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폭력예방교육의 실제
학교폭력예방교육의 실제
  • 김지혜
  • 승인 2007.04.28 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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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활동가가 전하는 꿈터 이야기

학교폭력예방교육의 실제

글_김지혜(청소년을 위한 군포내일여성센터, 학교폭력예방팀장)


지난 4월 16일 우리는 미국 버지니아 공대에서 일어난 또 하나의 충격적인 학교폭력 사건을 접했다.
이런 소식을 접할 때마다 인간의 폭력성에 대해 근본적인 의문이 생긴다. 차별이나 따돌림 등과 같은 상황 아래 있었던 모두가 총을 쏘아대진 않는다. 그렇다면 사고를 일으키는 아이들 개개인의 병리적 특성 탓으로만 돌려도 되는 것일까? 답은 그리 쉽지 않다. 학교에 나가 보면 다들 형제가 적은 탓인지 몰라도 아이들의 대인관계 문제해결능력이 매우 떨어지는 것을 많이 느낀다.
초등학교 5학년 교실에서 있었던 일이다. 여자아이 하나가 누군가 장난을 걸었는지 수업시간임에도 아랑곳 않고 무조건 엎드려 울기 시작하였다. 왜 우느냐고 묻자 옆에 있던 짝꿍이 열심히 자초지종을 설명해 준다. 그러는 동안 울던 아이는 더 서럽게 어깨까지 들썩이며 흐느낀다. 그 아이는 지난 시간에도 똑같은 상황을 겪었고, 똑같이 대응을 했다. 자초지종을 들어보니 평소에도 뚱뚱하다고 남자애들이 놀리는 모양이었다. 객관적으로 보기에 약간 통통한 정도일 뿐 얼굴도 예쁘장하니 그리 뒤처지는 외모는 아닌데도 스스로 자신이 없는 건지 여자아이의 대응은 무조건 울고, 더 예민하게 반응하고, 소리 지르고 하는 게 전부였다. 초등학교 때 이런 일은 충분히 있을 수 있지만 이 아이의 경우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행동패턴이라는 점이 걱정스러웠다.
왕따를 당하는 아이들 중에는, 적극적으로 자기 표현을 하지 못하는 부류가 대부분이지만 더 예민하게, 지나친 반응을 하는 부류도 많다. 후자의 경우 괴롭히는 아이들은 당하는 아이의 반응을 즐겨 괴롭힘을 반복하거나 혹은 아예 기피하면서 자연스레 왕따가 이루어지게 된다.
여자아이의 경우 그 정도는 아니지만 히스테릭한 반응으로만 일관하는 모습이 적잖이 염려스러웠다. 물론 괴롭힘이나 왕따의 원인을 당하는 아이에게서 찾으려는 태도는 매우 위험하다. 이번 경우는 그냥 지나칠 수도 있는 일이었지만 아이들이 문제에 부딪혔을 때 여러 방법으로 해결책을 생각해 볼 수 있는 힘을 키웠으면 하는 바람이 컸다.
쉬는 시간을 틈타 여자아이와 잠시 얘길 나눴다. 사람이 울고 싶을 때 울 수 있는 건 매우 좋은 일이다. 하지만 친구들이 놀려댈 때마다 우는 것이 적당한 대응방식인지 생각해 보자. 나의 대응이 적절한 방법이 못 된다면 한 번쯤 다른 방식으로 대응해 보는 건 어떨까? 울면서 소리지르는 대신 놀림을 받았을 때 자신의 느낌이 어떤지, 어떻게 해줬으면 좋은지 말해 볼 수도 있다고. 그리고 스스로 자신의 외모에 정말 자신이 없는지 생각해 보고, 그 또래 남자아이들이 흔히 관심의 표현을 그렇게 잘못할 수도 있음을 귀띔해 주었다. 거기에 휘둘리며 자신의 에너지를 쏟을 필요가 있을지도…….
수업이 모두 끝나고 복도로 나오니 여자아이가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선생님 말씀대로 한 번 해볼게요.” 하고는 씩 웃었다. 그 후 어떻게 되었는지는 모른다. 하지만 아이의 웃는 모습이 오랫동안 기억에 남는다.
학교에서 만나는 아이들은 모두 누군가의 소중한 아들이고 딸이며 가족이다. 하지만 아이들은 자신이 소중한 만큼 옆에 있는 친구도 소중하다는 사실은 잘 인식하지 못하는 듯하다. 물론 아이들만 탓할 건 아니다. 어른들도 서로 존중하며 사는 일에 서툴기만 한데…….
우리 나라는 학교폭력예방교육을 하지 않는 학교도 많은 데다 그나마 하고 있는 경우에도 그리 만족스럽지는 않다. 한 학년을 모아놓고 단체로 1시간 교육을 하거나 방송강의를 통해 얼굴도 보지 않고 이루어지는 경우, 학급 단위로 하는 경우에도 40여 명 되는 한 학급을 대상으로 모둠작업을 해가며 짜여진 프로그램을 해내기도 만만치 않은 데다 위의 사례처럼 불쑥 불쑥 튀어나오는 문제들을 무시할 수도 없기 때문이다.
알레르기 비염을 앓는 아이와 반 전체의 대립, 한눈에 봐도 ADHD 증상을 보이는 아이, 발달 장애아의 갑작스런 자해 소동, 어제의 분풀이를 학교까지 찾아와 해대는 부모. 함께 교육을 하고 있는 선생님들의 사례를 들어보면 정말 어디까지 감당해야 할지 막막해지기도 한다.
성교육, 성폭력 교육, 안전교육, 인성교육, 학교폭력예방교육, 인터넷중독 예방교육 등등 아이들이 행복하게 살아가는 데 꼭 필요한 것들이 학교 현장에서 제대로 실현될 날을 그리며 내가 하고 있는 일의 의미를 부여해본다.


2007/4/28 경기복지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