?”“응.”
울상이던 아이얼굴이 반색을 하며 쳐다본다. 이쯤이면 일이 반쯤 해결된 상태이다.
“이리와봐. 엄마가 안아줄게. 아이고 우리 아들, 무서운 꿈 꿔서 울었구나. 좀비 네 이녀석, 예수님 이름으로 물러가라!”
시계가 어느 새 아침 여덟 시를 알린다. ‘휴, 더 늦어지지 않아 다행이다.’
아침부터 진을 다 뺐더니 기운이 쏙 빠진다. 하나님은 어쩌면 한 사람 한사람을 다 다른 성품의 사람으로 만드셨을까? 신기하기만 하다.
활짝 활짝 문을 다 열고 힘을 내서 집안일을 한다. 오늘은 좀비라는 녀석이 어떤 녀석인지 알아봐야겠다. 왜 우리 아들 꿈속에까지 나타나 잠을 방해하고 두려움을 심어주는 지 생각해 볼 일이다.
어른들이 아무 생각 없이 써 내려가는 글들이 아이들의 무의식세계까지 얼마나 깊이 파고드는지. 아름다운 글들이 아이들의 가슴에 얼마나 많은 희망의 봉오리를 맺게 하는 지.
“와, 안개 낀 날이다. 오늘은 날씨가 맑겠구나. 민준, 얇게 옷 입고 예쁜 꽃들 구경하며 학교 잘 다녀와. 끝나고 곧장 집으로 와야 해.”
엘리베이터까지 배웅 나가며 하트를 크게 그려 보내는 날이다.
군포시 오금동 오미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