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예치료, 사람에 대한 사랑이 가장 큰 밭입니다
원예치료, 사람에 대한 사랑이 가장 큰 밭입니다
  • 손희영
  • 승인 2007.06.09 1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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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 속의 복지이야기]
원예치료, 사람에 대한 사랑이 가장 큰 밭입니다

원예치료는 원예치료사가 식물을 매개로 대상자(발달장애아동, 허약노인, 치매어르신, 편마비 어르신등)에게 접근하여, 그들로 하여금 원예활동을 하면서 긍정적 에너지를 전해주는 것이다. 원예치료사는 식물에 대한 지식뿐만 아니라, 사람에 대한 사랑이 넘치고, 그들을 리더해갈 수 있는 자질이 있어야 한다. 대상자 전반에 대한 정보를 가지고 있어야 하며, 그들을 눈높이에서 프로그램을 진행해 나가야 한다.
원예치료 프로그램은 치료 대상과 계절에 맞게 짜여 지며, 같은 프로그램일지라도 치료사가 대상자의 원예에 대한 친밀도에 따라 레벨을 달리하여 진행한다. 프로그램은 대게 흙에다 식물을 심고, 가꾸고, 돌보는 활동, 흙에 씨앗을 뿌려 수확까지의 활동, 국화, 장미와 같은 절화를 꽃꽂이하는 활동, 수확물을 가지고 요리를 하는 활동, 정원을 꾸미는 활동 등으로 이루어진다. 프로그램은 계절과 프로그램이 진행되는 공간, 대상을 고려하여 치료사의 치료적 의도가 개입되어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구성된다.
원예치료 대상자 중 발달장애 아동들의 예를 들면 그들은 원예치료를 통하여 식물의 성장과정을 알게 되며, 치료사의 도움을 받으며, 식물과 친해지는 연습을 하게 된다. 그러면서 자신이 가꾼 것에 대한 애착을 조금씩 아주 조금씩 키워가게 된다. 그들은 많은 프로그램 중 식물을 통해 수확물을 획들 할 때, 특히 감자를 수확할 때 집중도가 아주 높았고 대부분 아동이 신기해하였고 좋아하였다.
내가 만난 발달장애 아동 중에 k군이 있다. 처음 k군을 만났을 때 그는 교실을 기어 다니고 의사소통이 전혀 되지 않았고 괴음을 내었다. 원예치료를 2년 간 실시한 후 k군은 착석이 가능하고, 치료사가 “k야, 모종삽을 들고 여기서 저기로 흙을 옮겨보자.”라는 요구에 반응을 보일 정도의 의사소통이 가능해졌으며 소리를 지르는 행동은 본인의 기분이나 신체적인 조건이 좋지 않은 경우를 제외하고 사라졌다.
매일의 일상이 따분할 수 있는 허약한 어르신들과 치매어르신들에게 향기가 나고 색이 하려한 꽃들을 보여드리는 원예치료시간은 기다려지는 시간이 된지 오래 되었다. 원예치료를 통하여 그들에게 숨어 버린 여러 가지 표현들을 끄집어 낼 수 있다.
내가 만난 어르신 중 A원에 계신 j어르신이 있다. 그 어르신은 식물을 너무 좋아하신다. 그리하여 어르신은 다리가 불편하신데도 불구하고 원예치료실에 누구보다도 먼저 오신다. 귀가 잘 안 들리시고, 말씀을 하시기 힘들기 때문에 의사소통이 어려운 편이다. 그런데도 온몸으로 표현하시려고 애를 쓰신다. 그리고 자신의 모든 감정을 자연스럽게 다 보여주신다. 하얗게 핀 설유화의 자태를 보시며 “선녀가 하늘로 날아가는 것 같다.”는 표현을 하셨고, 카네이션을 보시며 “수줍은 새색시의 볼과 같다”는 표현을 해주셨다. 이런 기막힌 언어로 자신의 감정을 표현함으로 지켜보는 보조 선생님들을 깜짝 놀라게 만드셨다. 그분에게 숨어버린 멋진 부분들을 재발견 할 수 있게 도움으로 인해 자신감을 가질 수 있게 되셨다.
하나님이 천지를 만드실 때, 씨 맺는 채소와 씨가진 열매 맺는 나무를 만드신 후, 맨 마지막 날에 사람을 만드신데 이유가 있는 것 같다. 사람들에게 식물들이 꼭 필요했기 때문이다. 식물은 사람에게 먹는 것을 제공하기도 하지만 보는 즐거움과 기르는 기쁨을 또한 제공해 준다. 이것이 식물이 치료의 도구로써 쓰이게 된 이유인 것 같다.
이런 면에서 하나님이 우리에게 주신 선물인 식물을 느낄 수 있게 도우며, 함께 기르면서 대상자에게 좋은 에너지를 제공하는 원예치료사 또한 필요하고 중요한 직업인 것 같다. 그 원예치료사의 길을 나는 가고 있다. 오늘도 그 길을 열심히 걸어가고자 노력하고 있다.

글_손희영 원예치료사
2007/5/28 경기복지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