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각장애인이 본 영화 '학교 가는 길'
청각장애인이 본 영화 '학교 가는 길'
  • GBN뉴스
  • 승인 2021.06.03 17:4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특수학교는 없어야 하지만, 있어야 하는 모순
경기도농아인협회 미디어접근지원센터 이샛별
경기도농아인협회 미디어접근지원센터 이샛별

영화 <학교 가는 길>의 개봉 소식을 알고 나서부터 보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다. <학교 가는 길>은 발달 장애인 자녀를 학교에 보내고 싶은 부모의 간절함으로 무릎까지 꿇으며 17년 동안 전무했던 서울 시내 특수학교 설립을 이끌어 낸 장애인부모연대 학부모들의 열정적인 순간들을 기록한 영화다. 영화감독은 김정인으로, 지난 2020년 제12회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에서 수상한 이력이 있다.

필자는 자막이 없으면 영화의 내용을 전부 다 알기 어려운 중증 청각장애인으로, 지금까지 영화가 개봉하자마자 영화관에 바로 달려가 볼 수 없었다. 한글 자막과 화면해설 삽입 작업, 검수 과정을 거쳐야 비로소 영화를 볼 수 있었다. ‘영화 향유권’을 보장받지 못하고 있기에 영화를 보기 위해서는 기다려야만 했고, 기다린 만큼 기대도 컸다.

<학교 가는 길> 도입부에서 공포영화 같은 폐교 분위기에 흠칫했지만 이어지는 엄마들의 분노와 의지, 그리고 눈물에 덩달아 나도 울었다. 엄마들의 투쟁과 모성의 장면을 보면서 어릴 때 집 근처에 특수학교가 없어 매일같이 엄마의 등 뒤에 업혀 기차를 타고 등교했던 추억이 어렴풋이 생각났다. 필자는 일반 학교로 옮기기 전까지 특수학교 유치부를 졸업하고 6년 내내 다녔다. 두 살이 되어 말하는 방법을 배울 수 있었던 것은 엄마의 헌신 덕분이었다. 그때는 참 행복했다. 일반 학교로 옮긴 후부터는 악몽이었지만.

영화를 보는 내내 ‘장애 자녀를 둔 부모가 세상의 편견 앞에서 얼마나 많은 상처를 받고 외로웠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청각장애 자녀를 키웠던 필자의 부모님도 수많은 일을 감당해 왔을 텐데 헤아리기에는 미안한 마음이 가득했다.

영화의 결말은 장애를 가진 자녀들이 이 사회에서 스스로 살아갈 수 있는, 사회의 돌봄 가운데 자립할 수 있는 테두리가 필요했다. 하지만 그 테두리가 아직 약해서 강하게, 두텁게 만들어야 하기에 오늘도 내일도 투쟁모드로 살아가겠다는 엄마들의 용기와 의지가 돋보였다.

학교 가는 길 포스터
학교 가는 길 포스터